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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로 옮겨갔을 뿐…뉴스 찾는 독자·시청자는 그대로”

[창립 51주년 특집]편집·보도국장 좌담회

김달아 기자2015.08.19 12:25:00

이제 독자와 시청자는 디지털 공간에 있다. 언론도 그들을 따라 뉴스룸을 정비하고 관련 콘텐츠를 제작하는 등 혁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기자협회보는 한국기자협회 창립 51주년을 맞아 뉴스룸 책임자들이 디지털 시대, 무엇을 고민하고 뉴스룸에 산적한 각종 현안의 방향을 어떻게 잡고 있는지 묻는 좌담회를 마련했다. 지난 6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프레스센터 13층 기자협회 회의실에서 열린 이번 좌담회에는 고재학 한국일보 편집국장, 방문신 SBS 보도국장, 최훈 중앙일보 편집디지털국장이 참석했다.


사회=편집·보도 방향의 우선순위를 어디에 두고 있나.

고재학 한국일보 편집국장=독자들이 신문을 보는 시간이 하루 평균 10분이라고 한다. 종이와 TV를 떠나 디지털 세계로 이동하고 있다. 신문의 성격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이제 속보 중심의 백화점식 보도는 의미 없다. 다른 매체에서는 볼 수 없는 한국일보만의 기획, 단독 등 차별화된 콘텐츠의 양을 늘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최훈 중앙일보 편집디지털국장=정보와 매체의 홍수 시대다. 종이신문은 ‘Everything about something’이다. 특정 사안을 집중해 보도하되 어떤 점을 부각할 것인가 선택해야 한다. 중앙은 속보보다 정확성과 심층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반면 디지털은 ‘Something about everything’으로 수용의 한계가 넓기 때문에 연성뉴스 중심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 전체적으로 특종, 기획기사 발굴에 중점을 두고 있는데 최근 반퇴시대, 2030청춘리포트 기획 등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액션캠을 부착한 채 하수구에 들어가 취재한 뒤 지면 기사에 QR코드를 배치, 독자들이 바로 동영상을 볼 수 있게 하는 등 새로운 실험들도 하고 있다.


방문신 SBS 보도국장=‘왜’라는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심층성, 생생한 현장성을 뉴스 판단의 주요 근거로 삼고 있다. 방송은 지면처럼 기사 하나하나가 낱개로 돼 있는 것이 아니라 51분 동안(8시 뉴스 기준) 뉴스가 흘러가기 때문에 새로움·분석·흥미의 적절한 조화를 강조하고 있다. 여기에 리포트의 길이, 주제 등의 완급 조절로 전체적인 균형을 맞추고 있다. 또 뉴스가 지루하지 않도록 심층 기획, 고발 중심의 기동취재, 생활 속 현장, 생생 리포트 등 무게감이 다른 코너 등을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있다.


▲지난 6일 기자협회 창립 51주년 기념 편집·보도국장 좌담회를 끝내고 참석자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최훈 중앙일보 편집디지털국장, 방문신 SBS 보도국장, 고재학 한국일보 편집국장.


사회=뉴스 소비경로가 모바일 등으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 디지털 전략이 궁금하다.

방문신=지상파 중 콘텐츠 디지털화에 가장 큰 촉각을 세우는 곳이 SBS다. 상대적으로 2049 젊은 시청자층이 많다 보니, 지금 TV를 떠나는 사람이 있다면 우리의 주 시청자가 다른 디바이스로 이동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뉴미디어 전략은 8시 뉴스와는 다르다. 팩트 자체를 왜곡하지 않는 한 형식과 내용에 자율성을 부여했다. 영상을 다양화하고 전달 방식을 다르게 해보자는 취지에서 뉴스 동영상 서비스인 비디오머그나 스브스뉴스, 카드뉴스 등을 만들었다. 방송기자 특유의 ‘말’을 살려보자는 뜻에서 골룸(골라듣는 뉴스룸), 매일 다양한 주제로 진행되는 팟캐스트 등도 마련했다. SBS의 페이스북 팔로우 수는 60만 명이다. 다른 지상파 방송사가 2~3만 명 수준임을 고려하면 엄청난 것이다. 내부에서는 현재까지의 뉴미디어 전략은 성공했다고 자평하고 있다.


