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보고서 55

제288회 이달의 기자상 기획보도 신문·통신 / 아시아경제 주상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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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주상돈 기자

지난 5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쉼터인 경기 광주 ‘나눔의 집’에서 박옥선(90)할머니를 만났다. 처음 만난 위안부 피해자였다. 인터뷰를 시작하기 직전까지도 어떤 말로 대화를 시작해야할 지 막막했다.


먼저 마음을 연건 박 할머니였다. “밥은 먹었나, 먼데까지 오느라 고생했다”며 기자의 손을 덥석 잡아주셨다. 친할머니가 생각났다. 박 할머니의 손을 잡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위안부 할머니들도 여느 할머니들과 다르지 않구나. 우리 할머니 얘기를 해보자”는 생각을 했다. 


우리 팀은 위안부 ‘피해자’가 아닌 우리들 할머니 이야기를 담고자 했다. 감정에 치우치지 않고 담담히 할머니들의 삶을 들어보자는 의미에서 기획명도 ‘위안부 보고서 55’로 정했다.


지난 3개월간 서울과 경기도 광주, 대구, 경남 통영·마산·창원·진해·양산 등을 찾아 생존 할머니들을 만났다. 그들의 현재 모습을 지켜보고 과거를 조심스럽게 들어봤다. 


8월11일 위안부 피해사실을 국내에서 처음으로 증언한 고(故) 김학순 할머니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총 21회 연재를 진행했다. 이들의 생생한 과거와 현재는 ‘생존 할머니 증언’으로 남겼다. 


연재를 시작하기 전 나눔의 집을 다시 찾았다. 취재를 마치고 돌아가는 기자에게 박옥선 할머니는 대뜸 “이제는 그만 와. 매번 똑같은 얘기 들어가면 뭐해. 10년 전이랑 바뀐 게 하나도 없는데”라고 말했다. 


여전히 문제 해결은 요원하다. 할머니들은 그날의 일을 또 얼마나 반복해서 이야기해야 할까. 마음이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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