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이사장 "다큐프라임 편향...'게이트키핑' 필요"

EBS노조 "위험천만한 단어...편성독립, 제작자율성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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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남수 EBS이사장 등 일부 이사들이 EBS 다큐프라임 ‘민주주의’ 프로그램을 두고 편향성을 거론, 게이트 키핑 필요성을 제기하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편성의 독립성과 제작의 자율성 등을 두고 내부에서부터 심각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언론노조 EBS지부에 따르면 서남수 이사장은 최근 이사회 간담회 자리에서 다큐프라임 ‘민주주의’가 정치적으로 편향됐다고 지적하고, 제작PD의 개인적 성향이 반영됐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 자리에서 이사장과 일부 이사들은 이념 편향 프로그램이 EBS 정체성에 위배되는 것 아니냐는 질문과 함께 프로그램 검증 및 게이트키핑 필요성을 제기했다.


▲EBS 다큐프라임 '민주주의' 예고편 갈무리.


지난달 23일부터 31일까지 5부작으로 방영된 EBS 다큐프라임 ‘민주주의’는 민주주의가 불평등 극복을 위한 자원 배분에 영향을 미치는 이데올로기로 작동한다는 점을 다루며 노엄 촘스키, 토마 피케티, 아마티아 센 등 세계적 석학과의 인터뷰 등을 담았다. 앞서 극우보수 성향 단체인 자유경제원은 지난 9일 토론회 개최를 통해 다큐프라임 ‘민주주의’를 “이념편향적 방송”으로 규정하는 등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이를 두고 EBS 내부에서는 ‘자기 검열’에 대한 우려와 함께 다큐프라임 ‘민주주의’ 탄압 중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언론노조 EBS지부는 지난 21일 성명에서 “‘게이트키핑’이라는 위험천만한 단어가 스스럼없이 공영방송 이사회 간단회 자리에서 언급되고 주요 의제로 부상되었다는 사실 자체가 놀라울 따름”이라며 “사내의 ‘공식 절차’와 권한을 무시하고, ‘게이트키핑’ 운운하며 담당PD의 이념적 성향까지 거론하고 있는 작금의 현실은 역설적으로 왜 ‘민주주의’가 필요한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EBS지부가 언급한 ‘공식 절차’는 해당 프로그램이 부사장과 본부장, 관련 부장들이 참여하는 ‘교육다큐위원회’를 거쳤다는 의미다. 회사 공식 기구에서 세 차례에 걸친 논의 끝에 통과를 했고, 공식적인 심의과정을 통해 프로그램 내용에 문제가 없다는 의견을 받아 방송된 만큼 절차상, 내용상 문제가 없다는 지적이다.


EBS지부는 “이사장과 일부 이사들의 발언이 향후 EBS조직문화에 ‘자기검열’이라는 부정적 형태로 나타날 것임은 너무나 분명해 보인다”며 “문제의 소지가 있어 보이는 아이템들은 기획단계부터 배제될 것이고, 심의위원 개인의 자율성은 ‘합동 심의 강화’라는 명분하에 묻혀버릴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공식적인 조치가 취해지지는 않더라도, ‘게이트키핑’이라는 폭력적인 단어 자체로 인해 편성의 독립성과 제작의 자율성이 상당 부분 위축될 것임은 쉽게 예측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BS지부는 “이사회 스스로 회사의 공식절차를 무시한다면 EBS노동조합은 전 구성원의 힘을 모아 원칙을 지켜나갈 것”이라며 “문책성 조치라는 말도 안되는 이유를 들어 인사 압박을 하거나 편성의 독립성·제작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행위를 할 경우 스스로의 자격없음, 편향성을 드러낸 행위로 규정하고 모두의 지혜를 모아 강력하게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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