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노조 신경 안 쓰나" 지적한 사찰팀원은?

'YTN 불법사찰 국가 손배소' 3차 공판
당시 상황 구체적 증언한 김기용 서장
"원충연씨 맞나" 질문엔 "기억 안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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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5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재판을 마치고 돌아가는 원충연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조사관(왼쪽)에게 임장혁 YTN노조 공정방송추진위원장이 질문을 하고 있다.  
 
2009년 YTN 파업 직전 노조위원장 등을 긴급체포한 YTN 관할 경찰서장을 만난 국무총리실 사찰팀원은 원충연 전 공직윤리지원관실 조사관인가. 사찰팀은 경찰의 YTN 사태 대응에 압력을 가했을까. 진실의 열쇠를 쥔 김기용 전 남대문경찰서장(현 의정부경찰서장)이 법정에 모습을 드러냈다.

15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5부(이성구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 노종면 전 YTN 노조위원장 등이 불법사찰과 관련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 공판에 출석 요구 세 번 만에 증인으로 나온 김 서장은 그동안 밝혀지지 않았던 몇 가지 구체적 사실을 증언했다. 이에 앞서 김 서장은 재판부에 제출된 서면진술을 통해 남대문서장 재직 당시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직원 2명이 찾아와 YTN사태에 우려를 표명했다고 답변했다.

김 서장의 법정 증언과 공판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 답변을 종합하면, 김 서장은 사찰팀원들이 찾아왔던 상황을 5년 전인데도 비교적 자세히 기억하고 있었다. 당시 편치 않았던 심경도 내비쳤다. 다만 찾아온 사람이 이날 공판에도 출석한 원충연 전 조사관이냐는 질문만은 부인하지 않은 채 “명함은 받았지만 (누군지) 기억이 안 난다”는 답변을 반복했다. 법정에서 마주친 원 전 조사관과 눈길을 피했던 김 서장은 취재진이 “오늘 법정에서 본 원충연씨가 그때 찾아온 사람이 맞느냐”고 묻자 “네, 서장실에서 봤다”고 다른 말을 하기도 했다.

김 서장에 따르면 두 명의 사찰팀원은 2008년 9월 추석 전후에 찾아왔다. 김 서장이 남대문서에 부임한지 한 달 뒤이자 YTN 기자 6명이 해직되기 한 달 전이다. 또 검찰 수사 결과 나온 원 전 조사관이 YTN 인근으로 출근하다시피한 교통카드 내역이 기록된 시기였던 2008년 9~10월과도 일치한다. 김 서장은 당시 날씨가 더워 여름용 제복을 입고 있었던 때라 기억이 난다고 했다. 서장 방문객은 보통 사전 약속을 취하는 관례와 달리 당일 오전 “오후에 찾아 가겠다”는 연락을 받았다. 김 서장은 “처음엔 공직기강 확립 차원의 방문인가 했다”면서 “(만남이) 상쾌한 기분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김 서장은 관할지역인 세종문화회관 앞의 집회 대응을 지휘하다 사찰팀원들이 찾아왔다는 연락을 받고 경찰서로 돌아왔다. 당시는 촛불시위가 계속되던 때라 자리를 비우기 힘들 정도로 바빴지만 시간을 쪼개 만났다. 배석자 없이 김 서장과 독대한 사찰팀원들은 촛불시위, 정연주 사장 해임 사태 등 KBS 문제에 대한 언급과 더불어 “YTN노조의 사장 출근저지에 경찰이 신경을 안 쓰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공직기강을 점검하는 총리실이라고 해도 경찰이 처리중인 특정 사건을 언급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이에 김 서장은 “당시에는 (YTN사태가) 큰 사건이었다. 제 1방송사인 KBS와 지상파 다음으로 중요한 YTN이지 않나. 촛불시위도 계속되니 정부로서는 크게 봤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후 YTN 파업을 앞두고 노조원 4명에 대한 긴급체포에 ‘관련 기관’들의 협의가 있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마 하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김 서장은 법정에서는 “검찰과 협의해 법절차에 따라 체포영장을 신청했다. (총리실의) 압력은 없었다”고 답변했다.

원충연 전 조사관은 이날 입을 굳게 다문 채 취재진의 질문에 일절 답변하지 않았다. 원 전 조사관은 이명박 정부 시절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재직 당시 벌인 민간인 불법사찰 혐의로 구속돼 2심에서 징역 8개월 형을 받은 뒤 만기 출소했으며 현재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다. 그는 2010년 공개된 이른바 ‘원충연수첩’의 주인공이다. 이 수첩에는 YTN 노사 인물들에 대한 메모 정보가 빼곡했다. 또 검찰 수사 결과 YTN 일부 간부와 집중적으로 통화한 내역과 YTN 관련 사찰 문건의 작성자였던 사실이 드러났고 검찰 조사 당시 “YTN사태에 경찰이 미온적이라 사찰했다”고 진술했다. 장우성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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