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세상 만들겠다는 언론인 초심 잊지 않을 것"

언론인 출신 경남 양산을 서형수 더민주 당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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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양산을 더불어민주당 서형수 당선자는 40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왔다. 현실정치에 참여하기 위해서였다. 1월 중순에 출마를 결심하고 2월5일 더민주에 입당해 2월 중순부터 선거운동을 시작했으니 국회의원 당선자가 되기까지 두 달이 채 안 됐다.


그는 한겨레와 경남도민일보 대표이사를 지낸 언론인 출신이지만 지역에서 거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었다. 새누리당 텃밭에 정치신인이라는 악조건, 여론조사마저 불리하게 나오면서 선거는 순탄치 않았다. 하지만 “국회의원이 되면 모든 특권을 내려놓겠다”고 약속하며 지역주민들을 만났고, 결과는 1262표 차 극적인 승리였다. 더불어민주당 당선자 대회를 위해 상경한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앞 공원에서 그를 만났다.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앞에서 만난 서형수 당선인은 "지금보다 더 나은 사회, 조금 더 다른 세상을 만들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전통적으로 여당 정서가 강한 지역에서 당선됐다. 승리 원인은.

“정치세력 교체에 대한 양산시민들의 열망 때문이다. 시민들은 30년 가까이 한 정당이 주도하는 정치구조를 바꿔야 하고, 부산과 울산에 끼어 있는 양산의 정체성을 새롭게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런 변화와 개혁에 대한 욕구가 표로 결집됐다고 본다.”


-출마 직전까지 시민사회운동을 펼쳤다. 현실 정치에 입문한 이유는.

“내가 맡은 분야에서 열심히 하면 지금보다 더 나은 사회, 조금 더 다른 세상이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를 겪으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정치는 사회의 룰을 정하는 것이다. 정치가 제 역할을 못 하면 다른 영역에서 성실하게 일해도 더 나은 사회, 더 다른 세상을 만드는 게 제한적이고 더디다. 정치를 바꿔야 세상이 달라질 것이라 판단했다.”


-어떻게 경남 양산을에 출마하게 됐나.

“양산은 20대 총선부터 선거구가 2개가 됐다. 지역주민들은 새 선거구에 출마할 양산 출신의 인물을 찾고 있었다. 지역에서 기대를 많이 받았고, 밖에 내놔도 당당한 인물이 기준이었는데 운 좋게 내가 선택된 것 같다.” 양산시 매곡동 출신인 그는 초·중·고를 내리 1등으로 졸업하고, 대입예비고사에서 부산·경남 수석을 차지하며 서울대 법대에 입학하는 등 고향에서 이름을 날렸다.


-문재인 전 대표의 ‘영남권 인재 영입 1호’라고 해서 문 전 대표에게 영입 제안을 받은 줄 알았다.

“19대 총선 때 부산 동래구 출마를 권유받았는데 완곡하게 거절했다. 이번에는 제가 현실정치에 관심이 없다는 걸 알고 출마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 출마를 결심하고 문 대표를 만났더니 무척 반가워했다.”


-20대 국회에서 무슨 일을 하고 싶나.

“국회의원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보겠다는 욕심을 갖고 있다. 그러려면 특권과 반칙을 버려야 한다. 헌법에 보장된 특권 말고도 관행적으로 용인되고 있는 특권을 내려놓겠다. 당을 떠나서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과 특권 없애기 운동을 해보고 싶다. 또 하나는 대안경제 모델을 만들고 싶다. 이윤이 중심인 현행 경제시스템으로는 새로운 일자리 창출 자체가 불가능하다. 협동조합이나 사회적 기업, 공유경제를 통해서 새로운 고용모델을 만들고 싶다.”


-여론조사에서 불리하게 나왔는데 선거 결과는 달랐다.

