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칠한 기자의 촉촉한 내면 기행

'김 기자 어떻게 됐어?' 두 번째 이야기
기협, 한국기자상·취재이야기 공모작 49편 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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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들의 세계에서 최고영예로 통하는 한국기자상을 수상한 기사는 어떻게 나왔을까. 냉정하고 비판적이기만 할 것 같은 기자들에게는 어떤 직업적 애환이 있을까. 기자가 아니면 알기 힘든 이런 물음에 명쾌하게 답할 글들이 한 권의 책으로 엮여 나왔다. 바로 기자들의 단체인 한국기자협회가 펴낸 ‘김 기자 어떻게 됐어?’ 두 번째 이야기다.

이 책은 한국기자협회가 지난 1월 일선 기자들을 대상으로 공모한 ‘취재이야기’ 33편과 2010년 한국기자상 수상작 취재기 11편, 2011년 이달의 기자상 수상작 취재기 5편 등 모두 49편의 취재기를 골라 실었다. 지난해에도 같은 제목의 책이 나온바 있어 이번엔 ‘두 번째 이야기’다

우장균 한국기자협회장은 이 책의 기획의도를 “첫 번째 이야기가 세상을 향해 예리한 날을 들이대는 기자를 보여준 것이라면 두 번째 이야기는 거대담론에 치여 사는 기자의 여린 내면을 훔쳐볼 수 있게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기자상 수상작 11편 가운데는 ‘천안함 그 불편한 특종(YTN)’, ‘연평도 포격(한겨레)’, ‘자율형사립고 편법입학(KBS)’, ‘김정일 위원장 방중에 얽힌 인연(연합뉴스)’ 등 지난해 우리 사회를 흔든 특종과 이슈를 다룬 기사들의 취재기가 포함돼 있다.

한국기자상 취재보도부문 상을 수상한 YTN 정치부 김문경 기자는 ‘천안함 그 불편한 특종’에서 지난해 3월 26일 천안함 침몰 기사를 특종한 순간을 이렇게 썼다. “1보를 전한 뒤에도 30분 가까이 타사 화면은 조용했다. 짧지 않은 시간 동안 머릿속은 뒤죽박죽. ‘내가 잘못 질렀구나. 결국 시말서를 써야 되나’란 걱정을 하는 순간, 침몰소식은 곧바로 전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이달의 기자상 수상작으로는 ‘자원 신대륙 야말네네츠(조선일보)’, ‘도심 속 멸종위기종을 찾아서(대전일보)’, ‘90도 허리 굽힌 왕의 남자들(연합뉴스)’, ‘김태영 국방장관에게 전달된 VIP 메모(CBS)’, ‘서해 불법조업 중국어선 일렬로 묶은 채 단속저항(동아일보)’이 실렸다.

‘취재이야기’ 공모작은 기자상 수상작에 비하면 가벼운 기자들의 일상을 담고 있다. 기자의 애환, 취재현장의 실수담, 취재원과의 애증, 기사 때문에 울고 웃어야 했던 기막힌 사연 등 웃음과 감동을 주는 글이 대부분이다.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받은 ‘미아리 소녀 그녀는 지금 어디에(한국일보)’, ‘이라크의 추억, 그리고 지금(SBS)’, 장려상을 받은 ‘신출내기 기자의 우왕좌왕 선박사고 취재기(삼척MBC)’, ‘내 별명이 도란스가 된 사연(CBS)’, ‘여자의 비명소리가 무섭다(허환주)’가 대표적이다.

한국일보 고유찬 기자의 ‘미아리 소녀 그녀는 지금 어디에’는 미아리에서 윤락과 마약을 하는 한 18세 소녀를 만나 취재하고 윤락과 마약에서 벗어나게 하는 과정을 담았다. 2년여의 기간 공안 고 기자와 이 소녀는 단순한 기자와 취재원의 관계를 넘어 사촌오빠와 동생 같은 연민의 관계로 발전한다. 죽었다던 소녀가 자신 앞에 나타났을 때 고 기자는 “꼭 안아줬다. 사촌오빠가 된 듯했다. 아직 숨 쉬고 있다는 사실이 고맙기도 했다”고 썼다. 고 기자는 소녀와의 관계에 대해 “기괴했지만 아름다웠던 관계, 기자가 아니었다면 나눌 수 없는 인연”이라고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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