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태 '악화일로'

사측 1면 단독기사 누락시켜…이영성 전 국장 대기발령

  • 페이스북
  • 트위치

한국일보 1면 단독기사가 사측에 의해 누락된 채 발행되고 인사명령을 거부하고 있던 편집국장에 대한 대기발령과 인사위원회 회부가 결정돼 사태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절차를 무시한 사측의 인사를 ‘부당인사’로 규정, 지난 1일 단행된 인사를 전면 부정하며 기존 체제에서 신문을 제작하고 있는 기자들은 지난 15일자 신문에 실릴 기사를 배치하는 과정에서 1면에 ‘박 대통령 광고업계 일감 몰아주기 지적에…공정위 납품가 후려치기 조사 착수’라는 제목의 단독 기사를 실었다. 한 대기업의 불공정 행위를 지적하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15일자 신문 1면에는 이 기사를 대신해 ‘육-공군 방공무기 알력’이란 기사가 실렸다. 노조의 확인 결과 하종오 신임 편집국장 체제의 한 간부가 지난밤 편집국 소속이 아닌 한 편집자를 만나 해당 지면을 제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판을 바꾸는 과정에서 또한 2면에 실린 사진이 18면과 중복 게재됐고 일부 지역에 ‘주진우 기자 구속영장 기각’ ‘배상면주가 대리점주 자살’ 등 기사가 실리지 않은 채로 배포됐다.


이에 한국일보 노조는 15일 회사에 이 사건에 대한 철저한 조사, 최종 책임자인 박진열 사장의 퇴진과 줄곧 주장해온 인사 철회 등을 요구했다. 회사는 이영성 전 편집국장의 책임을 물으며 지난 14일 연기했던 인사위원회를 22일 열겠다고 통보했다. 또 이 전 편집국장에 대해 대기발령 조치를 내렸다.


사측은 “현재 한국일보 제작은 회사의 (정당한) 인사발령에 따르지 않은 일부 간부와 노조원들에 의해 비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면서 “이번 기사 교체는 신문 발행인이 비정상적인 신문제작을 교정하는 과정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조를 비롯한 기자들은 이날 비상 총회를 열고 “신문의 얼굴인 1면이 무참히 짓밟혔다”면서 사장실 앞에서 ‘책임자 처벌’과 ‘박진열 사장 사퇴’를 외쳤다. 노조는 “이번 사태는 정상적인 신문제작 절차를 무시한 초법적인 행태이며 편집권 독립을 규정한 한국일보 편집강령을 심각하게 위반한 행위”라고 밝혔다.


이날 사건을 계기로 지난 9일부터 진행된 노사 협상은 당분간 타결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세 차례 협상 과정에서 사측은 제3의 인물을 편집국장 직무대행으로 임명하겠다는 안을 제시했고 노조는 국장 뿐 아니라 부장단 인사도 철회하라고 맞서며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한편 노조가 입장을 밝힌 16일 한국일보는 이영성 전 국장에게 대기발령 조치를 취한 동시에 고재학 전 경제부장을 논설위원실로 발령냈다. 고 전 경제부장은 당초 부산취재본부 부국장대우로 발령이 나 ‘보복 인사’라는 거센 문제제기가 이어졌다.

양성희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배너

많이 읽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