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봉군 화백 만평 삭제는 만평에 대한 이해부족"

전국시사만화협회 성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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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제된 9월8일자 '한겨레 그림판'

전국시사만화협회가 10일 최근 한겨레 만평인 ‘그림판’ 삭제 건과 관련해 “한 신문사의 내부문제로만 여기기에는 문제가 있다”며 성명을 발표했다. (관련기사: 한겨레, 장봉군 화백 만평 삭제 논란)


시사만화협회는 “장봉군 화백의 지난 8일자 만평은 최근 논란이 된 맥심 표지를 소재로 삼아 문제가 됐다”며 “때문에 이를 패러디한 장 화백의 만평에 대해 ‘안 좋은 이미지를 연상할 수 있다’며 이의를 제기한 한겨레 일부 구성원들의 선의를 이해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협회는 △만평에 대한 이해부족 △만평이 삭제되기까지의 절차의 문제 △이와 유사한 일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을 들어 문제를 제기했다.


시사만화협회는 “한겨레 내부에서 지적했듯 맥심 표지는 여성에 대한 성적혐오와 성범죄를 연상시킬 수 있다. 하지만 이를 이유로 만평을 삭제한 건 만평에 대한 이해부족이라고 본다”며 “작가는 오히려 맥심 표지의 문제를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했기에 이 만평을 그렸다. 작가는 약자와 소수자에 대한 권력의 폭력이 성폭력과 닮았음을 정확하게 지적했다”고 주장했다.


또 “같은 날 노컷뉴스는 같은 소재의 만평을 가감 없이 내보냈고 ‘대통령 풍자 포스터’로 유명한 이하 작가도 같은 소재의 작품을 자신의 SNS에 공개했다”며 “풍자에 대한 마음을 열고 이해할 수 있다면 더욱 건강하고 진일보한 사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9월7일자 'CBS 노컷 만평'

시사만화협회는 만평의 삭제 절차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협회는 “마감과 데스크의 승인, 조판까지 마무리한 시점에서 몇몇 기자들의 문제제기 때문에 인쇄 직전에 만평을 삭제한 것은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라며 “한겨레는 이 과정은 만평뿐만이 아니라 지면에 나가는 모든 콘텐츠에 해당한다고 해명했지만 더욱 걱정스러울 뿐이다. 명백한 오류나 엠바고가 걸려있지 않은 이상 ‘몇몇 기자들의 우려’가 기사삭제로 이어지진 않을 것으로 기대하고 싶다”고 전했다.


시사만화협회는 이번 일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도 문제 삼았다. 협회는 “이번 건 외에도 최근 부당한 만평수정 요구가 있었다는데 ‘백낙청 교수가 조중동과 동급으로 묘사하는 건 곤란해서’라든가 ‘광고국 요청’에 의해 삼성관련 만평의 수정이 있었던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며 “한겨레는 ‘작가와의 신뢰 관계를 훼손할 압박은 없었다’고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백낙청’과 ‘삼성’은 여러 가지 이름으로 바뀌어 작가를 압박할 것이다. 자기검열은 그래서 무섭다”고 비판했다.


시사만화협회는 “한겨레는 서슬 퍼런 권위주의 정권 시절 언론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해 태어났고 그래서 시사 만화가들에게 특별한 공간”이라며 “그렇기에 시사 만화가들이 받은 마음의 상처는 크다. 하지만 우리는 한겨레에 사과를 요구하지 않을 것이며 그저 오류를 인정하고 차후 만평에 대한 표현의 자유가 침해되는 상황이 벌어지지 않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또 “차후의 상황에 대해 예의주시하며 한겨레가 거듭 신뢰받는 언론으로 존재할 수 있도록 필요한 행동을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겨레는 최종판 인쇄 직전인 지난 7일 밤 10시, 장봉군 화백에게 연락해 몇몇 기자들이 만평에 문제를 제기했다며 최종 삭제 결정을 내렸다. 이후 만평 작가인 장봉군 화백은 창작에 대한 지나친 침해라고 주장했으나 한겨레는 기자 여러 명이 문제를 제기해 게이트키핑 차원에서 뺄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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