“언론이 문제가 많은 여론조사를 지속해서 보도했다. 지역의 주도 정치세력을 거들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심까지 들 정도였다. 여론조사 보도는 선거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지지자들은 ‘안 되는 선거구나’하면서 포기하고, 유권자들은 사표를 방지하기 위해 다른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


▲경남 양산을에서 당선된 서형수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이 지난 13일 자신의 선거사무소에서 지지자들의 축하를 받으며 손을 들어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당선될 것이라고 예상했나.

“국민의당 후보의 자진사퇴로 야권이 단일화되고, 새누리당 후보의 경쟁력을 보면서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한 지역신문의 여론조사에서 44대 23으로 뒤진다는 결과가 나왔다. 나는 정치신인이니까 그런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인근 지역구인 양산갑은 이상했다. 지난 19대 총선에서 49%의 지지를 얻은 우리당 송인배 후보가 새누리당 후보에게 28%포인트 가까이 뒤지는 것으로 나왔다. 그걸 보면서 여론조사 방식과 공표에 문제가 많다는 걸 알게 됐다.” 그는 이번 선거에서 2만6829표(40.33%)를 얻어 2만5567표(38.43%)를 획득한 새누리당 이장권 후보를 1262표 차로 따돌리고 당선됐다.


-언론계 입문 경력이 특별하다. 대기업 직원으로 있다가 한겨레신문 창간에 합류했는데.

“1987년 6·29선언으로 언론 통제의 고삐가 풀리면서 동아일보와 조선일보 해직기자들을 중심으로 새 신문 창간 움직임이 있었다. 당시 나는 롯데백화점 기획실에서 일하고 있었다. 그해 가을 어느 날, 직장 상사인 동아일보 해직기자 출신 조영호씨가 새 신문 창간 합류를 권했다. ‘좋은 사람들이 좋은 일을 한다’는 믿음에 창간 사무국으로 출근했다. 사표를 냈을 때 두 아들의 얼굴이 스쳐지나갔다. ‘사내놈들이니까 애비가 경제적으로 어려워도 먹고살겠지’ 싶었다.”


-창간 사무국에서 무슨 일을 했나.

“사업계획서 작성이 첫 업무였다. 사옥 임차, 윤전기 등 물적 기반을 확보하고 조직 짜고, 인허가 등을 처리했다. ‘신문’을 만들 기자들은 줄 섰는데 ‘신문사’를 만들 사람은 없었던 시절이었다.” 그는 한겨레에서 기획예산부장, 판매국장, 한겨레플러스 대표이사 등을 거쳐 2007년 한겨레 대표이사를 맡았다. 이후 경남도민일보에서 1년 남짓 대표이사로 일했다.


-한국 언론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보나.

“경영 안정이 좋은 언론을 만들어낸다고 생각한다. 그러려면 수익구조가 건강해야 하는데, 우리 언론은 광고, 특히 대기업에 대한 광고 의존도가 높다. 대기업들은 광고 효과가 아닌 다른 고려 요인에 따라 광고를 배정한다. 내가 보기에 광고료 절반은 보험 성격이다. 이런 불안정한 상황에서 근원적으로 제대로 된 언론활동은 어렵다. 안정된 경영기반을 확보하기 위한 건강한 수익원을 개척해야 한다. 앞으로 3~5년 안에 언론의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 언론계 전체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지 않으면 저널리즘 기반 자체가 와해될 수 있다.”


-경영 안정을 이룰 방안이 마땅치 않다는 데 언론사들의 고민이 크다.

“언론활동을 하면서 파생되는 경제·사회·문화적 가치가 있을 것이다. 다른 사업영역이 만들어낼 수 없는 언론의 가치, 즉 신뢰나 정보 접근성, 영향력 등을 자원화해서 정교한 비즈니스 모델을 찾아야 한다. 그러려면 저널리즘의 역할과 존재 이유에 대한 성찰과 공감, 재정리가 필요하다. 하지만 우리 언론은 수익 확대에 골몰하면서 겨우겨우 연명해 가는 형편이다. 저널리즘 역할을 못하면 문을 닫는 것이 온당하다. 근원적으로 저널리즘의 본질 자체를 고민하고 참언론의 방향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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