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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감한 투자·끈질긴 혁신…디지털 퍼스트 안착 좌우

조직 전체 리빌딩 ‘통합뉴스룸’
특화된 콘텐츠로 ‘디지털 사업’
언론 상황따라 장·단점 제각각
타사 모델 벤치마킹 의미 없어
‘디지털 퍼스트가 곧 수익 창출’
언론이 과감히 버려야 할 과욕

김창남 기자2016.04.26 21:26:56

2년 전 불어 닥친 ‘디지털 퍼스트’ 열풍이 국내 언론에 큰 영향을 미쳤다.

그 시발점은 2014년 5월 유출된 뉴욕타임스의 혁신보고서에서 비롯됐다. 세계적 권위지이자 온라인 유료화에 성공한 모델로 평가받던 뉴욕타임스마저 버즈피드 등 신생매체 때문에 긴장하고 그 이유로 혁신이 부족했다며 통렬히 자기반성을 했다.


뉴욕타임스는 ‘1면 지면회의’를 ‘디지털스토리 회의’로 바꾸고, 편집국 인력과 디지털 인력 간 협업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대책을 잇달아 내놓았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내 언론사들도 앞다투어 ‘혁신’을 기치로 다양한 시도를 쏟아냈다.

통합뉴스룸이냐, 디지털 사업이냐
현재 디지털 퍼스트 등 디지털 전략을 위한 실험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우선 중앙일보처럼 조직 전체를 디지털 퍼스트에 맞도록 리빌딩하는 모델이 있고, 그 중심엔 통합뉴스룸이 자리 잡고 있다.


통합뉴스룸은 2000년대부터 온라인 강화를 위해 꾸준히 필요성이 제기됐고 최근엔 웹과 모바일에 기사를 먼저 전송하고 이를 바탕으로 지면 등을 만들겠다는 게 주된 목표다.


규모의 차이는 있지만 경향신문, 국민일보, 동아일보, 세계일보, 파이낸셜뉴스, 한겨레, 한국일보 등도 통합뉴스룸 구축이나 원활한 온·오프 협업에 방점을 두고 CMS 도입 등 다양한 시도를 전개하고 있다.


두 번째는 조선일보, 매일경제 등과 같이 디지털 사업을 통한 혁신을 모색하는 모델이다.
조선은 아직까지 디지털 퍼스트에 대해 다소 신중한 입장이다. 모바일 광고나 온라인 유료화 등 디지털 분야의 수익이 불투명한 가운데 여전히 주요 매출 대부분을 종이신문에 의존해야 하기 때문이다. 반면 조선은 VR(가상현실)영상 등 다양한 시도를 통해 새로운 분야를 선점하겠다는 계획이다.


조선 관계자는 “특화된 콘텐츠를 다양한 플랫폼으로 유통시키는 게 현재 디지털 전략”이라며 “장기적으론 특화된 콘텐츠 별로 버티컬 사이트를 오픈하는 것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매경 역시 창간 50주년(지난달 23일)을 맞아 로봇저널리즘을 구현한 엠로보(사내벤처) 출범, 미라클 랩(벤처캐피털) 설립 등을 통해 디지털 전략을 짠다는 점에서 조선과 유사하다. 조직 전체보다는 부서나 사업 단위로 떼어가면서 ‘디지털 퍼즐’을 맞춰 가겠다는 구상이다.


그렇다고 동아, 중앙, 한겨레, 한국 등이 디지털 사업에 손 놓고 있는 것은 아니고 두 모델 중 어디에 좀 더 무게 중심을 뒀느냐의 차이다.


이들 실험 중 어떤 모델이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단하긴 힘들다. 다만 조직 전체가 옮겨갈 경우 투자와 인력 등이 뒷받침돼야 하고 내부 반발도 감내해야 한다. 이와 반대로 조직 전체가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지향점을 향해 함께 뛸 수 있다는 것은 장점이다.


