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준 방통위원장, 이인호 이사장 비뚤어진 역사관 두둔

미방위 확인 국감서 "역사관 업무 수행 영향 주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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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이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방송통신위원회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뉴시스>

24일 국회 본청에서 열린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종합감사에서도 이인호 KBS 이사장의 왜곡된 역사관과 자질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야당 의원들은 물론 여당 의원도 이 이사장의 위험한 역사 인식이 공영방송 이사장직을 정상적으로 수행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지적하며, KBS 이사 추천‧감독 권한을 가진 방통위가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이 이사장을 직접 추천한 최성준 방통위원장은 “역사관이 이사장직 수행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두둔했다. 이 이사장이 편향된 역사 강연을 중단해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이사장이 알아서 판단할 부분”이라는 무책임한 발언으로 야당 의원들의 원성을 샀다.


뉴라이트 사학자 출신으로 취임 전부터 역사관 논란을 빚었던 이인호 이사장은 지난 22일 KBS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백범 김구 선생은 대한민국 독립에 반대했기 때문에 건국 공로자로 볼 수 없다”, “임시정부의 법통성에 동의하지 못한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논란을 빚었다. 또 이사장직을 수행하는 동안은 편향된 역사관을 전파하는 역사 강연을 중단해야 한다는 야당 의원들의 지적에도 “동의할 수 없다”며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정호준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24일 방통위와 KBS 등을 상대로 진행된 종합감사에서 “공영방송 이사장으로서 상식과 사실에 맞지 않는 위험한 발언들에 너무 충격을 받았다. 편향된 역사 인식을 갖고 공영방송 이사장직을 수행하면서 역사 강연도 계속 하겠다는 것을 보며 이사장직을 망각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방통위는 마땅히 이인호 이사장에게 경고하고 거취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과거 학자로서의 생각은 존중하지만 지금 공영방송 이사장을 맡고 있으면서 편향된 역사인식과 이를 바탕으로 한 역사 강연을 멈추지 않겠다는 것은 국민에 대한 선전포고다. 공영방송 최고 의사결정기관의 장으로서 적합하지 않다”며 이 같이 밝혔다.


같은 당 유승희 의원도 “이인호 이사장의 발언은 단순히 역사관이 편향된 것을 넘어 임시정부 법통 계승을 명시한 헌법 정신을 부정하는 국기문란에 해당한다”며 “방통위는 이 이사장을 추천한 책임을 지고 이사장 직무정치 가처분 신청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민희 의원도 “김구 선생은 1962년 이승만, 김좌진, 안중근, 안창호, 윤봉길 등 30명과 함께 건국 훈장을 받았다. (이 이사장이) 아무리 이승만 대통령을 존경한다 해도 김구 선생을 폄하하며 존경하는 자세에 동의하지 못한다”며 “공영방송 이사장이 국민 전반의 동의를 받지 못하는 공개 역사 강연을 하는 게 맞느냐”고 따져 물었다.


여당 의원도 이 이사장을 강하게 질타했다. 김재경 새누리당 의원은 “김구 선생이 독립을 위해 그렇게 애썼는데 대한민국의 건국과는 어떤 연관이 없다는 이인호 이사장의 역사관은 나도 납득이 안 된다”고 “실망이 크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 이사장의 발언이 학자로서는 이해되지만 KBS라는 공영방송 이사장으로서 본인의 소신을 여과 없이 얘기하는 것은 너무나 적나라하다”고 비판하며 “그 자리에 있는 분으로서 수위 조절이 필요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인호 이사장을 직접 추천한 최성준 방통위원장은 관망하는 태도만 보였다. 최 위원장은 “이 이사장의 발언은 역사학자로서 자신의 의견을 밝힌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역사관이 업무 수행에 영향을 주거나 하지 않고 그와 관계없이 KBS 이사장 역할을 수행하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잘못된 역사관을 알고도 추천한 거냐는 질문에는 “그 분의 역사관은 어느 정도 알았지만 세부적인 파악은 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이에 문병호 새정치연합 의원은 “방통위의 주요 직무 중 하나가 KBS 이사 추천인데, 추천하는 사람의 생각 등에 대해 자세한 내용도 모르고 추천하면 되나”라며 “무책임하다”고 질타했다.


유승희 의원도 “이 이사장을 추천한 데 대해 방통위원장이 책임을 져야 한다”며 “최 위원장이 그만 두든 이 이사장이 그만 두든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이사장이 이사장직을 수행하면서 역사 강연을 병행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최 위원장은 “개인적인 역사관이 KBS 이사회나 KBS에 영향을 미쳐선 안 된다”면서도 “(강연 문제는) 이사장이 알아서 할 부분“이라는 답변만 반복했다 .


문병호 의원은 “그렇잖아도 KBS가 편파 시비가 있고 공정성에 대해 많은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데 이사장이 전국으로 강연을 다니며 김구 선생이 건국 공로자가 아니다, 임시정부 법통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면 KBS가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겠나”라며 “방통위가 추천, 감독권자인만큼 주의나 시정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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