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세로 굳어지는 인터랙티브 뉴스

반짝 유행 기우…콘텐츠 제작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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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랙티브 뉴스가 한국 상륙 3개월 만에 또 다른 모습으로 진화하고 있다. (사진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한겨레21 ‘핵 아시아’, 민중의소리 ‘무전질병의 미래’, CBS ‘유우성 간첩 증거 조작 사건’  
 
한겨레·CBS·민중의소리 등 가세
경향·매경·아경 후속작 준비


넓은 화면에 시원시원하게 배치된 사진과 동영상. 마우스 조작에 따라 변화하는 인포그래픽. 잡지를 펼치는 것 같은 편집 방식. 한 편의 광고도 없는 ‘청정지대’. 올 초 매일경제와 경향신문, 아시아경제 등이 잇따라 선보인 인터랙티브 뉴스(멀티미디어 뉴스 또는 디지털스토리텔링 뉴스라고도 함)는 뉴스 ‘보는 맛’을 새삼 일깨웠다. 비록 뉴욕타임스의 ‘스노우폴(snowfall)’을 벤치마킹 하는 수준이었지만, 트래픽 경쟁으로 황폐화된 저널리즘 환경에서 한땀 한땀 공들여 제작한 디지털 콘텐츠는 가뭄 속 단비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반짝 유행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다. 하나의 콘텐츠를 만드는데 길게는 2~3개월까지 너무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탓이었다. 그러나 변화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인터랙티브 뉴스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신문사들이 너도나도 인터랙티브 콘텐츠 제작에 뛰어들기 시작했고, 후속작들도 이어지고 있다.

한겨레는 지난 2월 박근혜 대통령 취임 1주년을 맞아 기획한 ‘수첩 인사의 비극’을 다룬 데 이어 지난 3일 스피드스케이팅 선수 이규혁의 일대기를 그린 ‘굿바이 히어로’를 선보였다. 소치 올림픽 직후 공개된 아사히신문의 아사다 마오 특집을 연상시키는 기획이었다.

한겨레21도 창간20주년을 맞아 지난 3월 ‘핵 아시아’를 특집으로 다루면서 디지털 페이지를 별도로 제작했다. 아이템 기획 단계부터 인터랙티브 뉴스 제작을 염두에 두고 꼼꼼히 제작한 콘텐츠였다. 주제별로 5주에 걸쳐 공개됐는데 인트로 화면부터 기사, 인포그래픽, 사진과 동영상까지 완성도 높은 수작이었다.

민중의소리는 통합진보당 내란 음모 사건을 다룬 ‘내란(內亂)’을 선보인 후 의료민영화를 주제로 한 ‘무전질병의 미래’를 차기작으로 내놓았다. 의료민영화에 대한 가상 체험을 다룬 디지털스토리텔링 방식의 콘텐츠다. 민중의소리는 인터랙티브 뉴스 제작 과정의 간소화를 위해 별도로 템플릿을 만들었다. 이를 위해 김동현 편집부장은 웹언어를 따로 배웠을 정도다.

CBS도 지난 7일 유우성 간첩 증거 조작 사건을 다룬 인터랙티브 뉴스를 선보였다. 모바일에 최적화된 거의 유일한 콘텐츠라는 점이 특이할만하다. 모바일에 최적화된 만큼 기존의 인터랙티브 뉴스에 비해 텍스트를 줄이고 상호작용에 기반한 인포그래픽에 주안점을 뒀다.

첫 시도를 한 신문사들도 후속작을 준비 중이다. ‘당대불패’, ‘내 사랑 스톤’을 제작한 매일경제는 상반기와 하반기 콘텐츠 제작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그놈 손가락’을 제작한 경향도 이달 중 일본의 우경화를 주제로 한 디지털스토리텔링 뉴스를 공개하고, 이어 한편을 더 선보일 예정이다. 편집국에서 기획한 기사를 디지털스토리텔링 뉴스 ‘그섬, 파고다’로 제작한 아경도 이번에는 아예 기획 단계부터 온라인 콘텐츠 제작을 목표로 개발을 준비하고 있다.

인터랙티브 뉴스를 제작하는 데 짧게는 2~3주에서 길게는 2~3개월의 시간이 소요된다. 한두 차례 제작을 경험해본 신문사들은 후속작을 만들 때 시간을 단축시키기도 하지만, 여전히 많은 품이 들어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지면 중심 조직의 한계 탓에 디지털 콘텐츠는 소수의 인력이 기획부터 제작, 개발까지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다. 디지털 환경은 글쓰기부터 신문과는 전혀 다른 방식을 요구한다. 최민영 경향신문 미디어기획팀장은 “신문에 난 기사를 온라인에 갖다 붙이는 게 아니라 디지털에 맞게 기사를 만드는 게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기자들부터 ‘디지털 마인드’를 갖추는 것은 물론 지면 중심의 제작 시스템을 전면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파이낸셜뉴스는 아예 뉴욕타임스와 같은 CMS(Contents Management System·콘텐츠 관리 시스템)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멀티미디어 뉴스를 ‘스페셜 콘텐츠’로 제작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기자들이 취재할 때부터 멀티미디어 이미지와 도표 등을 고안한 뒤 기사에 적용하는 반자동화 시스템을 갖춰 8월경 오픈한다는 계획이다. 엄호동 온라인뉴스 부장은 “지금처럼 종이신문을 만드는 시스템으로는 수작업이 많아 콘텐츠를 만드는데 한두 달이 소요되는 것은 기본”이라며 “모든 기사를 멀티미디어화 하는 방향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김고은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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