최훈=최근 가장 충격적인 뉴스는 니케이의 파이낸셜 타임스(FT) 인수다. 니케이와 FT의 온라인 유료독자를 합하면 93만 명. 월스트리트저널(91만명)을 뛰어넘는다. 미국의 경우 종이신문의 수익이 50달러 줄어들 때 디지털 수입이 1달러 정도 늘어난다는 통계가 있다. 주 수익원이 종이신문인 상황에서 대세가 된 디지털에 어떻게 적응할 수 있을까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다. 중앙일보는 지난해부터 편집국장 직함을 ‘편집디지털국장’으로 변경했다. 지면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디지털도 병행해야 한다는 의지를 담았다. 이런 맥락에서 JTBC와의 인적 교류도 적극적이다. 신문기자로서 기사 쓰기뿐 아니라 방송능력 등 디지털마인드를 높이기 위한 방안이다. 편집국 안에 7개의 전광판을 설치해 온라인에서 어떤 기사가 지금 가장 많이 읽히고 있는지 1분 단위로 파악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 윤일병 폭행 사망사건 등을 다큐멘터리 동영상으로 만들어 올리기도 했다. 최근 중앙 모바일 트래픽이 50%가량 늘어났다. 콘텐츠를 더욱 적극적으로 디지털화할 수 있는 방향을 고민 중이다.


고재학=디지털 시대의 도래가 올드미디어에 위기일 수 있지만 오히려 기회일 수도 있다. 포털이 뉴스를 블랙홀처럼 빨아드리는 모습을 목격하면서 올드미디어가 위축되고 방황했는데, 한편으로 생각하면 주체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다양한 플랫폼이 등장한 것 아닌가. 신문사 편집국을 콘텐츠 생산 기지라고 생각하고 있다. 아직 기자들에게 디지털 마인드가 완벽하게 체화된 것은 아니지만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관심 분야에 대한 블로그를 운영하는 논설위원도 늘어나고 있다. 종이신문·웹페이지·모바일·인터넷 방송을 아우르는 콘텐츠를 생산하는 멀티미디어가 된다는 마음으로 여러 실험을 하고 있다.

사회=오프라인에 적응된 기사 쓰기와 제작 관행, 그리고 뉴스룸 구조가 플랫폼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다.

방문신=방송은 신문으로 영역을 확대하고, 신문은 방송으로 영역을 확대해 나가고 있는 것이 플랫폼 변화에 적응하는 과정 아닐까. 이제 방송기자도 리포트만으로는 생존이 쉽지 않다는 위기감이 든다. TV리포트 외에 별도의 심층적 텍스트,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정보에 대한 분석을 요구하고 있다. 텍스트를 강화하자는 취지로 취재 뒷이야기를 담은 ‘SBS 취재파일’을 선보였는데 지금은 상당히 자리 잡았다. 방송기자가 순수 텍스트만으로 신문기자와 경쟁하는 것 자체가 의미 있다. 예전에는 8시 뉴스 리포트만 하면 됐는데, 지금은 취재파일이라는 텍스트를 또 쓴다. 올해부터는 온라인에서 인기를 끌었던 취재파일을 또다시 별도의 방송용 콘텐츠인 ‘취재파일 플러스’로 제작해 아침 뉴스에 내보내고 있다. 오프라인-온라인-오프라인으로 이어지는 사이클이다. 멀티형 기자들일수록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같은 시스템 변화가 디지털화에 대한 SBS 뉴스룸의 대응이다.


