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김재철 사장 '불도저 경영''공포 정치' 시작

반대 여론 소통 무신경…조직 친여(親與)화·지역광역화 강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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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오는데 경영국에서 전화가 왔다. 서울 기자회견에 노조원 몇 명이나 올라 가느냐고 물었다. 왜 그러냐고 하니 서울 본사에서 보고하라고 재촉한다는 대답이었다.”

지난달 23일 서울 여의도 방송문화진흥회 건물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상경했던 지역MBC 노조 간부의 말이다. 게다가 기자회견에 참석하기 위해 노조원들이 신청한 연차휴가를 허용하지 말라는 지침까지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언론사, 특히 MBC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모습이다. 이는 빙산의 일각이다.

김재철 사장은 연임 결정 즈음해 계속 ‘폭탄급’ 결정을 내놓고 있다. 주요 임원·간부 인사를 비롯해 지역MBC 광역화, 조직개편, 강제적 인사평가, 단협 해지 등 노조 압박 등 사건이 연달아 터졌다. 김 사장 연임 뒤 반대 여론은 개의치 않고 밀어붙이는 ‘불도저 경영’ ‘공포정치’가 개막됐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이번 김 사장의 주요 인사는 ‘친여(與)화’를 노골적으로 내걸었다는 평이 나온다. 이는 내년 대선과 총선을 앞둔 사전포석이라는 분석도 있다.

‘본부장 책임제’ 등 때문에 더 관심을 모았던 보도본부장에는 전영배 전 기획조정실장이 임명됐다. 전 본부장은 2년 전 보도국장 시절 안팎의 반대를 무릅쓰고 신경민 뉴스데스크 앵커 교체를 강행했다. 기자들이 항의 표시로 8일간 제작거부를 벌여 취임 한 달 반 만에 국장 자리에서 물러났다. 당시 기자들은 MBC 역사상 처음으로 보도국장 불신임 투표를 실시, 투표자 96명 중 93명이 불신임 표를 던졌다. 그는 이동관 청와대 언론특보와 고교 대학·동창이어서 보도국장 임명 때도 논란을 불렀다. 김재철 사장 취임 뒤에는 기획조정실장으로 중용됐다.

보도국 편집, 정치, 사회, 네트워크 등 주요 부서장 역시 영남·친여 성향 인물로 채워졌다는 분석이다.
이장석 시사보도제작국장은 앞서 ‘뉴스후’ 부장을 지낼 때 ‘후플러스’ 명칭 변경 및 시청률 사각 시간대 이동 등 시사보도물 약화에 일조했다는 평이 있다. 그나마 시사프로그램의 명맥을 유지하는 시사매거진2580마저 위기를 맞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반면 라디오뉴스프로에서 권력에 촌철살인을 날렸던 최명길 부국장은 시사보도제작국 부국장으로 옮겨 현장에서 멀어졌다. 대선 BBK 의혹과 2008년 촛불시위 당시 보도국장을 지내며 집중 보도를 이끌었던 김성수 전 보도국장은 목포MBC 사장으로 내정됐으나 “사실상 MBC를 떠나게 만든 것”이라는 주장이다.

보도본부 외 인사도 논란이 많은 인물들이 발탁됐다. 안광한 신임 부사장은 편성본부장 시절 ‘후플러스’ ‘W’ 폐지 문제 및 PD수첩 4대강 편 불방에 개입한 것으로 알려져 입방아에 올랐다.

시사교양국장에 임명된 윤길용 신임 국장은 김재철 사장의 대광고·고려대 후배다. 노조는 윤 국장이 “소망교회도 다녔다”며 “완벽한 ‘고소영’ 인사”라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에도 시사교양국장 물망에 올랐다가 일선 PD들이 반발했던 전례도 있다. 이우용 라디오본부장 역시 선임자노조 출신으로 친여 성향 인물인 데다가 1981년 입사해 전 본부장의 1년 선배라는 점에서 역주행 인사라는 지적도 받고 있다.

지역MBC 광역화(통폐합)도 강행할 전망이다. 사측은 노조의 광역화 추가 추진 의혹 제기에 “광역화 대상 지역을 논의한 바 없다”는 입장이었으나 일주일 만에 광역화 대상 지역이라고 소문이 돌던 청주·충주, 강릉·삼척MBC 사장을 겸임사장으로 발령냈다.

지난달 22일에는 서울 남부지방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냈다. 지역MBC 노조원들의 ‘본사 불법 난입’과 ‘불법 시위’를 금지해달라는 내용이었다. 출범식 날 노조에 ‘불법시위를 계속하면 민형사 조치를 취하겠다’는 경고공문도 보냈다. 지역 MBC노조의 본사 시위는 30~40명이 본사 로비에서 30분간 벌인 피켓시위가 전부였다.

최승호 PD수첩 PD 교체도 조짐이 보이고 있다. 이는 시사교양국이 편성제작본부 소속으로 바뀐 이번 조직개편도 연관이 있다는 주장이다. 실무제작진의 의견보다는 경영 등 외부 여건을 중시하는 편성본부 산하에서는 보도의 위축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다. 또한 윤길용 시사교양국장은 지난달 28일 평 PD와 면담에서 “시사교양국의 변화를 위해서 1년 이상 한 프로그램에서 일한 사람은 예외 없이 교체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겠다”며 최 PD의 교체를 시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MBC의 한 기자는 “김 사장의 연임 이후 행보가 예상을 뛰어넘고 있다”며 “보도국은 간부들을 앞세워 알아서 기게 하고, 시사교양국은 제도적으로 압박해 무력화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장우성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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