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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부각하는 1면 사진…권력 중심 보도관행

<11개 일간지 1면 사진 분석>
대통령 사진 매체 평균 25.9회
조선·세계 35회…한겨레 5회
중요한 대통령 행보 이론 없지만
이벤트성 동정 자주 등장 문제
“대통령·청와대 눈치보기” 비판

김희영·김달아 기자2015.06.23 22:59:47

지난 3일 동아·조선·중앙일보와 매일경제, 한국경제 1면에는 같은 사진이 실렸다. 전날 전남 여수에서 열린 전남창조경제혁신센터 출범식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의 사진을 게재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이앙기에 올라 운전 시범을 보이는 허창수 GS그룹 회장을 바라보며 환하게 웃고 있었다.


그러나 이날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산으로 2명이 숨지고, 최초로 3차 감염자까지 나온 시점이어서 해당 언론사들의 1면 사진을 두고 논란이 일었다. 당시 박 대통령은 메르스 관련 회의를 최경환 경제부총리에 맡긴 채 예정에 있던 12번째 창조혁신센터 출범식에 참석했다. 단순히 출범식 사진을 싣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문제점을 충분히 지적해야 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조선은 이날 사설에서 ‘메르스 비상사태, 대통령은 어디 갔나’라며 박 대통령의 위기대응 방식을 꼬집었지만 1면 사진에서는 이 같은 시각을 엿볼 수 없었다. 지난 8일 조선일보 독자권익보호위원회는 “대통령이 웃고 있는 사진을 크게 실은 것은 국민 생각과 동떨어진 편집이었다”며 “창조혁신 행사는 전국 17개 시·도에서 다 하기 때문에 그동안 관련 기사가 열 번쯤은 나갔을 것이므로 기사 가치가 작다고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종합일간지 A 논설위원은 “대통령이 뭘 하고 있는지가 문제된 날인데 이날 창조혁신센터 사진을 1면에 쓴 언론사는 판단을 잘못한 것”이라며 “다른 정권 때도 마찬가지이지만 예우와 관계를 고려해 1면 사진을 선택하는 경우가 아주 흔하다”고 말했다. 



1면 사진은 신문의 ‘얼굴’이다. 머리기사만큼이나 해당 언론사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슈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독자들은 1면 사진을 통해 오늘의 세계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파악한다. 편집국 수뇌부들이 1면 사진을 고르기 위해 장고에 장고를 거듭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기자협회보가 박근혜 대통령 집권 3년차인 올해 1월1일부터 6월22일까지 종합일간지 9개와 경제지 2개의 1면 사진(최종판 기준)을 분석한 결과 박 대통령이 1면 톱 사진에 등장한 빈도는 매체 평균 25.9회였다. 


조선일보와 세계일보가 35회로 가장 많았고 국민일보가 33회, 중앙일보·한국경제가 31회로 나타났다. 이어 동아일보(29회), 매일경제(25회), 서울신문(23회) 순이었다. 경향신문과 한국일보는 각각 20회, 18회를 실었으며 한겨레가 5회로 가장 적었다.


특히 대통령 중동 순방,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 피습 등이 있었던 3월에는 그 횟수가 월등히 높아 조선일보 12회, 한국경제·세계일보 9회, 동아일보·국민일보 8회 등을 기록했다. 조선의 경우 3월 한 달간 사실상 이틀에 한번 꼴로 박 대통령의 모습이 1면에 등장했다.


신문사마다 차이는 있지만 일반적으로 1면 사진은 편집국장과 편집부장, 사진부장, 주요면 편집책임자 등이 배석한 가운데 논의를 거쳐 정해진다. 최종 결정 권한은 편집국장에게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A 논설위원은 “국장이 무슨 생각을 하느냐에 따라 1면 사진이 좌우되고 그 성향이 그대로 드러난다”고 말했다. 


대통령은 ‘뉴스 메이커’라는 점에서 신문 1면에 빈번히 등장한다. 일간지 B 편집기자는 “대통령의 움직임과 표정, 워딩은 정책결정의 상당부분을 차지한다”며 “대통령의 행보에는 항상 국민적 메시지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주요 이슈와는 동떨어진 대통령 동정 보도로 ‘과연 1면 사진의 가치가 있는지’ 의아해지는 경우도 흔하다. 


