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 출범 8개월…고사 혹은 반전?

낮은 시청률 · 투자 위축 '악순환'
대형 작가 영입 등 위기탈출 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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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편성채널은 대표적인 방송 정책 실패 사례로 기록될 것인가.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발생한 논란과 경쟁에 비하면 개국 후 상황은 오히려 싱겁다는 평가다. 이런 결과에 방송통신위원회와 종편 4사는 물론 반대 진영도 적잖이 당황했다. 그리고 8개월, 종편은 재방·삼방에 외화와 다큐를 사들여 힘겨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이대로 고사하느냐, 반전(反轉)의 수를 찾느냐. 몇 가지 숫자를 통해 종편의 속살을 들춰본다.


드라마 외면…남은 것 ‘1’
현재 종편 4사를 통틀어 방송되고 있는 드라마의 숫자는 ‘1’이다. 한때 종편사 별로 아침드라마에 주중 미니시리즈, 주말드라마까지 만들었지만 지금은 다 사라지고 JTBC 수목드라마 ‘친애하는 당신에게’ 하나만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이처럼 드라마가 종편에서 사라진 것은 제작비용을 아껴 적자를 줄이기 위한 것으로 종편 경영사정의 어려움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드라마 대신 제작비가 저렴한 뉴스와 시사 프로그램 편성이 늘었다. 자체 제작 드라마가 사라진 자리는 이미 종영한 드라마의 재방이나 외화와 다큐 등 타 방송사에서 구입한 프로그램이 차지했다. TV조선이 내놓았던 야심작 ‘한반도’ 실패가 이런 흐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전문채널이 아닌 종합방송에서 드라마는 방송사의 얼굴과도 같은 존재다. KBS, MBC, SBS 등 지상파 3사는 월화, 수목, 주말드라마를 단절 없이 연속으로 방송하는 것이 상식이다. 따라서 종편이 드라마를 제작하지 않는 것은 ‘종합편성’의 정체성을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더불어 방통위와 종편 4사가 공언했던 ‘방송콘텐츠 경쟁력 강화’와 ‘글로벌 미디어 육성’ 등 종편 출범의 효과가 립서비스에 그치는 현실이라는 것도 드러난다. 드라마 제작에 투자하지 않는 종편에 ‘경쟁력’과 ‘글로벌’을 기대하기란 어렵기 때문이다.

종편 드라마 가운데 의미 있는 성과는 모두 JTBC에서 나왔다. 개국 드라마였던 ‘빠담빠담’이 호평을 받았고, 지난 4월 종영한 ‘아내의 자격’은 4%가 넘는 시청률로 종편 드라마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JTBC는 작가 김수현씨를 영입해 가족드라마 ‘무자식 상팔자’를 제작, 오는 10월부터 주말에 방송할 계획이다.

최고 평균 시청률 ‘0.732’의 이면
종편 4사 가운데 1위를 차지한 MBN의 7월 평균 시청률(AGB닐슨 전국유료가구 기준)이 0.732%로 처음으로 0.7%를 돌파했다. 이 시청률은 지상파를 포함한 전 채널에서 6위에 해당한다. 지난 1월 0.3~0.4%를 오갔던 시청률이 매달 약 0.1%포인트씩 꾸준히 상승했다. 이 결과 7월 들어서는 종편뿐만 아니라 지상파 계열 드라마채널과 스포츠채널, tvN, EBS 등을 제쳤다. 현재 MBN은 케이블 채널 1위 자리를 놓고 YTN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종편 최고 시청률을 MBN이 기록했다는 것이다. 출범 후 줄곧 선두를 지켰던 JTBC는 6월 정점을 찍은 후 시청률이 급격히 하락해 7월 0.560%로 1위 자리를 MBN에 내주고 채널A의 0.621%에도 밀려 3위에 그쳤다. TV조선은 올 초보다 오히려 떨어진 0.425%의 시청률로 꼴찌를 차지했다.



   
 
   
 
JTBC의 하락세는 드라마 ‘아내의 자격’과 ‘러브어게인’, ‘해피엔딩’ 종영 후 후속작인 ‘친애하는 당신에게’가 전작의 시청률을 따르지 못하면서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또 6월 말 주말드라마 ‘인수대비’ 종영 후 후속작을 내놓지 못했고 드라마 외 시사·교양에서 시청률을 견인하는 콘텐츠가 별로 없다는 것도 시청률이 하락할 수밖에 없는 원인이다.

MBN은 이 같은 시청률을 ‘쾌거’로 표현하며 주력 프로그램인 뉴스 외에 예능, 교양 등에서 선전한 것을 원동력으로 분석했다. 실제로 MBN의 뉴스프로그램인 ‘뉴스M’, ‘시사콘서트 정치in’, ‘정운갑의 집중분석’ 등은 평균 1%대 시청률을 보이고 있다. ‘황금알’ 등 예능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다양한 교양 프로그램이 평균 1%를 넘는 시청률을 기록 중이다.

