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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간 독자들 있는 곳이 디지털세계…선택의 여지 없어”

[좌담]‘디지털 퍼스트’ 현주소와 과제

김고은 기자2014.10.08 14:38:40

▲디지털 퍼스트의 현주소와 한계, 향후 과제를 논의하기 위해 현업 기자들과 미디어 전문가가 머리를 맞댔다. 지난 6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13층 한국기자협회 회의실에서 열린 좌담회는 열띤 토론 속에 2시간 넘게 진행됐다.(사진=김희영 기자)

본보는 지난 2주간 언론사 디지털 퍼스트 정책의 현주소와 비즈니스 모델의 가능성을 점검했다. 디지털로 무게 중심을 옮겨야 한다는 방향성에는 이견이 없었으나, 실제 정책을 추진하고 집행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한계도 뚜렷했다. 방향등은 켰지만, 좀처럼 속도는 내지 못하고 있는 ‘디지털 퍼스트’의 현주소와 과제를 정리하는 취지에서 좌담회를 마련했다. 좌담은 지난 6일 한국기자협회 회의실에서 진행됐으며 권영인 SBS 뉴미디어부 기자, 김태규 한겨레 미래전략팀장, 서정민 중앙일보 뉴미디어부문 차장, 엄호동 파이낸셜뉴스 온라인편집부국장, 미디어전문가 조영신 박사 등이 참석했다. 사회는 김성후 기자협회보 편집국장직대가 맡았다.

사회=지난 5월 뉴욕타임스의 혁신보고서 공개 이후 뉴스룸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궁금하다.


엄호동 파이낸셜뉴스 온라인편집부국장=디지털 퍼스트로 가기 위한 CMS 개편을 추진해오던 중에 혁신보고서가 나와 우리가 가고자 하는 방향에 대한 기폭제가 되어줬다. 구성원들을 설득하는 데도 도움이 됐다. 뉴욕타임스도 이렇게 한다는데 우리는 왜 안 하냐는 것이었다. 보고서가 나온 이후 그 이슈에 국내 언론이 집중하면서 늦으면 큰일 날 뻔 했다는 당위성도 확인했다.


서정민 중앙일보 뉴미디어부문 차장=방향을 알려준 것 같다. 뉴욕타임스라는 상징적인 신문에서 고육지책으로 쥐어짜서 만든 보고서라는 생각에 더 진지하게 접근하게 됐다. 온라인 편집국이 어떤 형태가 되어야 하며 온오프 편집국이 어떤 식으로 소통해야 하는지 방향과 스텝 하나씩 구체화해서 실감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 실제 젊은 기자들의 마인드가 많이 바뀌었다.


▲권영인 SBS 뉴미디어부 기자

권영인 SBS 뉴미디어부 기자=약간 온도차가 있는 것 같다. 디지털 센트릭으로 가야 한다는 대명제는 받아들이고 있지만 혁신보고서가 주는 신선함이나 충격은 덜 한 것 같다. BBC 혁신보고서였다면 좀 달랐을까. 일선 방송 기자들의 일상이나 생각에 영향을 미치는 수준까지는 아닌 것 같다. 그래도 보고서를 보면 방송 쪽에 적용할 수 있는 화두가 많이 있는 것 같다.


김태규 한겨레 미래전략팀장=올 초 새 사장이 취임하면서 융합편집국을 공약으로 제시, 거기에 기초해 혁신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보고서가 유출돼 정독하게 됐다. 지금까지 나왔던 고민들을 집대성했다는 측면에서 미덕이 있는 보고서다. 세계 최고라는 매체도 우리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됐고, 혁신안을 추진하는데도 힘을 받을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사회=왜 디지털 퍼스트인가.


서정민=뉴스와 정보가 유통되는 환경이 바뀌었다.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않는 이용자들이 버스 안이나 카페에서 대화를 나누면서도 디지털 디바이스로 뉴스를 본다. 독자와 미디어 환경이 달라지면 뉴스도 쫓아갈 수밖에 없다. 그동안 뉴스가 공급자 입장에서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방식이었다면, 지금은 이용자들이 뉴스와 정보를 선택하는 시대다. 그들 입맛에 맞춰야 한다.


