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뉴스시장 '기자 스카우트 전쟁'

매경·한경, 경력기자 싹쓸이…더벨 "메이저가 구멍가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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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가 IB(Investment Bank) 뉴스를 제공하는 고가의 유료콘텐츠 ‘마켓인사이트’를 오픈한 지난 1월 이데일리는 자본시장뉴스를 전담하던 IB팀을 해체한 뒤 기자들을 편집국으로 불러들였다. 2010년 10월 ‘마켓IN’ 서비스를 시작하며 야심차게 IB뉴스 시장에 뛰어든 이데일리가 1년 남짓 만에 서비스를 중단한 것이다.

원인은 소속 기자들의 외부 유출 때문이다. 이데일리 IB팀 기자들은 타 매체가 IB팀을 꾸릴 때마다 스카우트의 표적이 됐다. 한경, 머니투데이 등으로 기자들이 옮겨가면서 IB뉴스 제공이 어렵게 되자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한 것이다. 이데일리 한 기자는 “한경과 매경이 본격적으로 이 시장에 뛰어들면서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이라며 “이데일리는 이들 매체에 인력만 제공하고 물러난 꼴이 돼 안타깝다”고 말했다.

IB뉴스 시장의 스카우트 경쟁이 치열하다. 인력풀은 협소한데 경제지들이 이 시장에 속속 뛰어들어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머니투데이 더벨 기자 40명과 이데일리 IB뉴스팀 20명, 각 경제지 증권부의 일부 기자들을 합해 전체 인력이 100명이 채 안 된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 중 스카우트의 표적이 되는 3~8년차 기자들은 손으로 꼽을 정도다.

이런 가운데 한경이 마켓인사이트를 오픈하며 15명의 팀원 가운데 9명을 외부 경력기자로 채용했다. 선발업체인 더벨과 이데일리 기자들이 대부분이다. 실전에 바로 투입할 수 있는 기자들 위주로 선점한 것이다.
매일경제도 한경에 한발 늦었지만 4~5월 IB뉴스 서비스 오픈을 목표로 인력을 뽑고 있다. 증권, M&A, 채권, 벤처캐피털 등 자본시장 취재 경험이 있는 기자와 금융전문가, 변호사, 회계사 등이 대상이다. 매경도 10명 정도를 공채하고 내부 인력을 합해 15명 정도로 서비스를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경제기사가 자본의 유통시장, 그 중에서도 주식시장을 주로 다룬다면 IB뉴스는 채권과 주식 발행시장이 주 취재대상이다. 투자와 딜에 대한 전문정보를 다루기 때문에 취재원과 독자가 한정돼 있다. 대기업 CFO와 자금팀, 증권사, 은행, 투자회사, 회계법인, 법무법인 등이 주요 취재원이자 독자다.

출입처가 따로 없고 인맥을 통해 정보가 나오기 때문에 취재가 쉽지 않은 분야다. 대신 기사는 회원에게만 유료로 제공되고 1년 구독료는 매체에 따라 600만~1000만원에 이른다. 이 때문에 한경과 매경도 경력기자 스카우트에 열을 올릴 수밖에 없다.

2007년 머니투데이에서 독립해 국내 첫 IB뉴스 전문매체로 문을 연 더벨도 인력 유출에 시달리기는 마찬가지다. 그동안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해 왔기 때문에 인력과 노하우가 후발매체엔 표적이 된다.

본지의 막강한 지원을 배경으로 한경과 매경이 단시간에 독자를 확보하며 더벨 독주체제가 더 이상 유지되기 힘들 것으로 점쳐진다.

1월 출범한 한경 마켓인사이트는 현재까지 150구좌의 유료독자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연간 구독료는 990만원이다. 연말까지 500구좌를 확보한다는 목표다. 아직 사이트를 오픈하지 않은 매경은 구체적인 영업계획을 밝히지 않고 있다. 연간 구독료가 800만원인 더벨은 현재 700구좌 정도의 유료독자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경 한 관계자는 “지난해 인력 스카우트를 끝내고 콘텐츠를 준비해왔기 때문에 순조롭게 더벨을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매경 한 관계자는 “매경이 가진 인력풀을 이용해 타 매체를 따라하는 것이 아니라 창의적인 모델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더벨은 새로운 매체의 진입으로 경쟁이 진행되면 IB뉴스 수요가 늘어 시장이 확대될 것이란 점은 긍정적으로 봤다. 그러나 현재 연간 200억원이 될까 말까 한 시장에 가장 큰 경제지 두 곳이 동시에 뛰어드는 부분은 과열이라고 경계했다. 더벨 한 관계자는 “메이저 경제지가 구멍가게도 하겠다는 꼴”이라며 “벌써 본지를 이용한 강압적인 영업이 나타나는 등 시장이 혼탁해지고 있어 심히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대호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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