후자의 경우 ‘디지털 마인드’의 온기가 조직 전체로 퍼질 때까지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 반면 실패 위험이 적고 사업이 성공할 경우 다른 구성원에게 좋은 자극제가 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여기에 온·오프라인 조직 간 인사교류 여부를 비롯해 온·오프 업무 강도, 정책 결정권 등 여러 변수를 동반하고 있기 때문에 두 실험 사이에서 파생되는 다양한 모델이 나올 수 있다. 타 사의 모델을 무조건 벤치마킹하는 게 큰 의미가 없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디지털 퍼스트’ 피로감 누적
지난 1년 간 실험 중인 디지털퍼스트에 대해 기자들의 반응은 어떨까.
과도기 상황이기 때문에 평가는 아직 이르지만 기자들의 업무 변화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 성공한 모델을 찾기 어렵다보니 여러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고 이에 따른 업무 부담은 기자들의 몫이 되고 있다.


실제 중앙일보 노조가 ‘디지털 혁신과 통합뉴스룸 출범 100일’을 맞아 지난달 24~30일 실시한 설문 조사(노조 조합원 101명 중 81명 참여) 결과에 따르면 평기자의 57.5%가 ‘편집국 업무량이 지난해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했다’고 답했고 그 이유로 ‘회의와 아이디어 발제 증가’(86점·5점 척도로 측정 후 100점으로 환산), ‘매거진-일간지 업무조정이 안 됨’(84점), ‘보고체계 복잡함’(82점), ‘디지털 속보 출고’(78점), ‘매거진 기사 작성’(78점), ‘디지털 혁신 콘텐츠 생산’(76점) 등을 꼽았다.


한 종합일간지 기자는 “닷컴에서 요구하는 기사가 많아지면서 기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며 “대부분 요청하는 기사가 타 사에 나온 기사이다보니 사실상 베껴 쓰기 밖에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관건은 누적되는 ‘디지털 피로감’을 줄일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거나 보상 제도를 강화할 수 있느냐다. 특히 그동안 관행적으로 이뤄졌던 불필요한 업무량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느냐가 각 사가 시행 중인 디지털 전략의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내 언론의 경우 기존 업무에다 속보기사, 온라인용 기사 등이 추가되고 있는 게 새로운 트렌드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는 분위기다.


여러 실험을 하는 차원에서 이런 시도는 중요하지만, 디지털 퍼스트를 위한 충분조건이 될 수 없다는 게 언론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 때문에 기자직과 디지털 인력 간 업무 협업을 잘 이뤄내고 나아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뉴스룸 융합’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신규 독자 발굴 위한 자구책
디지털 퍼스트가 이뤄지면 새로운 수익원이 생길 것이란 기대감 역시 버려야 할 ‘과욕’ 중 하나라는 지적이다. 디지털퍼스트는 종이신문을 펼쳐 보는 독자 외에 새로운 독자들을 발굴하기 위한 자구책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 언론사의 가장 큰 고민도 디지털 퍼스트를 통해 수익을 낼 가능성이 적은 반면 매출 대부분은 여전히 광고·협찬매출에서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언론사들이 디지털 분야에 대한 투자를 머뭇거리고 조직 내 우수한 인력을 디지털 부문에 파견하는데 주저하는 이유 중 하나다.


한 메이저신문 관계자는 “중앙일보의 통합뉴스룸 성패 여부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는 것은 언론계에 미칠 파급력 때문”이라며 “디지털 퍼스트의 성공여부는 지속적인 재투자를 위해 온라인 유료화 등 수익모델을 발굴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고 말했다.


여기에 포털이 장악한 뉴스유통시장, 잠재적 독자까지 감안해도 8000만명 안팎의 적은 수용자, 인구 대비 과포화 상태인 언론사 수 등 비정상적인 시장상황을 감안할 때 선(先)투자를 선뜻 결정하기 힘든 구조다.


그럼에도 시대적 흐름을 역행할 수 없다는 게 언론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실제 뉴욕타임스 등에 이어 최근 독일 슈피겔의 혁신보고서까지 독자들의 변화를 거부하고선 생존을 담보할 수 없는 시대가 됐다는데 방점을 두고 있다.