독자와 미디어 환경 달라졌는데

공급자 입장만 강조하면 안돼


김태규=간단히 정리하면 이렇다. 종이신문에서 사람들이 떠나고 있고, 떠나간 독자들이 모여 있는 곳이 디지털 세계다. 독자가 있는 곳을 찾아가는 게 디지털 퍼스트다. 


▲엄호동 파이낸셜뉴스 온라인편집부국장

엄호동=트렌드가 변하고 독자가 거기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더 중요한 건 적은 비용으로 큰 효율을 내는 콘텐츠 효과가 가능하다는 거다. 디지털에선 과거 콘텐츠로 새로운 것을 얼마든지 재구성할 수 있지만 오프라인에선 그런 표현이 불가능하다. 비즈니스 관점에선 디지털 퍼스트를 단순히 마감 시간을 앞당기는 게 아니라 무게중심의 이동으로 이해해야 한다. 시차의 개념으로 디지털 퍼스트를 보는 것도 오프라인 종사자 마인드다. 디지털 퍼스트는 내가 과거에 생산한 것과 남이 생산한 것까지 같이 패키징할 수 있는 마인드다. 그렇게 상품을 만들었을 때 시장에서 가져갈 수 있는 수익이 늘고, 또 다른 수용자와 독자도 늘어날 수 있다.


권영인=모바일과 SNS가 결합하면서 콘텐츠가 유통될 수 있는 또 다른 디지털 생태계가 추가됐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PC 때는 경험해보지 못한 모바일 시대가 열렸다는 점에서 ‘디지털 퍼스트’와 구별되는 ‘모바일 퍼스트’의 의미도 있는 것 같다.


조영신 박사=디지털 퍼스트로 가는 건 방법이 없어서다. 할 수 있는 방법이 그거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금 상황에서도 얼마간은 버티겠지만 길게 보면 못 버틸 것 같으니까 선택의 여지가 없는 거다. 중간 그룹이 존재하지 않는 디지털 시장에 대한 이해가 있다면 먼저 가서 준비해야 하는 것 아닌가.

사회=디지털 격변기를 맞아 언론사별로 기민하게 움직이고 있다. 각 사의 전략을 소개해달라.


엄호동=이미 알려진 그대로 스텝바이스텝 가고 있다. 우리는 먼저 시스템부터 바꿨다. 고속도로를 뚫어놓고 차도 안 주면서 스포츠카처럼 달리라고 할 수는 없는 거다. 종이신문 제작에 최적화된 시스템에서 마인드만 디지털로 바뀐다고 해서 변하지 않는다. 인프라부터 바꾸고 마인드가 전환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본다.


신문 제작에 과도한 편집국

역량 재배치해 디지털 강화


▲김태규 한겨레 미래전략팀장

김태규=여전히 가장 큰 수익은 종이에서 나오기 때문에 신문과 디지털 둘 다 잘 할 수밖에 없다. 든든한 뿌리는 신문에 박아놓되 신문 제작에 과도하게 집중된 편집국 조직의 역량을 재배치해서 디지털을 강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일단 신문을 36면에서 32면으로 감면하고 심층 기획기사로 사전제작 면을 늘려 명품 신문을 만들고, 그렇게 해서 효율화된 인력으로 디지털을 강화한다는 목표다. 종이신문이 매스미디의 역할은 상실했지만 앞으로 사치재나 명품의 일종으로서 충분히 활로가 있는 것은 아닌가 한다. 


서정민=우리는 먼저 ‘온라인 퍼스트’ 마인드를 확실히 하자는 쪽이다. 편집인과 편집국장이 앞장서서 온라인 퍼스트를 강조하고, 회의를 할 때부터 그날 메모 올리는 것 중에 온라인에 낼 기사들을 보고한다. 그런 기사가 실제로 오전 오후에 쉬지 않고 들어오고, 반응이 좋은 기사는 따로 체크해서 온라인 콘텐츠 부문 상을 주는 등 마인드를 독려하고 있다.


