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전략…고삐 죄고, 자신감 얻고, 기지개 켜고

중앙, 통합뉴스룸 막판 속도
경향, 연말쯤 디지털비전 선포
한국, 디지털전략 마련 컨설팅
한경, 통합뉴스룸 구축 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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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 역량을 종이신문에서 디지털로 옮기려는 크고 작은 시도들이 숨 가쁘게 진행되고 있다. 24시간 쉬지 않고 뉴스를 공급하는 뉴스룸 체제를 갖추거나 부장이나 에디터 등이 솔선수범해 디지털부서 등을 경험하고 있다. 부서 간 혹은 직종 간 교류를 통해 그간 눈에 보이지 않던 업무 장벽을 허물고, 모바일 시대에 맞는 새로운 플랫폼을 선보이기 위한 시도도 진행되고 있다.

격변하는 디지털의 바다에서, 독자들을 찾아 나선 언론사들의 발걸음은 때론 조용하게 때론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런 뉴스룸의 변화가 수익 증대나 독자 증가로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다. 그럼에도 이런 변화마저 모색하지 않을 경우 그나마 ‘설 땅’도 없어진다는 생각 때문에 혁신 등을 기치로 다양한 변화를 꾀하고 있다.



중앙, 인사·조직개편 박차
24시간 쉬지 않는 뉴스룸
10년차 기자들 속보 대응


중앙일보는 이달쯤 새롭게 선보이는 통합뉴스룸 구축을 위해 막판 속도를 내고 있다.
중앙은 지난주까지 기자들이 원하는 부서에 대한 소원 수리를 받는 등 통합뉴스룸을 위한 조직개편에 앞서 인사를 목전에 두고 있다.


중앙 통합뉴스룸은 신문, 잡지 등 매체 간 칸막이를 없애고 기자들이 디지털 기사를 먼저 올린 뒤 각 매체별 특성에 맞도록 기사를 재가공하겠다는 게 기본 방향이다. 이는 유럽 최대 미디어그룹 ‘악셀 슈프링거’의 디벨트 뉴스룸과 비슷한 모델이다.


중앙 통합뉴스룸은 지휘를 맡은 코맨드(Command) 파트, 취재부문인 인테이크(Intake) 파트, 제작부문인 아웃풋(Output) 파트로 나눠진다.


여기에다 24시간 속보 대응팀인 ‘아이(EYE)24’를 두고 있다. 아이24는 현재 24명 안팎으로 꾸려 3교대 체제로 돌린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기사 밸류 판단이나 데스킹 과정을 거치지 않고 기사를 바로 송고할 수 있도록 10년차 이상을 대상으로 지원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부서 간 통합도 단행된다. 실제로 J콘텐트리, 강남통신, 피플팀, 새터데이팀, 선데이문화팀 등을 통합해 ‘라이프&스타일팀’을 새롭게 출범시킬 예정이다.


취재부문인 인테이크파트는 정치·경제·사회·산업·국제분야인 퍼블릭 영역과 라이프&스타일팀을 둔 프라이빗 영역으로 나뉜다.


오디오·비주얼을 강화하기 위한 서비스도 선보였다. 이달 초부터 선보인 온라인 비디오 플랫폼(OVP) ‘콜러스’는 비디오 서비스를 위해 필요한 CMS, CDM(콘텐츠전송서비스)을 통합한 비디오 클라우드 서비스로 웹, 모바일, 태블릿PC 등에 적합하도록 자동변환 기능을 갖추고 있다.


신문업계에선 이번 서비스가 모바일 생태계에 걸맞은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만들기 위한 시도일 뿐 아니라 새로운 광고플랫폼을 모색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이번 통합뉴스룸을 컨설팅한 후안 세뇨르 이노베이션 미디어 컨설팅그룹 파트너는 지난달 13일 콜롬비아에서 열린 세계편집인포럼(WEF)에서 “텍스트를 기반으로 한 CPM(Cost Per Mille·노출당 과금)은 2.5달러에 불과하지만 비디오의 CPM은 24.5달러로 매우 높다”며 “이제 텍스트 형태의 네이티브 애드를 넘어 네이티브 비디오 애드, VR 비디오 애드 등을 실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에 중앙일보 관계자는 “조직개편과 맞물려 교류인사가 나는 등 일정대로 통합뉴스룸 체제로 전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창남 기자 kimcn@journalist.or.kr



경향, 콘텐츠 중심 연착륙
간부부터 디지털부서 체험
온라인기사 하루 170여건 


올해 초 ‘지면 만드는 편집국’에서 ‘콘텐츠 만드는 콘텐츠국’으로 변신을 꾀한 경향신문은 지난 6개월간 콘텐츠 생산에 전력할 수 있는 환경과 문화, 시스템을 조성하기 위해 다양한 작업들을 진행했다.


먼저 부장과 에디터부터 나서 디지털부서 체험 근무를 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4월부터 1주일씩 순번제로 모바일팀 등에서 야근을 하고 온라인 편집을 하고 있다. 또 지난해 하반기부터 매월 첫째 주 월요일에 도시락 미팅을 갖고 홍은택 카카오 수석부사장, 조영신 SK경영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등 외부 강사에게 디지털 퍼스트와 뉴스 비즈니스 등에 대한 강연을 듣고 있다.