최훈=신문 같은 전통언론은 스토리텔링, 심층적 텍스트 등 글쓰기에 강점을 가진다. 디지털에 비해 여러 필터링을 거친 후 검증됐기 때문이다. 디지털은 많은 정보를 신속하게 전달하면서 실시간 상호작용을 구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 두 장점을 극대화하기 위한 통합 뉴스룸이 대세다. 디지털은 기술 기반이고 신문은 텍스트 중심이기 때문에 마찰을 빚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다. 하지만 신문과 디지털 부서를 한 사무실에 마련해 놓고 보니 소통이 원활하다는 장점이 있었다. 실시간 전광판을 보면서 공동 작업이 가능하고 이슈별로 취재기자·그래픽디자이너 등으로 이뤄진 TF 구성도 쉽다. 얼마 전 의정부고등학교의 졸업사진이 인터넷에서 인기를 끌었다. 우리도 온라인에 원본 그대로 올렸더니 반응이 좋았다. 여기에 사회부 기자들이 취재한 내용을 더해 5일 뒤 카드뉴스를 만들어 내보냈더니 원본보다 ‘좋아요’가 5배 이상 나오더라. 종이신문의 강점에 디지털의 장점을 결합해 시너지를 얻은 것이다. 종이신문이 가진 저널리즘의 원칙을 살리면서 혁신을 해나가야 한다. 정답은 없다. 언론사마다 다 다를 것이다. 지금은 최적의 모델을 찾아 나가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고재학 한국일보 편집국장

속보 중심 백화점식 보도 의미 없어
편집국 온·오프라인 콘텐츠 생산기지
고참기자 제역할 하겠다는 자세 필요
기자 본질적 역할·사회적 가치 불변
각종 현안 쉽게 전달하는 게 전문성


고재학=신문과 방송은 이미 100~200년 역사 속에서 나름대로 합리적인 모델을 찾았다고 볼 수 있는데 디지털은 그러지 못하다. 10년 이상 신문기자로 일한 사람은 디지털에 적응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대폭 물갈이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생존을 위해서는 통합 뉴스룸으로으로 갈 수밖에 없다. 신문은 광고 지대수업이 가장 큰 매출원이다. 현재 인터넷 언론이 6000~7000개에 이르고 하루에도 수십 개씩 생겨난단다. 매체는 늘어나지만 광고시장은 한정돼 있다.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통합 뉴스룸 속에서 멀티플레이어 기자로 성장하지 못하면 생존은 어려울 것이다.

사회=뉴스룸 고령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어떤 대책을 마련하고 있나?
고재학=그동안 한국일보의 정년은 만 58세였고 내년부터 60세로 늘어난다. 지난해 파업 등 특수한 상황에서 기자들에 대한 구조조정을 한 적은 있지만 일반적으로 그런 선택은 쉽지 않다. 나이가 들어도 경력을 살려 생산성 있는 역할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요즘엔 선임기자, 전문기자, 대기자 등 타이틀을 부여하기도 한다. 한국일보도 선임기자제를 운영 중이다. 하지만 선임기자를 선호하는 분위기는 아닌 것 같다. 일정 나이 이후에는 논설위원이나 관리직으로 가야만 합당한 역할을 받았다고 생각하는 문화가 존재한다. 이런 이유로 시니어 기자가 현장에서 취재 활동하며 콘텐츠를 생산하지 못하는 현실이다. 정년이 늘어나고 고령자 비율이 늘어날수록 선임기자가 증가할 수밖에 없는데 사실 제도적으로 마땅한 해결책이 떠오르지 않는다. 본인들이 사회 현실을 감안해서 적극적으로 역할을 하겠다는 자세를 갖는 게 중요하다. 또 지금 이 모습이 후배들의 미래이지 않나. 후배들도 선배가 현장에서 뛸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주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방문신 SBS 보도국장

            심층성·현장성 살아 있는 뉴스 지향
            모바일·SNS 등 맞춤형 콘텐츠 제작
            방송기자 리포트만으로 생존 어려워
            뉴미디어, 고참기자 영역 확장돌파구
            정보과잉시대 전문지식 쉽게 전달해야