권영인=아직 전사적으로 디지털로 전환하자는 위기의식이나 마인드가 확산된 상태는 아니다. 다만 네이버 전송에 최적화된 기사 생산 시스템은 바꾸려고 한다. 그래서 엔드 페이지(최종 편집)를 강화하고, 소셜 미디어화 했다. 우리가 생산한 뉴스를 네이버에 퍼줬던 방식에서 다른 콘셉트로 기사를 만들어 유통시키는 CMS로 전환하자는 쪽으로 정책이 변화하는 단계다.


기자들 ‘디지털=동영상’ 오해 있어
포털 벗어나 자력갱생 방법 찾아야


사회=고충도 있을 것 같다.


엄호동=CTS 자체가 종이신문 완제품을 만들기 위한 시스템이다 보니 풀이 없다. 예를 들어 디지털에선 사진 30장을 찍으면 그게 그대로 다 콘텐츠화 돼야 한다. 데이터베이스가 쌓이고 편집자가 그 중 하나를 골라 종이신문에 쓰는 거다. 말하자면 ‘레고’ 같은 거다. 표 하나, 사진 하나가 다 콘텐츠다. 100명이 신문을 만들던 걸 10명만 하고 90명이 디지털을 하면 신문 품질이 저하되겠지만, 레고처럼 모두 다 콘텐츠 개념으로 자원화하면 처음엔 힘들더라도 데이터베이스가 풍부해진 뒤엔 둘 다 만족할만한 품질을 가져갈 수 있다. 처음엔 기자들이 오해해서 저항도 있었다. 디지털 퍼스트 하면 예전에 기자들에게 카메라 들려 보내던 트라우마 때문인지 ‘디지털=동영상’이라는 오해를 고쳐주지 않으면 저항이 강하더라. 


권영인=레고가 해체와 재조합의 개념이라면 방송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는 20꼭지 45분짜리 뉴스를 어떻게 인터넷에서 잘 뿌려 주느냐가 그동안의 작업흐름이었다. 방송이 비효율적인 게 10일 일하면 방송에 나가는 건 0.5도 될까 말까다. 방송 나간 0.5와 버려진 9.5를 잘 쪼개서 재조합하면 훌륭한 스토리텔링이 나올 수 있을 텐데 버려지는 게 너무 익숙하고, 나머지가 가치 있다는 걸 모른다.


▲서정민 중앙일보 뉴미디어부문 차장

서정민=개인적인 고민은 이용자 실체를 잘 모르겠다는 거다. 신문사가 갖고 있는 독자 유형 분석과 온라인은 분명 다르다. 그래서 정도와 깊이와 스펙트럼 이런 것들을 어떻게 잡아야 할지 혼란스럽다. 이 집에 어떤 사람이 들어오는지를 파악해야 그에 맞춰 인테리어도 하고 특별 서비스도 할 텐데 너무나 광범위하다 보니 그런 분석을 체계화하기 힘들다.


조영신=이렇게 생각해 보면 어떨까. 집 한 채를 만든다고 가정하면 내가 구매자 입장에서 인테리어를 생각해야겠지만 집을 만 채를 만들면 그 안에서 자연스레 정리가 된다. 모수 게임, 숫자 게임이다. 집을 만 채 지어서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보면 선명해지는 게 있을 거다.

사회=조선일보가 네이버와 모바일 뉴스 공급을 체결했다. ‘탈포털’ 혹은 플랫폼 다양화를 위한 묘안이 있나.


엄호동=네이버가 언론사에 줄 수 있는 최대 정점은 뉴스캐스트였다고 본다. 앞으로 상생은 줄어들 것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 상황에서 네이버의 정책 변화에 따라 수동적으로 맞춰갈 것이 아니라 자력갱생할 방법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일단 포털에서 독자를 유인한 뒤, 우리 사이트에서 놀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충성도 있는 독자로 확보해야 한다.


매일 실시간 검색어 대응 소모적

페이스북, 뉴스 유통 채널 부상


권영인=매일 실시간 검색어에 대응해서 트래픽 쌓는 게 소모적이라는 판단에 지난해 말부터 SNS에 힘을 쓰기 시작했다. 다행히 성적이 좋은 편이라 페이스북에서 도달 범위 대비 링크 수가 5~10% 정도 나온다. 100만 도달이라면 10만 명은 링크 타고 들어오는 거다. 일종의 안전판 역할로 SNS가 뜨고 있다. 페이스북이 정통 뉴스 콘텐츠를 유통시킬 수 있는 채널이 된 거다. 남의 플랫폼이지만 네이버처럼 완전 장악된 플랫폼은 아니기 때문에 손님을 유치할 수 있는 또 다른 채널이 열린 것 아닌가.