한 종합일간지 온라인담당 기자는 “매출 중심은 여전히 종이신문에 두고 디지털 퍼스트만 강조해선 해결할 수 없는 문제 때문에 불필요한 지면을 과감히 없애고 그 인력은 심층기사 등 차별화된 콘텐츠 생산에 투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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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전략 ‘컨트롤타워’ 가동
CMS 개편·통합뉴스룸 전환 등 분주


각 사의 디지털 퍼스트 구현은 어느 수준까지 올라왔고 컨트롤 타워는 어디서 맡고 있을까. 주요 신문사들은 디지털 전략을 수립하는 부서나 팀을 별도로 두고 있거나 이 단계를 넘어선 곳은 ‘공’이 편집국으로 넘어간 상태다.


경향신문은 편집국 산하 디지털국과 미래기획팀을 중심으로 디지털 퍼스트 전략을 고민하고 있다. 경향은 디지털 환경에 적합한 CMS 마련 등을 검토 중이다.


▲각 사마다 디지털퍼스트 등 디지털전략을 구현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전개하고 있다. 사진은 한겨레가 지난해 10월 ‘한겨레 혁신 3.0 2단계 조직개편’을 단행하면서 마련한 ‘슈퍼 데스크’.

국민일보는 지난달 24일 인사와 함께 편집국을 통합뉴스룸 체제로 전환했다. 그동안 편집국 내 있던 온라인뉴스부의 취재 기능을 편집국 각 부서로 이관하는 한편 ‘통합뉴스룸 부국장’직을 신설, 온·오프라인을 조율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동아일보는 지난 1월 통합디지털뉴스센터의 팀장을 부장급에서 부국장급으로 격상시키고 팀원을 보강했다. 동아는 닷컴이 요청하는 기사에 대해 기자들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보상제도를 강화했다.


지난해 9월 세계닷컴을 편집국과 통합한 세계일보는 디지털 전략 수립 등은 기획조정실 산하 디지털전략팀이, 실무업무는 디지털미디어국이 각각 분담하고 있다. 차별화된 온라인 기획기사를 생산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디지털 퍼스트보다는 온·오프 병합 정책을 고수하고 있는 조선일보는 디지털뉴스본부가 중심이 돼 VR영상, 조인트벤처 ‘잡스엔’(서비스명 잡앤)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중앙일보는 이석우 전 카카오 대표(조인스 공동대표 겸 디지털전략·제작담당) 등에 이어 최근 네이버에서 서비스·콘텐츠 기획을 맡았던 고석원 전 네이버 자동차서비스팀장을 디지털기획실장으로 영입했다. 오는 7월1일 전면적인 통합뉴스룸 운영을 앞두고 디지털부문에 적합한 전문인력을 영입하기 위한 차원에서다.


중앙은 독일의 디벨트처럼 모든 기사를 온라인에 먼저 올리고 중앙일보, 중앙선데이, 일간스포츠, 포브스 등 각 매체 성격에 맞게 기사를 재가공하는 방식으로 통합뉴스룸을 운영할 계획이다.


한겨레는 ‘한겨레 혁신3.0’이 나온 이후 조직개편을 단행한 데 이어 다음 달부터 통합CMS를 확대·적용할 예정이다. 한겨레 통합CMS는 그동안 오니피언을 제작하면서 발견된 버그를 개선하는 작업을 해 왔다.


한국일보의 경우 편집국이 중심이 돼 통합CMS 구축 작업을 진행했고 중·단기 전략으로 분야별로 특화된 콘텐츠를 생산하는 것을 구상하고 있다.


매일경제는 작년 하반기에 만들어진 ‘창간 50주년 TF팀’이 사내벤처, 미라클 랩(벤처 캐피털) 등을 잇달아 출범시켰고 현재 편집국이 중심이 돼 디지털 전략을 짜고 있다.


한국경제는 올 초 만들어진 미래TF팀을 통해 디지털전략 등을 모색 중이다. 미래TF팀은 기자 등 20여명이 참여하고 있다.


머니투데이 역시 VR저널리즘, 동영상 콘텐츠 강화 등을 모색하는 한편 원활한 온·오프라인 통합 등을 고민하고 있다.


머니투데이 정희경 편집국장은 “머투는 온라인 조직으로 출발했지만, 종이신문을 만들면서 기자들의 업무가 오프라인 제작에 맞춰지고 있다”며 “원활한 온·오프라인 통합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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