방문신=SBS가 창립한 지 만 25년 되면서 기자들 인적구조가 역피라미드로 변했다. 시대가 달라지다 보니 뉴스의 소비·시청방법, 소비패턴이 바뀌었지만 ‘뉴스’라는 본질은 늘 존재한다. 때문에 고참 기자들의 축적된 경험이 중요하다. 뉴스 전체를 바라보는 시야의 폭, 시각의 넓이가 젊은 기자들과는 다르다. 이제 고참 기자들의 경험을 달라진 뉴스룸에서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 고민해야 한다. SBS는 뉴미디어 영역에서 활용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디지털 시대가 시니어 기자들에게 위협이 되기도 하지만 나름대로 개인의 영역을 넓힐 수 있는 돌파구가 될 수 있다. 글을 잘 쓰거나 토론을 잘하거나 친절한 설명을 잘하는 기자 등 각자의 장점을 부각할 수 있는 공간이 뉴미디어에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최훈=그동안 중앙일보는 정년이 55세로 짧았다. 지금까지는 고령화라기보다 너무 빨리 퇴직하는 게 문제였다. 내년부터 60세 이상이 적용되면 인적 구조가 달라질 것이다. 고령자를 어떻게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어떤 임무를 줘야 하는지 고민이다. 또 그동안 시니어 기자들이 쌓아 올린 경험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도 생각하고 있다. 60세까지 일할 기자들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각종 시스템도 다시 돌봐야 한다. 무엇보다 기자 한 명을 양성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기자들의 조로화를 막기 위한 방법도 찾아야 한다.

사회=요즘 블로그 등에서 기자보다 깊이 있는 뉴스를 다루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기자들의 업무량은 늘어나긴 했지만, 단편적인 내용만 전달하고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방문신=기자들의 전문성을 무엇으로 규정하느냐에 따라 다르다. 기자들의 전문성을 전문가의 지식과 동일시하는 것에는 선뜻 동의할 수 없다. 그런 논리라면 기자들은 다 박사학위를 가져야 하는데 그것은 아니지 않나. 물론 의학 등 몇몇 영역은 전문가가 맡아야 하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전문가와 기자는 분명히 다르다. 전문성이 있되 전문가와 구별 짓는 기자의 특징은 단순화 능력이다. 어떤 사안을 학자처럼 나열하는 게 아니라 우선순위가 무엇인지 분류하는 능력이 기자의 전문성이다. 소위 ‘야마’라 불리는 핵심 주제를 잘 잡는 것이다. 기자는 전문가들의 다양한 의견을 듣고 독자들이 궁금해하는 것이 뭘까 고민하고 그걸 찾아내는 역할을 해야 한다.


▲최훈 중앙일보 편집디지털국장

종이신문-심층성, 디지털-연성뉴스 균형
편집국 전광판 온라인뉴스 실시간 보여줘
지면기사에 QR코드…동영상 바로 볼 수 있어
뉴스 있는 한 신문과 기자 사라지지 않을 것
기자에게 필요한 건 따뜻한 눈과 비판적 시각


최훈=중앙일보 기자를 하다가 로스쿨에서 공부한 뒤 최근에 다시 복귀한 기자가 있다. 이처럼 법·의학·환경 등 전문가적 식견이 필요한 분야도 있다. 하지만 모든 기자가 박사급의 지식을 가질 필요는 없다. 기자들의 전문적인 속성은 독자가 무엇을 궁금해하는지 균형감각을 가지고 사건에 접근하는 것이다. 기자는 다양한 전문가 그룹과 늘 소통하고 네트워크의 주재자 역할을 해야 한다. 어떤 사안이 발생했을 때 전문가들에게 질문을 던지고 그들에게 관련 사안에 대한 분석을 얻어야 한다.