▲조영신 박사

조영신=뉴욕타임스는 최대 16개까지도 플랫폼을 운용했다. 그런데 우리는 지켜보다가 페이스북이 나오고 한참 뒤에야 들어갔다. 콘텐츠 사업자 마인드가 아닌 거다. 도로에 차가 조금만 막혀도 물건 파는 사람들이 뜬다. 내 콘텐츠를 가급적 모든 사람이 이용하길 바란다면 현존하는 모든 플랫폼 활용을 고민해야 한다.

사회=언론사들이 디지털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지만 매출 비중은 전체의 10%도 되지 않는다.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해법이 있나.


엄호동=일단 CMS 개편으로 1UV(순방문자수) 당 PV(페이지뷰)를 늘려 충성도를 높이는 게 1차 목표다. 그것으로 광고 수익이 상당 부분 증대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그 다음은 어떻게 갈 것인가. 지금은 보이는 게 광고 단가밖에 없는 구조다. 그런데 온라인 네트워크 광고라는 게 덤핑 수준이다. 매체가 광고를 통제할 수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지금 같은 우후죽순식 광고대행사 체제로는 바로잡히기 힘들다. 그래서 일부 공적 기능이 들어오는 방법은 어떨까 한다. 광고에 대한 통제권을 갖기 위해 광고대행을 민간기업에만 맡겨두지 말고 언론진흥재단이 풀을 갖고 마진을 줄여서 광고 품질을 유지해주는 방법도 있지 않을까.


서정민=우선 디테일한 이용자 분석이 필요한 것 같다. 광고주도 디지털 마케팅을 하고 싶어 하는데 이용자가 얼마나 광고를 볼 것인가에 대한 확신이 없기 때문에 망설이고 있다. 매체들이 만 채의 집을 짓고 각 집의 특성과 이용자에 대해 디테일한 분석을 가지고 있다면 광고주들도 충분히 매력을 느낄 거라고 생각한다.


저널리즘으로만 접근 리스크 커

비즈니스 사이드에서 고민해야


조영신=미국은 개별 플랫폼별로 광고 CPM(Cost Per Mile)이 리스트로 쫙 나와 있다. 한국엔 그런 게 없고 의미도 없다. SBS가 얘기했던 것처럼 얼마가 들어가면 리치(도달)가 얼마가 나온다 이런 수치를 정례화 해서 가지고 있어야 한다. 지금 준비하고 있으면 앞으로 광고 단가에 대해서도 협상력이 높아질 수 있다. 지금은 광고를 원하는 사람도, 광고를 주는 사람도 답을 모르는 상태에서 서로의 관계에 의해 만들어지는 시장이다. 2~3년 안에는 바뀔 거다.


김태규=네이티브 애드나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려고 한다. 하지만 광고만 신경 쓰면 건전한 수익 구조가 될 수 없다. 그래서 광고에 더해서 우리가 가진 자산인 신뢰도와 독자 충성도를 바탕으로 여러 가지 부대사업을 하려고 한다.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해서 돈을 벌고, 그 돈을 제대로 된 저널리즘을 실현하는데 쓰는 거다. 한겨레의 정체성을 지키며 브랜드를 살리는 부대사업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연구 중이다.


조영신=처음부터 끝까지 비즈니스 모델이다. 저널리즘 관점이 아닌 철저히 산업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신문 산업이 어떻게 존속할지를 선택하는 문제를 저널리즘 차원에서 접근할 때의 리스크는 생각보다 크다. 고민을 다르게 해줬으면 좋겠다. 과거와 동일한 관점에서 저널리즘을 규정한다면 뉴욕타임스의 경쟁 상대는 워싱턴포스트지 버즈피드는 아니다. 하지만 시장은 어느 틈엔가 그네들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걸 부정하면 힘들어진다. 철저히 비즈니스 사이드에서 장기적 방향을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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