“안녕. 시작해볼까. 난 너한테 매일 톱뉴스를 보내줄거야. 잘 모르겠으면 ‘help(도움말)’를 입력해. 아님 더 알고 싶은 내용이 있다면 단어를 입력해줘. 예를 들면 ‘headlines(헤드라인)’, ‘리우 올림픽(Rio Olympics)’ 또는 ‘정치(politics)’라고 말야.”
‘CNN 채팅봇’은 페이스북 메신저에 들어온 독자에게 이렇게 말을 건넨다. 아래 선택지에는 톱기사, 당신을 위한 기사, CNN에 요청하기 등 세가지 항목이 제시돼 있다. 이 중 ‘톱기사’를 클릭했더니 현재 미국에서 가장 이슈가 되고 있는 힐러리와 트럼프의 대선 관련 기사가 쏟아졌다.

▲미국의 대표 언론사인 워싱턴포스트와 CNN은 각각 킥과 페이스북의 채팅봇을 통해 독자와 쌍방향 소통을 한다. 온라인 매체 쿼츠는 모바일 앱 화면을 채팅봇으로 전면 탈바꿈해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미국의 대표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는 킥의 채팅봇을 통해 독자와 소통을 꾀하고 있다. 로봇이 글을 작성하는 경우에도 “워싱턴포스트는 현재 타이핑 중입니다”라는 문구를 띄워, 실제 사람이 메시지를 보내는 것과 같은 느낌을 준다. WP는 페이스북이나 킥뿐만 아니라 자체 플랫폼을 통해 채팅봇을 개발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미국 인터넷 언론사 쿼츠는 모바일 어플을 채팅창 형태로 전면 개편했다. 독자와의 직접적인 소통을 위해서다. 쿼츠는 젊은층 독자를 사로잡기 위해 직접 말을 걸며 뉴스를 공급하고 있다. 현재 텔레그램의 봇 스토어에 등록된 뉴스 봇은 120여개. 해외 언론사들이 채팅봇의 잠재력을 어느 정도로 생각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우리 언론사들은 상대적으로 채팅봇 개발이 미미하다. 카카오톡이나 텔레그램 등을 활용해 기사를 실시간으로 푸시하고 있는 게 전부다. 메신저 형태를 띠지만 봇은 아니다. 대부분의 언론사들은 채팅봇을 시범적으로 운영하다 포기했거나, 아예 시도하지 못했다. 페이스북 등에서 제공하는 채팅봇은 아직 영어 기반으로만 운영이 가능한데다, 언론사 자체 시스템을 구축하기에는 기술적 기반이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김민성 한경닷컴 뉴스랩 팀장은 “언론사가 시범적으로 적용한 채팅봇은 아직 수동적으로 정해진 답을 설정해놓고 기계적으로 전달하는 정도로, 그 수준이 매우 낮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또 국내에서 소비되고 있는 뉴스의 대다수가 네이버를 통해 유입되고 있는 만큼 유의미한 데이터가 모아질 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채팅봇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독자의 성향을 파악하고 맞춤형 뉴스를 전달하는 환경이 갖춰줘야 하는데, 국내 뉴스소비자들은 언론사에 대한 충성도가 낮아 데이터 분석 자체가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언론사 홈페이지의 부실한 검색 기능도 채팅봇 개발에 발목을 잡고 있다. 채팅봇은 자사 콘텐츠를 검색해 공유하는 역할을 하는데, 이 과정에서 검색 기능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엉뚱한 기사를 제시할 가능성이 높다. 김 팀장은 “네이버나 구글 만큼의 검색 시스템을 갖추지 못하면 자연스럽게 도태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채팅봇이 언론사들의 수익 활로를 찾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폐쇄된 공간에서 사적인 대화를 통해 독자의 솔직한 성향을 파악할 수 있는 만큼, 독자의 데이터를 수집해 네이티브 광고 등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오세욱 한국언론진흥재단 선임연구위원은 “네이버의 라온 등과 같은 IT 업체들이 API(자동응답 응용프로그램)를 공개하면 언론사들이 얼마든지 채팅봇을 개발해 간접적으로 상품 구매를 유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카카오톡은 API를 전격 제공하며 채팅봇 플랫폼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물론 채팅봇이 차세대 수익모델로 자리매김하려면 헤쳐나가야할 난관이 적지 않다. 먼저 공적 책임을 지닌 언론이 노골적으로 광고를 내는 건 무리가 있다. 이성규 블로터 랩장은 “채팅봇의 선두주자로 꼽히고 있는 CNN조차도 아직까지 네이티브 광고를 도입하고 있지 않다”며 “브랜드 이미지 저하 등의 문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개인이 선호하는 뉴스만 소비하다보면 정치나 사회 이슈에 관심 없는 독자는 자극적 연예스포츠 뉴스에만 노출돼 더욱더 정보 비대칭화가 가속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김익현 지디넷코리아 미디어연구소장은 “맞춤형 뉴스뿐만 아니라 속보 등의 중요 이슈도 적절히 안배하는 절충안이 나오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독자 개개인의 데이터를 분석하고 이것을 수익으로 연결하려면 긴 안목을 가지고 꾸준히 투자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진우 기자 jw85@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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