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언론인 선거운동 금지 조항' 위헌

주진우 기자 "권력 편에 선 사람만 언론 자유 누리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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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재판관들이 30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제60조 제1항 제5호 위헌제청 등 6월 심판사건 선고를 위해 자리하고 있다. (뉴시스)

헌법재판소가 언론인의 선거운동을 금지한 공직선거법 조항은 헌법에 위배된다고 결정했다. 헌법재판소는 30일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와 주진우 시사IN 기자가 언론인의 선거운동을 금지한 공직선거법 조항이 위헌이라며 낸 위헌법률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7:2 의견으로 위헌 결정했다.


그동안 공직선거법 제60조 제1항 제5호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규칙으로 정하는 언론인의 선거운동을 전면적으로 금지하고 있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규칙으로 정하는 언론인은 ‘신문 등의 진흥에 관한 법률’ 제9조에 따라 등록한 신문 및 인터넷신문과 ‘잡지 등 정기간행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제15조에 따라 등록하거나 같은 법 제16조에 따라 신고한 정기간행물을 발행·경영하는 자와 이에 상시 고용되어 편집·취재 또는 집필 업무에 종사하는 자를 말한다.


헌재는 “언론인을 방송, 신문, 뉴스통신 등과 같이 다양한 언론매체 중에서 어느 범위로 한정할지, 어떤 업무에 어느 정도 관여하는 자까지 언론인에 포함할 것인지 등을 예측하기 어렵다”면서 “정치적 중립성이 요구되지 아니하고 정당 가입이 전면 허용되는 언론인에게, 언론매체를 이용하지 아니하고 업무 외적으로 개인적인 판단에 따라 선거운동을 하는 것까지 전면적으로 금지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해당 조항 언론인의 범위가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이미 법에서 그러한 측면에서 발생할 수 있는 폐해를 시정하기 위한 조항들을 충분히 규정하고 있어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위반된다”며 “이 조항은 개인의 기본권을 중대하게 제한하는 것이고, 공익의 확보에 추가적으로 기여하는 바는 미미하다는 점에서 법익의 균형성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김씨와 주 기자는 2012년 4·11 총선 당시 ‘토크콘서트’ 등의 방식으로 8차례에 걸쳐 김용민, 정동영 당시 민주통합당 후보를 지지하고 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같은 해 9월 불구속 기소됐다.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는 총선 다음날인 그 해 4월12일 두 사람을 검찰에 고발했으며, 검찰은 ‘나꼼수’ 방송의 경우 공직선거법상 언론에 해당하지 않지만 딴지일보와 시사IN에서 일하는 것을 근거로 두 사람을 언론인으로 간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왼쪽)와 주진우 시사IN 기자가. (뉴시스)

김씨 등은 이에 기소 이후 열린 두 번째 재판에서 해당 공직선거법 조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당시 심리를 진행했던 재판부는 김씨 등의 주장을 받아들여 같은 해 12월 해당 법 조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재판부는 “편파적인 언론이나 잘못된 언론에 대해서는 정정보도 청구를 하거나 명예훼손 등 형사처벌이 가능해 공정한 언론을 보장하는 데 있어 합당한 수단이 존재한다”며 “언론인이 개인자격으로 행한 선거운동까지 금지하는 것은 최소 침해의 원칙에 반한다”고 밝혔다.


또 “SNS, 인터넷 등 발달로 개인미디어의 영향력이 막대하게 커진 상황에서 공직선거법 및 그 시행령에서처럼 등록된 신문, 인터넷신문 등에 소속된 언론인에 대해서만 선거운동을 제한하는 것은 수단의 적절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언론인의 선거운동을 금지하는 것은 공무원의 선거운동을 금지하는 것과는 달리 합리적 차별이라고 할 수 없어 ‘평등의 원칙’을 침해했다”고 지적했다.


주진우 기자는 이번 결정에 대해 “우리나라는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를 누리고 있지만 권력의 편에 선 사람만 그 자유를 누리고 있다. 보수 논객이라는 사람이 보수 언론에서 선거운동을 해도 기소가 되거나 검찰이 수사를 하거나 선관위에서 고발한 사례를 들어보지 못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법 조항에 한계가 있다는 결과가 나온 것을 환영한다. 이로써 감옥으로부터 더 멀리 달아나게 됐다”고 말했다.


헌재의 이번 결정으로 3년 7개월째 진행되지 못하고 있던 김씨 등의 재판은 곧바로 재개될 전망이다. 주 기자는 “헌재의 이번 결정이 앞으로 있을 재판에 조금 영향은 있을 것”이라면서도 “이명박 정부를 반대하고 비판했다고 해서 선관위나 검찰 등 공권력이 헛짓하는 게 씁쓸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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