고재학=균형을 유지하며 사안을 바라보고 그것을 독자들에게 쉽게 전달하는 것이 기자의 전문성이다. 기자들은 그런 훈련을 전문적으로 받은 사람들이다. 디지털 시대에 접어들어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깊이 있는 콘텐츠를 생산하며 독자들과 접점을 찾아가고 있다. 예전에는 기자가 각 분야에 대해 얕은 지식만 가지고 있더라도 독자들이 이를 비교·평가할 수 있는 기준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온갖 분야 전문가들의 정보와 글이 유통되고 있다. 기자도 자기가 맡은 분야의 전문적 지식을 갖추는 데 일정 부분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회=언론사의 수익사업에 기자들이 내몰리고 있다. 기자들이 샐러리맨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고재학=얼마 전 광고주협회에서 유사언론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120여 개 언론사를 발표했다. 국내 제도권 언론사가 상당수 들어가 있었는데 한국일보는 빠져있었다. 내부에서는 우리 기자들이 광고에 너무 무관심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웃음) 한국일보는 오랫동안 대주주가 자기 역할을 못 하다 보니 편집국도 방치돼 있었다. 때문에 아이러니하게도 광고, 영업 등에 대해선 자유로운 측면이 있었다. 언론사가 다수의 광고주에게 손가락질받을 정도로 과도한 협찬요구·광고영업을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하지만 매체가 늘어나면서 광고효과가 이전보다 많이 줄어들어 광고만으로는 먹고살기 어려워졌다. 현실적으로 언론사가 포럼이나 기타 수익사업을 할 수밖에 없다. 이런 부분에 대해 기자들도 관심을 두고 어느 정도 도울 필요는 있다고 본다. 신문사의 주력은 분명 편집국이다. 다만 미디어 산업이 갈수록 열악해지는 상황에서 신문사로서 지속 가능한 미래를 담보하기 위해, 광고 이외에 또 다른 수익모델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아이디어를 기자들이 경영진에게 제공해주면 어떨까.


방문신=언론 산업이 위기이기는 하지만 지상파는 다른 매체에 비해 아직은 나은 편이다. 기자들에 대한 광고 압박, 포럼 협찬에 동원되는 일은 별로 없다. 다만 경영진의 측면에서 보면 이 상황에 대한 위기의식 정도는 기자들도 공유했으면 좋겠다.


최훈=예전에 논설위원과 언론사 경영진은 엘리베이터도 함께 타지 말라, 말도 섞지 말라는 이야기가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협업해야 할 때다. NYT도 사업보고서에서 사업부와 편집국이 대화를 트니 경영이 잘 된다고 밝히기도 했다. 상황상 협찬기사를 아예 하지 않을 수는 없다. 다만 이 과정을 내부적으로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 협찬기사를 내보내야 할 때 부장 에디터 국장이 모두 승인하도록 하는 3단계 체계를 만들었다. 이 3명 중 한 명이라도 부정적 의견을 내면 저도 그 결정을 존중한다. 불편·불이익을 최소화하기 위한 하나의 방안이다.