그러나 ‘쾌거’라고 하기엔 아직도 역부족이다. 이 시청률은 종편 출범 전 보도채널로서 YTN과 경쟁하던 시절의 수준을 회복한 정도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올 초 종편들이 내부적으로 세웠던 시청률 1% 돌파 목표에도 미치지 못한다.

다수의 뉴스와 예능, 교양 프로그램의 시청률이 1%를 넘었음에도 평균 시청률이 1%를 돌파하지 못한 것은 시청률을 견인해줄 ‘대박’ 드라마가 없기 때문이다. 케이블채널의 대박 드라마 평균 시청률은 보통 3.0% 정도다. MBN은 가을에 대형 드라마를 선보이며 평균 시청률 1%에 도전할 계획이다.

채널A 살리는 사람 ‘2’
채널A는 이영돈 PD와 박종진 앵커 두 사람이 살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영돈 PD는 매주 월요일과 금요일 각각 ‘이영돈PD 논리로 풀다’와 ‘이영돈PD의 먹거리 X파일’을 진행한다. 박종진 앵커는 매주 월~금 ‘박종진의 쾌도난마’를 진행한다. 두 사람이 진행하는 세 프로그램은 매번 1%를 훌쩍 넘는 시청률로 채널A의 시청률을 지탱하는 근간이다. 7월 한 달 이영돈 PD가 진행한 프로그램(재방 포함)은 모두 25회, ‘쾌도난마’는 24회 시청률 1%를 돌파해 채널A 1% 이상 프로그램의 60%를 차지했다.

드라마 제작이 부진하고 뉴스는 MBN과 JTBC에 밀리고 있는 채널A가 시청률 면에서 TV조선 수준으로 떨어지지 않고 7월 JTBC를 상회한 것은 전적으로 두 사람이 시청률을 방어한 덕분이다.

채널A는 시사·교양 프로그램 중심의 채널로 가고 있다. 두 사람이 진행하는 세 프로그램 외에도 ‘잠금해제 2020’, ‘이산가족 감동프로젝트 이제 만나러갑니다’, ‘관찰카메라 24시간’, ‘그여자 그남자’ 등의 시사·교양 프로그램이 1%대 시청률을 기록하며 시사·교양에 강한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TV조선, 시청률 1% 이상 ‘0’

TV조선은 7월 1% 이상의 시청률을 안정적으로 내는 프로그램이 하나도 없었다. 타 3사는 1% 이상의 시청률을 기록하는 프로그램이 매일 하나 이상, 많게는 7개에 이르지만 TV조선은 하나도 없는 날이 더 많다. TV조선에서 가끔이라도 시청률 1%를 돌파하는 프로그램은 ‘최박의 시사토크판’, ‘심야추적 당신이 잠든사이’, ‘아시아헌터’ 정도가 고작이다. 이 결과 7월 평균 시청률이 0.425%로 종편 4사 가운데 최하위였다.

TV조선은 EBS와 KBS에서 이미 방영한 프로그램은 물론 외국드라마, 외국영화 등의 프로그램을 많이 편성한다. 그만큼 타 3사에 비해서도 자체 제작이 위축돼 있다는 뜻이다. ‘한반도’ 실패의 후유증에서 아직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종편 4사 모두 낮은 시청률과 투자위축이란 악순환은 같지만 그래도 JTBC는 드라마와 메인뉴스, MBN은 뉴스와이드, 채널A는 시사토크와 교양을 내세우는데 TV조선은 아직 마땅한 게 없다.

JTBC 메인뉴스 1% 돌파 ‘1.14’
JTBC 메인뉴스 ‘JTBC 뉴스10’이 7월 넷째주 평균 시청률 1.14%를 기록해 종편 4사의 메인뉴스 가운데 처음으로 주간 평균 시청률 1%를 돌파했다. JTBC 측은 ‘통합진보당 머리끄덩이녀 자진출두’, ‘인권운동가 김영환 중국서 전기고문’, ‘곰 사육농가 기획보도’ 등 시청자 눈길을 끈 리포트가 많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개국부터 밤 10시 뉴스를 고집하며 기존의 1분30초짜리 리포트에서 벗어나 5~10분대의 심층 분석물로 타사와 차별화를 한 것이 메인뉴스 우위를 가져왔다고 본다.

그러나 JTBC는 메인뉴스 외에 뉴스, 시사 프로그램 중 내세울 만한 것이 별로 없다. 시사토크와 정오뉴스, 저녁뉴스 모두 타사에 크게 밀린다. 이 때문에 8월부터 홍준표 전 의원을 영입해 ‘홍준표의 시사토크쇼’를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홍 전 의원이 공천헌금 수수 의혹에 휘말리는 바람에 무산됐다. 이대호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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