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서울신문에 '북한 관련 기사삭제' 요청

서울신문 "기사삭제 요청 시대착오적 발상"

경찰이 서울신문의 북한 관련 보도에 대해 ‘친북 성향’이라며 삭제를 요청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기 안산단원경찰서는 지난달 26일 서울신문 온라인뉴스부에 서장 명의의 공문을 보내 “귀사가 운영하는 서울신문 인터넷 사이트 및 나우뉴스에 귀사의 설립 취지와 맞지 않는 친북 관련 글이 게시돼 있다”며 삭제를 요청했다.


이에 대해 서울신문은 지난 1일 “경찰이 통상적인 보도를 ‘친북’이라고 자의적으로 판단한 것도 문제지만 특정 기사의 삭제를 요구한 것은 언론 자유를 제한하려는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문제가 된 기사는 △北, 김정은 원산 구두공장 시찰 “대외시장에서 손색없는 신발 생산해야”(7월26일) △北, 김정은 부부 과일농장·공장 시찰 “수확고 늘려야”(6월10일) △北, 김정은 야영소 방문 “이런 맛에 혁명한다”(4월22일) 등 6건이다. 경찰은 정보통신망이용촉진법에 따라 북한을 찬양하거나 동조하는 글은 삭제를 요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경기도 안산단원경찰서는 지난달 26일 김정은 관련 보도가 ‘친북 성향’이라며 서울신문에 기사 삭제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사진은 서울신문 1일자 6면에 게재된 관련 보도.

그러나 서울신문은 지면을 통해 “경찰이 문제 삼은 기사는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단순 동정이어서 ‘친북’으로 볼 여지가 없다”며 “더구나 이 기사들은 이미 연합뉴스가 북한 조선중앙통신을 인용해 보도했고 국내 많은 언론사들이 전재한 바 있다. 경찰이 문제 삼은 또 다른 기사도 외신보도 등을 근거로 북한 잠수함 전력을 분석한 내용이어서 ‘친북’과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서울신문의 취재가 진행되자 경찰 관계자는 서울신문에 “이적 표현물로 보기 어렵다”며 “보안계 직원들이 일상적으로 인터넷 홈페이지와 블로그 등을 모니터링하며 친북 성향 글을 찾는데 해당 기사가 조선중앙통신을 그대로 인용 보도해 실무자가 친북으로 판단한 것이다. 삭제를 강제한 건 아니고 협조해 달라는 취지”라고 전했다. 


서울신문 기자들은 황당하고 이례적인 일이라는 입장이다. 박홍환 서울신문 사회부장은 이번 사안에 대해 “일선 경찰의 생각이 편협한 것 같다”며 “이러한 생각이 언론, 특히 일선 기자에 전달되면 (취재활동의) 위축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서울신문 한 기자도 “주관적 가치가 개입된 기사가 아니고 단순 동정 보도였다”며 “기사 삭제 요청도 그렇지만, 일선경찰서에서 특정 언론사의 ‘설립 취지’와 해당 기사가 맞지 않다고 판단한 것도 시대착오적”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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