사회=10대 사양 직업에 신문기자가 꼽히기도 했다. 기자는 진짜 사라질 것인가.
최훈=얼마 전 미국에서는 신문기자가 최악의 직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판단 기준은 정서적·신체적 업무환경, 연봉, 전망, 스트레스 등이었다. 일에 대한 보람이나 열정, 공적 영역에서의 영향력, 인적 네트워크 등 정성적인 요소는 빠져 있었다. 이 조사를 그대로 받아들이기엔 문제가 있다. 하지만 근무환경이 열악한 점은 사실인 것 같다. 후배들이 즐겁게 일할 수 있도록 선배들이 노력하라는 메시지로 받아들이고 있다. 종종 신문이 언제 없어지느냐는 질문을 받곤 한다. 하지만 뉴스가 있는 한 신문과 기자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뉴스의 수요는 늘어나고 있다. 뉴스를 전달하는 플랫폼이 온라인, 모바일로 옮겨갈 뿐이다. 좋은 뉴스를 활자화하고 방송으로 내보내는 것, 언론의 본질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방문신=예전에는 정보를 가지고 있는 것이 경쟁력이었다. 정보 과잉 시대에 접어들자 누구나 기자 역할을 할 수 있게 됐다. 그들의 영향력은 제한적일지라도 매체의 역할을 하는 것은 사실이다. 기자의 위기라는 말도 나온다. 하지만 기자는 정보를 독점적으로 공급한다는 특혜만 잃은 것뿐 그 역할은 더욱 강조되고 있다. 쓰레기와 정보를 구별해낸 뒤 제대로 분석하고,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것에 대한 전문적 지식을 쉽게 전달해주는 것이 기자다. 언론이 사양 산업이라지만 시대의 변화에 따라 기자가 어떤 자세를 취하느냐의 차원에서 다시 바라봐야 한다.


고재학=요즘 견습기자 채용을 진행 중이다. 모든 언론사에 일반화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최근 2~3년 전부터 대기업이나 금융회사, 공기업 등 언론사보다 높은 연봉을 받던 이들을 면접장에서 보게 된다. 왜 그런 직장에서 나와 기자가 되고 싶으냐고 물어보니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고 공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며 사회를 바꿀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하더라. 당장 시대의 흐름에 따라 플랫폼의 변화는 있겠지만 기자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기자의 본질적인 역할과 사회적 가치는 분명히 있다고 본다.

사회=선배로서 후배 기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방문신=농담 반 진담 반으로 현장기자는 갑, 부장은 7갑 3을, 국장은 5갑 5을, 사장은 을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언론사만의 특징일 수도 있지만, 위에서 느끼는 위기의식과 아래서 느끼는 것의 정도가 다르다는 뜻도 된다. 언론 생태계의 변화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이다. 이 자리에 있는 우리는 10년 뒤 은퇴하겠지만 지금 취재 현장에 있는 기자들에게는 더 가혹한 현실이 닥칠지도 모른다. 미디어 시장은 말할 것도 없고 언론노동환경 자체가 우리의 상상을 벗어날 만큼 확 달라져 있을 것이다. 똑같은 위기라도 예고된 위기는 준비됐기 때문에 위기로 나타나지 않는다. 진짜 위기는 아무런 준비도 없는 이들에게 악마처럼 갑자기 나타난다. 지금 현장에 있는 젊은 기자들이 촉수를 들이대 현 상황을 진단하고 미리 공부했으면 좋겠다. 항상 위기의식을 가지고 현실에 안주하지 말길 바란다.


최훈=현장에서 뛰는 기자 후배들은 우리 언론과 우리나라의 소중한 자산이다. 자신감을 갖고 스스로를 아끼되 항상 사람과 사회에 대한 애정을 품고 있었으면 좋겠다. 따뜻한 눈을 가지고 비판적 시각으로 바라볼 때 자신이 속한 사회를 발전시킬 수 있다. 세월호 당시 현장에서 실수도 있었고 중앙일보도 이에 대해 반성문도 게재했지만, 언론계 선배로서 기레기라는 단어가 참 마음 아팠다. 기자협회 등 관계기관뿐 아니라 독자·국민들도 현장에서 고생하는 기자들을 따뜻한 애정의 눈으로 지켜봐 주셨으면 한다.


고재학=미래의 취재여건이 지금보다 나아지지는 않을 것 같다. 플랫폼은 더욱 늘어날 것이다. 스스로 경쟁력을 키워야만 기자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다. 기자로서 정확하고 깊이 있는 콘텐츠를 생산하려면 끊임없이 공부해야 한다. 이제 콘텐츠 멀티플레이어가 되기 위해 노력하길 바란다.



사회=김성후 기자 kshoo@journalist.or.kr

정리=김달아 기자 bliss@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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