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장봉군 화백 만평 삭제 논란

장 화백 "창작자에 대한 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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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제된 9월8일자 '한겨레 그림판'

한겨레의 만평인 ‘그림판’이 인쇄 직전에 삭제돼 논란이 일고 있다. 만평 작가인 장봉군 화백은 창작에 대한 지나친 침해라고 주장했으나 한겨레는 기자 여러 명이 문제를 제기해 게이트키핑 차원에서 뺄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이다.

 

해당 만평은 최근 논란이 된 맥심코리아의 표지를 패러디한 것이다. 맥심코리아는 9월호 표지와 지면에 ‘나쁜 남자’를 주제로 여성 납치·살해 등을 연상시키는 화보를 실어 반발을 산 바 있다. 만평에서는 박정희 전 대통령을 우상화하려는 국정 교과서 개정 움직임을 비판하기 위해 박 전 대통령을 ‘나쁜 남자’로 묘사했다. 박 전 대통령 옆에는 ‘진짜 나쁜 남자는 바로 이런 거다. 경제발전 했으면 됐지’라는 문구가 쓰여 있고 자동차 트렁크 바깥으로는 여성으로 추정되는 사람의 다리가 청테이프로 묶여 있다. 다리에는 ‘민주주의’가 쓰여 있다.


한겨레는 최종판 인쇄 직전인 지난 7일 밤 10시, 장봉군 화백에게 연락해 몇몇 기자들이 만평에 문제를 제기했다고 전했다. 여성 비하물을 패러디해 논란의 소지가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결국 만평은 수정하기에 시간이 부족해 최종 삭제 결정이 내려졌다.


장봉군 화백은 “한겨레 만평을 그린 이후 그림이 삭제된 것은 처음”이라며 “당일에는 편집국장의 재량에 맡겼지만 다음날 만평이 삭제되니 역시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었다. 논란의 여지는 있을 수 있으나 빠질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하며 지나친 창작자에 대한 침해인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이에 대해 “화백의 표현의 자유를 존중하고 앞으로도 그럴 생각”이라면서 “다만 독자들이 수용하기에 표현이 지나치다면 문제제기를 할 수 있다. 게이트키핑 권한도 편집국장이 갖고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한겨레는 “사람마다 의견이 다를 수 있다. 해당 만평을 보고 충분히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불쾌감을 갖는 사람들도 있다”며 “시간상 수정할 수 없어 빼기로 결정한 것이고, 이러한 과정은 만평뿐만 아니라 지면에 나가는 모든 콘텐츠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한겨레 만평은 8일자에 이어 9일자도 나오지 않은 상태다. 장 화백은 “8일 바로 휴가원을 냈다”며 “열흘 정도 쉴 예정”이라고 말했다.

강아영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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