특정 이슈가 있거나 대통령의 행보가 중대한 의미를 가질 경우 1면 톱 사진에 배치되는 것은 논란의 여지가 없다. 지난 1월13일에는 전날 있었던 대통령 신년기자회견 사진이 모든 신문 1면에 공통적으로 실렸고, 3월18일에는 공무원 연금개혁, 최저임금 등을 둘러싸고 대통령과 여야대표가 만나는 모습이 모든 신문에 실렸다. 


▲신문 1면에 실린 박 대통령 사진들.

반면 박근혜 정부의 핵심 사업인 지역 창조경제혁신센터 출범은 때마다 신문 1면 사진에 단골로 등장해 그 보도가치에 의문이 제기된다. 해당 지자체와 기업에 대한 형평성 차원에서 매번 비슷한 비중으로 보도할 수밖에 없다는 게 일부 편집 관계자의 설명. 그러나 일간지 C 편집부장은 “창조혁신센터 출범의 경우 일부러 사진을 다 싣지 않는다”며 “특별히 선입견을 갖는 것은 아니지만 일일이 중계하는 식으로 쓰는 것은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지난 5월16일 동아·조선·중앙은 전날 열린 제34회 스승의 날 기념식에 앞서 박 대통령이 중학생 시절 담임선생님을 만나 환하게 웃는 사진을 1면에 실었다. 전형적인 미담성 동정 보도다. 중앙은 사진 설명에서 “박 대통령은 성심여중 2학년 때 담임이었던 김혜란 선생님이 가져온 학창 시절 사진을 들어 보이며 ‘꿈같은 시절이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김서중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현 정부에서는 정책적 논쟁의 중심에 대통령이 등장하는 경우가 드물다”며 “위기 상황을 대통령의 이벤트성 행보로 돌파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부각시키는 방법이 신문 1면에 실리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언론이 이를 부각시키고 있다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충분히 그런 의심을 받을만 하다”고 말했다.


일간지 D 편집국장은 “사진이 갖고 있는 메시지와 시각적 효과 등 크게 두 가지 기준으로 고르면서 독자가 어떻게 받아들일지 감안한다”며 “대통령 사진을 1면에 실을 정도로 내용적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 대통령 일정 중에 이벤트성 연출이 많은 만큼 1면에 받아 싣는 것은 피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해 8월19일에도 각 언론사 1면 사진들이 눈길을 끌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국에서 일정을 보내고 있을 당시, 대부분의 언론은 위안부 할머니들의 손을 잡아주는 교황의 모습이나 출국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손을 흔들어 인사하는 교황을 1면에 실었다. 그러나 조선은 박근혜 대통령이 기념메달과 묵주 등 프란치스코 교황의 선물을 받는 장면을 1면 사진으로 택했다.


일간지 E 선임기자는 “결국 대통령이나 청와대 눈치보기 아니냐”고 비판했다. 청와대 관계자가 직·간접적으로 대통령 사진을 1면에 걸어줄 것을 요청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B 편집기자는 “어느 정권 때나 다 그렇다”며 “정무수석이나 홍보수석이 왜 필요하겠나”라고 반문했다. 


일간지 F 편집부장은 “결국은 독자들이 판단하는 것이다. 대통령 사진이 너무 많이 나온다는 지적이 있거나, 반대로 우리만 쓰지 않았다는 항의가 들어오면 이를 반영하게 된다”며 “의례적인 사진은 제외하고 빈도를 조절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완수 동서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한국 언론에는 아직 권력 중심적, 대통령 중심적 보도관행이 남아 있다”며 “대통령은 뉴스 메이커인 만큼 중요한 국가 정책이나 국민의 생활에 직결된 내용이라면 보도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사소한 동정 기사가 자주 실리는 것은 저널리즘 품격의 측면에서 문제가 될 수 있으며 오히려 정책에 대한 국민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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