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판 무죄선고 기자들도 갸웃
'김용판 무죄판결 토론회'서 법원 판결 의문 제기
김고은 기자
nowar@journalist.or.kr
2014.02.14 18:49:39
“지난 주 판결 이후, 108 페이지에 달하는 판결문을 여러 차례 읽고 또 읽었습니다. 읽을수록 사안이 명쾌하게 정리되기는커녕 복잡함과 답답함에 울화가 치밀었습니다. 그저 제 무지와 부족함만을 탓하기에는 법과 상식의 간극이 너무 큰 것 아닌가 싶습니다. 이런 답답함을 느끼는 사람이 비단 저 혼자만은 아니리라 믿습니다.” 국정원 대선개입 수사 축소·은폐 지시 혐의로 기소된 김용판 전 서울경창청장에 대한 1심 재판부의 무죄 판결과 관련해 SBS 법조팀의 김요한 기자가 쓴 ‘취재파일’ 칼럼의 일부다. 김 기자는 지난 11일 ‘읽을수록 답답한 판결문’이란 제목의 칼럼을 통해 “법과 상식의 간극이 너무 큰” 재판부의 논리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김 전 청장 무죄 판결에 대한 후폭풍이 거세다. 야당은 물론이고, 리서치뷰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 다수가 법원의 무죄 판결에도 불구하고 김 전 청장의 수사 개입 혐의를 확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 사건을 취재해온 기자들도 고개를 갸웃거린다. 김요한 기자뿐 아니라 그동안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과 김 전 청장의 공판 과정을 취재해왔던 기자들이 잇따라 검찰 수사와 법원 판결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14일 국회 의원회관 제9간담회실에서 열린 ‘김용판 무죄 판결의 문제점과 의미’를 진단하는 토론회에 참석한 고제규 시사인 기자는 “재판부가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의 증언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증언은 배척하고, 사실상 공범 관계로 볼 수 있는 최현락 수사부장과 이병하 수사과장, 김병찬 수사2계장 등 수사라인 3인의 진술을 판결문에 인용한 것은 아쉬운 대목”이라고 주장했다.
김 전 청장과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공판 과정을 매주 시사인 지면을 통해 중계해 온 고 기자는 이번 사건의 핵심 쟁점을 ‘대선에 개입할 의도로 허위 수사 결과 발표를 직접 지시했는지 여부’와 ‘증거 분석자료의 늑장 제출에 따른 수사 방해 의혹’으로 지목하며 기소 단계에서 최현락 등 수사라인 3인으로 혐의 대상을 확대했다면 사건의 실체에 접근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병한 오마이뉴스 기자(법조팀장)는 “검찰이 김 전 청장 수사를 너무 쉽게 봤다”고 꼬집었다. 이 기자는 “김 전 청장과 원 전 원장 두 재판을 합쳐 공소장이 모두 네 번 변경됐는데 원세훈 쪽 공소장 변경 3회는 대부분 범죄 사실을 보강하는 쪽으로 이뤄졌지만 김용판 공소장 변경은 결정적으로 후퇴하는 쪽이었다”면서 “의도는 모르겠지만 검찰이 김용판 수사를 쉽게 봤던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 기자는 이어 “김 전 청장이 그 시기에 왜 그런 행위를 했는지, 범행 동기에 대한 파악 없이 진행된 수사이기 때문에 전체적인 맥락이 잡히지 않은 것”이라며 “재판부가 모순된다고 지적한 범행 결의 시점(2012년 12월 15일)을 중심으로 짜인 기존 논리에 변화가 생기지 않는 한 항소심에서 결과를 뒤집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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