▲언론사는 격변하는 디지털의 바다에서 때론 급격하게, 때론 천천히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3월 경향신문 월례 부장단 오찬미팅에서 구정은 국제부장이 강연을 하는 모습.

이 같은 움직임은 위부터 솔선수범해야 기자들이 따라온다는 생각에 이뤄지고 있다. 올해 초 밝혔듯 부장은 지면과 웹, 모바일, SNS 등 4개 디바이스를 총괄하고 여기에 보낼 콘텐츠를 구상 및 주문·제작해야 하는데 이들의 인식 전환이 없다면 혁신은 이뤄질 수 없기 때문이다.


올해 초 정치, 경제, 국제, 사회 4개 부서에 파견된 편집기자들 역시 3개월씩 순환 근무를 하며 근무 형태를 점검 및 보완하고 있다. 이들은 매일 오전 부장회의 시간에 모바일팀 주재로 미팅을 갖고 그날의 킬러 콘텐츠와 시간표 등을 논의하기로 했지만 아직 원하는 수준의 협의체로는 발전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향신문은 1~3월 1기, 4~6월 2기팀의 업무가 끝난 후 노하우를 담은 근무 매뉴얼을 만들 예정이다.


경향신문은 이 외에도 지난 5월 웹디자이너와 개발자를 고용해 편집국에서 수시로 소통할 수 있게 하고, 모바일로 기사 출고가 가능한 모바일용 데스크 프로그램 도입 및 모바일 홈페이지 개편 등을 통해 기자들이 디지털 콘텐츠 생산에 전력할 수 있게끔 지원하고 있다.


기자들도 점차 이러한 움직임에 동조하는 추세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수시로 콘텐츠를 보내오는 기자가 올해 초 10~20명 수준이었다면 현재는 50여명 정도로 늘어났다. 하루 평균 기자들이 보내오는 온라인 기사 개수도 170~220여건으로 크게 늘었다.


박래용 경향신문 편집국장은 “구성원들 간 방향이 옳다는 데 이견이 없다. 시행착오가 적지 않았지만 편집국의 콘텐츠 중심 체제는 연착륙했다고 본다”며 “올해 말이나 내년 초 경향 디지털 비전을 선언하고 출입처와 근무 시스템 개편을 포함한 조직 개편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다만 이 방향에서 어떻게 수익을 낼지 그 부분은 여전히 한계와 숙제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강아영 기자 sbsm@journalist.or.kr


한국·한경, 변화의 바람
외부 업체에 전략 맡겨
닷컴 기자들 본지 파견


디지털 퍼스트를 위한 언론사들의 움직임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변화의 선두에 서기보다 다른 언론사들의 움직임을 주시하며 신중을 기했던 곳들이 서서히 기지개를 켜고 있는 것이다.


한국일보는 지난달 30일 차장급 이상 기자 30여명이 모인 가운데 외부 컨설팅 업체의 설명을 듣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 자리에서 외부 업체는 디지털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 앞으로 어떤 단계를 밟을지 개괄적인 계획을 설명했다.


황상진 한국일보 편집국장은 “2014년부터 디지털 전략을 내부적으로 검토했지만 우리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고 도약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문제가 있다는 걸 인정하는 것부터 해결 방법까지 역량과 지식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며 “좀 더 속도를 내고 엄격하게 진단하기 위해 외부 업체에 전략 수립을 맡겼다”고 말했다. 최진주 한국일보 디지털뉴스팀장은 “데이터를 분석하는 업체이기 때문에 우리가 감으로 생각하는 것들을 정확하게 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한국경제 편집국 전경.

지난달 초쯤 외부 업체를 선정한 한국일보는 넷째 주부터 내부 설문조사에 들어갔다. 이 업체는 10주에 걸쳐 설문조사 결과와 독자 유형, 콘텐츠 등을 분석한 후 몇몇 직원들을 개별적으로 인터뷰해 그 결과물을 한국일보에 넘기기로 했다.


한국일보 한 관계자는 “위에서 지시해 기자들이 따라가는 탑다운(Top-down) 방식보다 거꾸로 설문조사를 모아 보고하는 바텀업(Bottom-up) 방식으로 하는 것”이라면서 “외부 업체가 어느 정도 디지털 전략을 짜서 주면 내부적으로 검토 후 한국일보의 디지털 전략을 수립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국경제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한국경제는 중앙일보 형태의 통합뉴스룸을 구축하기 위해 닷컴 기자들을 본지에 파견해 함께 근무토록 하고 있다. 지난 4월 닷컴 기자 2명이 생활경제부에 파견됐으며 점차적으로 파견 인원을 늘려 통합뉴스룸을 만들 계획이다.


한국경제 한 관계자는 “모바일과 콘텐츠 강화를 위해 통합뉴스룸을 구축하려 한다. 원래 내년 6월 말로 구축 시점을 잡았는데 미래전략TF팀에서 연말로 일정을 조금 앞당겼다”며 “9~10월쯤 돼야 구체적인 윤곽이 나올 것 같다”고 전했다.

강아영 기자 sbsm@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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