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생활의 가장 큰 장점은 자유로움이죠"

[시선집중 이 사람]'30대 반강제 전원생활' 연재 이민영 경남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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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영 경남신문 기자

경남 창원 도심에서 벗어나 동읍의 주남저수지를 지나고도 한참 더 안쪽에 위치한 작은 마을. 이민영 경남신문 기자는 2013년 4월부터 이 마을에 있는 아담한 전원주택에 살고 있다. 30대라는 젊은 나이에 다소 이른(?) 전원생활이다. 이 기자는 “결혼 후 잠시 아파트 생활을 했다. 그런데 소음 문제와 이웃 간 트러블 때문에 아내도 나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며 “도심 집값도 비싸 이래저래 주머니 사정을 고려하다 전원주택으로 눈을 돌리게 됐다”고 말했다.


이 기자가 터를 잡은 마을은 Y자로 형성돼 초입에 몇 가구가 모여 있고 다시 길이 갈리면서 산길이 나 있는 곳이다. 집 근처에는 5가구밖에 없을 정도로 한산하고 조용한 곳이다. 밤에는 짐승들 우는 소리밖에 들리지 않는다. 집 뒤편으로는 산이 있어 운동 삼아 거닐 수 있고 차를 조금만 타고 나가면 주남저수지와 온천이 있다. 가끔씩 온천에 목욕하러 다녀오기도 한다.


봄이 되면 그는 집 안 텃밭에 방울토마토, 고추를 심는다. 아들은 토마토가 먹음직스레 익으면 따 먹고, 아내는 심은 파를 뽑아 반찬으로 삼는다. 닭도 기른다. 아직까지 알은 안 낳고 있지만 언젠가 낳을 날을 기다리며 열심히 모이를 주고 있다. “아무래도 여유롭고 편해요. 도심에서는 주변에 치이는 느낌이 들었는데 여기는 고요해서 그런지 마음이 편해지더라고요. 피곤함도 많이 사라졌어요. 아파트에서 생활할 때는 일찍 일어나면 피곤했는데 여기 들어와서는 새벽에 자동으로 눈이 떠져요. 그만큼 숙면을 취하는 기분입니다. 공기도 좋고 밖에서 새 지저귀는 소리에 눈이 떠지면 기분이 그렇게 좋을 수 없어요.”


물론 전원생활이 100% 좋은 것만은 아니다. 난방비가 많이 들기 때문이다. 아파트보다 따뜻하지도 않은데 돈은 더 들어, 이를 절약하기 위해 아들과 곳곳으로 땔감을 주우러 다닌다. 갑자기 아프거나 생필품이 떨어질 때는 급하게 차를 끌고 나가야 하고, 곳곳에서 출몰하는 지네 때문에 정기적으로 집 근처에 약도 쳐야 한다. 술자리에 자주 참석하지 못하는 것도 단점이다. 도심에 살 때는 사람들이 부르면 일주일에 두세 번씩 나가곤 했는데 전원생활을 한 이후로 나가기가 힘들어졌다. “대리운전을 불러도 집까지 가지 않으려는 경우가 부지기수라 못 나가겠더라고요. 대신 건강은 좋아졌죠. 술을 안 먹으니 가정적으로 변해서 집안일도 많이 도와주고 아이하고 같이 있는 시간도 늘어났어요.”


▲이민영 기자와 그의 아들이 집 앞 잔디밭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의 말처럼 전원생활의 가장 큰 장점은 아이와 보내는 시간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전원생활에서는 아이와 함께 할 것이 무궁무진하다. 메뚜기도 잡고 잠자리와 나비를 관찰하는 등 매일 자연스러운 자연체험학습이 이뤄진다. 삽질도 같이 하고 땔감도 주우러 다니면서 마음껏 뛰노는 아이를 보면 그는 흐뭇하다. “저도 촌에서 자랐거든요. 아이들은 흙을 밟고 뒹구는 게 가장 좋은 것 같아요. 땅의 기운을 느끼며 살아야 하거든요. 아이가 초등학생이 되기 전까지는 학습, 학군 이런 것은 생각 안 하려고 합니다.”


이웃 간의 정도 전원생활의 큰 장점이다. 옆집 할머니는 매번 소쿠리에 자두며, 단감이며 이것저것 담아 이 기자의 집을 방문한다. 요즘에는 매일 같이 들러 함께 차를 마시며 수다를 떠는 사이가 됐다. “이사 온 지 얼마 안 됐을 때 널어둔 빨래가 사라진 적이 있었어요. 알고 보니 소나기 온다고 옆집 할머니가 걷어서 보관하고 있더라고요. 안면을 튼 적도 없는데 이웃을 위해 그렇게 배려를 할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죠. 시골 인심이 참 좋다는 걸 느꼈습니다.”


이 기자의 전원생활을 궁금해 하는 이들 때문에 그는 지난해 9월부터 경남신문 기자살롱에 ‘30대 반강제 전원생활’이라는 글을 연재하고 있다. 그는 전원생활을 적극 추천하고 싶다고 했다. 다만 몸을 쓰는 일이 많기에 젊은 나이에 해보길 권했다. “주택인 만큼 집안 곳곳을 보수해야 해요. 부지런한 만큼 얻는 것도 많아 나이 든 후에 전원생활을 하면 조금 고생스럽죠. 아이를 위해서도 젊을 때 전원생활을 하는 것이 더 좋은 것 같아요. 젊을 때 전원생활을 하고 나이가 들면 차라리 편하게 아파트에서 사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도 언젠가는 이곳과 이별해야 한다. 집주인이 따로 있고, 아이가 성장하면 떠나야 하기 때문이다. “만약 이곳을 떠나게 된다면 지금의 자유로움이 너무 그리울 것 같아요. 가족들이 마음껏 피아노, 우쿨렐레도 치고 노래도 크게 틀던 그 자유로움을 계속 기억하게 될 것 같습니다. 아이가 좋은 추억을 많이 가졌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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