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중력의 세계로 떠나는 승미에게"

故 김승미 머니투데이 기자 추도사

김승미 머니투데이 기자가 지난 17일 별세했다. 향년 34세. 서울 출생인 고인은 2010년 6월 아시아경제신문에 입사했다. 이후 회사를 떠나 한겨레21 칼럼 '떠난 사람' 등을 연재하며 자유로이 글을 쓰다 지난해 7월 머니투데이에 입사해 정치부 the300에 힘을 보탰다. 기자협회보는 고인의 동료인 최우영 기자의 추도사를 싣는다.


▲故 김승미 머니투데이 기자

모두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더라. 나도 그랬고, 내 전화를 받은 다른 이들도 똑같았다.


너를 아는 사람들은 언제나 에너지로 가득 차 반짝반짝 빛나던 김승미로 기억하나보다. 온갖 정치인과 기업인들 도망치게 만들던 네 눈빛만 봤지, 그 뒤의 여린 몸과 아픈 가슴은 차마 떠올리지 못했다.


재작년 같은 출입처 타사 기자로 처음 만난 나는, 언제나 현장에서 마주치는 네가 몹시도 불편했다. 아무도 모를 거라고 생각한 그 어떤 현장에서도 네 모습은 보이더라.


너무 싫었다. 도대체 뭐하는 놈인가 싶었다. 도무지 요령을 피울 줄 모르는, 쉬지 않고 돌아다니며 일하는 네 앞에서 나태한 모습 보이기 참 부끄러웠다.


같은 출입처를 담당할 당시에는 너 휴가 떠난 날들이 제일 편했다. 네게 물먹은 기사 있는지 보려고 포탈에 네 이름 석자를 치면, 동명이인 가수 사진이 먼저 나와 아침마다 웃었다. 네가 우리 회사 들어오기로 확정된 날, "무서운 자식 이제는 적군이 아니라 아군"이라고 안도했던 것도 떠오른다.


잠시 일을 쉬던 때 네가 만든 명함은 '무중력의 세계 여행가'였지. 매체와 출입처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이 글 쓰는 네가 부럽기도 하고, 살짝 샘도 났다. 여느 여행자처럼 레게 머리는 땋지 못해도, 미용실에서 머리 붙여 길게 만들었다며 자랑하던 네 모습도 눈에 선하다.


터키로, 제주도로 여행 떠난 네 표정 밝아서 보기 좋았다. 여행지에서의 일들 가끔 카카오톡으로 전해주면 피식 웃음도 나왔다. 지금도 네 페이스북엔 그때 만든 명함이 프로필로 남아있구나. 명함 뒷면도 기억난다.


"나는 내 삶에서 만난 사람들의 총체다."


너의 마지막 자리 찾은 재계 총수나 국회의원도 많지만, 그게 뭐 중요할까. 빈소에 와서 진심으로 눈물 흘리는 수많은 사람들을 보니, 너라는 사람을 알겠다. 그 전보다 더 잘 알겠다.


네 삶을 이루는 그들의 총체를 알겠다. 너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굉장히 많다.


이제 얽매이지 않는 세계, 무중력의 세계로 떠나는 널 보기 참 힘들다. 너처럼 똑똑하고 힘찬 인생 사는 친구가 누구와 결혼할지도 궁금했는데, 그것도 영원한 물음표로 남겠구나.


어느 형님은 그러더라. 너와 택시를 탔는데, 그 짧은 시간에도 책을 읽으려고 폈다가 쏟아지는 피곤함을 못 참고 잠들던 모습이 떠오른다고. 너 진짜 빡셌어.


너 좀 대충 살아도 좋고, 근태 나빠도 좋으니 편하게 술 한잔 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너 30대에 책 하나 낸다고 했었잖아. 그 책 후드러지게 비판하면서 얼굴 맞대면 좀 좋니. 평상시처럼 종로 족발집에서 소맥 한잔 먹었으면 싶은데, 그런 바람도 다 부질 없게 됐다.


떠나는 너에게 무슨 말을 한들 들릴까. 위로가 될까.


한가지만 약속할게. 네 어머니와 가족들. 네가 못다한 부분들 우리가 할 수 있는만큼 책임질게. 너 평상시에 가족 얘기 많이 했잖아. 그거 우리가 대신 할 테니까 그만 신경 써. 편히 눈 감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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