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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잡는 주먹구구 디지털퍼스트

전담 부서·인력 충원 않고 지면·온라인 기사 압박만
전담 조직도 미미한 수준…기자들 인식개선 일방 요구

강아영 기자2015.01.14 13:22:50

# ‘속보 보내시오.’ 종합일간지에 근무하고 있는 A기자는 데스크가 매번 보내는 메시지에 죽을 맛이라고 말했다. 실시간으로 인터넷 속보를 처리해야하기 때문이다. “데스크는 연합뉴스 1~2건 우라까이(베끼기)하면서 뭉그적거린다고 닦달합니다. 그러다 오보라도 나면 그 책임은 제가 뒤집어쓰는데 말이죠. 전화 한 통 돌리지 않고 기사를 쓰다보면 기자가 ‘기레기’라고 불리는 이유를 알 것 같아요.” A기자는 속보와 온라인용 기사 때문에 지면기사를 위한 취재도 제대로 못한다고 고백했다. “온라인 기사, 지면기사, 기획기사의 압박이 교대로 들어오는 탓에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취재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취재한 것보다 쓴 것이 더 많아 자괴감만 들어요.”


# 경제지에 근무하는 B기자는 요새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회사 전략에 따라 지면기사뿐만 아니라 프리미엄기사도 생산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그에게 최근 흉흉한 소식이 들리고 있다. “디지털 퍼스트 전략에 따라 유료 콘텐츠 모델을 계속 늘린다는 얘기가 들리더라고요. 지면기사와 프리미엄기사뿐만 아니라 유료 모델 기사도 추가적으로 생산해야 한다고 하는데 눈앞이 아찔합니다.” B기자뿐만 아니라 많은 동료들도 과도한 업무량에 회의감을 느끼고 있다. “특히 젊은 기자들일수록 힘들어합니다. 이런 상황에 회사는 모바일까지 강화하겠다고 하니 자칫 그 업무까지 일선기자들에게 돌아올까 걱정만 많아지네요.”


언론사들이 디지털 퍼스트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기자들이 흔들리고 있다. 지면기사 외에 온라인 콘텐츠 생산 압박이 더해지면서 업무 부담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주먹구구식으로 디지털을 강조하면서 기자들은 지면과 온라인을 오락가락하고 있다. 이른바 ‘양다리 걸치기’로 인해 어느 것 하나 집중할 수 없어 자괴감만 늘고 있다.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자 최근 들어 온라인 기사 압박이 줄어드는 형국이지만 기자들의 불안감은 여전하다. 종합일간지의 한 기자는 “두 달 전쯤만 해도 하루에 무조건 속보 5개씩 쓰라는 지시가 내려왔는데 요즘은 부장이 지면기사 먼저 쓰고 속보는 대충 처리하라고 말한다”며 “그래도 아예 무시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언론사들은 디지털 퍼스트에 발맞춰 별도 기구를 만들고 전담 콘텐츠 생산 인력을 배치하고 있지만 그 규모나 수준은 여전히 미약한 형편이다. 본지가 11개 언론사의 디지털 퍼스트 전담부서와 기자수를 조사한 결과 전담 기자수 평균은 11.4명이었다. 경향신문, 서울신문, 조선일보, 한겨레를 제외한 나머지 언론사들은 전담 기자수가 10명 내외이거나 그보다 한참 못 미쳤다. 여전히 대다수 신문사의 편집국이 종이신문 위주로 돌아가는 탓에 온라인 업무는 소수 인력이 전담하고, 그 부담은 편집국 기자들이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 


전담부서가 있어도 마찬가지다. 양질의 디지털 콘텐츠를 담보하지 못하는 탓에 일선 기자들이 콘텐츠 생산 부담을 그대로 떠안고 있기 때문이다. 특화된 콘텐츠를 생산해내는 언론사도 있지만 대부분의 디지털 관련 부서는 검색어 기사와 같은 트래픽 증가용 기사를 생산해내는 데 그치고 있다. 종합일간지의 다른 한 기자는 “우리 회사에 디지털 퍼스트 전담 부서가 있긴 하지만 좋은 콘텐츠를 생산한다고 말하기는 민망하다”며 “조회수를 올리는 전담팀으로 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경제지의 한 기자도 “언론사가 제대로 된 콘텐츠를 만들어야겠다는 인식 없이 그저 힘들고 복잡한 업무를 조직 통폐합을 통해 기자들에게 떠맡기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언론사 경영진과 데스크는 기자들의 인식 개선만을 주문하고 있어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경제지의 한 편집국장은 “기자들이 불편을 수용하고 긴장감을 갖고 일해야 어려운 상황을 헤쳐 나갈 수 있다”면서 “스스로 먼저 해보려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경제지의 다른 한 기자는 “열심히 하고는 싶지만 그럴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면서 “지면도 중요하고 디지털도 중요하면 그에 맞게 인력을 충원하든가, 아니면 회사 차원의 집중 전략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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