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성원과 불화하는 대전일보 경영진

노조 대화 요구 묵묵부답
부당인사등 강경대응일관
고소 취하 서명 종용까지
시민단체도 경영진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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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일보의 노사 갈등이 해결점을 찾지 못하고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사진은 대전 서구에 위치한 대전일보사.

대전일보 경영진이 자리한 사옥 5층에는 지령 2만호를 축하하는 화환이 줄지어 놓여있었다. 화려한 겉모습과 달리 분위기는 냉랭했다. 문은 굳게 닫혀있었고, 뭐 하러 여기까지 왔느냐는 반응이었다. 지난달 27일 취재차 직접 찾은 대전일보에서 한 간부는 기자를 문전박대했다. 구성원과의 소통을 외면하는 경영진의 모습 그대로였다.


대전일보는 지난달 12일 지령 2만호를 맞았고, 올해는 창간 65주년이다. 대전일보는 대전충남 지역 “영향력·신뢰도 1위 최고 정론지”라는 여론조사 결과를 내놓으며 “대전일보 임직원 모두는 지역 대표 신문에게 부여된 사회공기(公器)로서의 소임과 책무를 더없이 무겁게 인식한다”고 했다. 


그러나 대전일보 내부 구성원간 신뢰는 점차 무너지고 있었다. 지난해 9월 노사 임금·단체협상 과정에서 불거진 갈등은 노조위원장에 대한 대기발령, 검찰 고소로 이어졌다. 노조 집행부와 편집국 간부에 대한 부당인사 논란도 불거졌다. 사측은 수차례의 면담요청에도 묵묵부답이었다.


대전·충남지역 언론사의 한 기자는 “(대전일보)사측이 과하게 대응하는 것 같다”면서 “조속한 시일 내에 원만하게 해결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일이 오래가면 나중에는 사안의 핵심을 잊고 감정싸움이 돼 한솥밥 먹던 사람들도 얼굴조차 안 보게 된다”며 후유증을 우려했다.


사측은 장길문 노조위원장에 대한 충남지방노동위원회의 부당인사 판결에 불복해 지난 1월 중앙노동위원회에 항소했다. 이후 장 위원장은 편집국에 복귀한지 보름도 되지 않아 문화사업국으로 전출됐다. 최근 노조에 가입한 신입 조합원 일부도 당시 직무와 무관한 타국으로 인사발령이 났다. 노조위원장 등 4명은 이에 반발해 대전지방법원에 전보발령효력정지가처분을 신청했다. 


경영진은 더욱 강경한 조치를 취했다. 지난달 24일 노조 성명에 따르면 경영진은 가처분 신청에 동참한 신입 조합원을 불러 미리 작성한 취하 신청서에 서명할 것을 요구했고, 결국 이 조합원은 취하서를 제출했다. 노조는 “정당한 권리행사를 깡그리 무시한 채 압력을 행했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조합원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지난달 26일 사직서를 제출했다.


대전·충남지역 언론·시민단체들은 경영진을 비판하는 성명을 냈다. 지난달 26일 대전민언련 등 11개 단체가 참여한 대전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지역을 대표하는 지역신문으로서 대전일보의 위상과 역할, 이에 맞는 노사관계를 정립하기 바란다”며 “우리는 이번 사태를 예의주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대전충남기자협회, 전국언론노조, 대전충남언론공공성수호연대 등도 성명을 발표하고 부당인사 철회를 촉구했다. 


그러나 내부 구성원들의 사기는 점차 위축되고 있다. 지난해 신입 조합원이 7명에 이르는 등 투쟁 움직임이 활기를 띠었지만 현재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지난 1월 “(제작국으로 발령 난) 김형규 부국장이 다시 펜을 잡을 수 있게 해달라”는 내용의 탄원서는 빛을 보지도 못했다. 사측이 탄원서에 서명하는 직원들에게 징계를 예고했기 때문이다. 지속되는 갈등에 염증을 느끼고 사안을 외면하려는 소수의 기류도 감지된다는 전언이다. 대전일보 한 기자는 “(노사 간) 소통을 해야 갈등이 봉합되고 힘을 모을 텐데 그 단계까지 가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충남지노위의 조정을 거쳐 2014년 임단협을 마무리한 대전일보 노조는 곧 2015년 임단협을 앞두고 험로를 예상하고 있다. 노조 측은 전국언론노조와 민노총 대전본부, 시민단체 등과 연대해 ‘대전일보 정상화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가칭)’ 구성을 고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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