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부산시민과 함께하는 KBS 열린음악회 홍보물. 신세계가 1만5천부를 제작해 배포한 이 홍보물에는 ‘호암 이병철 탄생 100주년 기념’ 문구와 함께 고 이병철 삼성 회장과 그의 친딸인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의 사진이 실려 있다. |
|
|
신세계 3억원 협찬…KBS 감사 착수‘부산시민과 함께하는’ KBS 열린음악회가 사실상 삼성그룹 창업자인 고 이병철 회장의 탄생을 기념하는 음악회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KBS가 이 프로그램을 제작하면서 이 회장의 친딸인 이명희씨가 회장으로 있는 신세계에서 3억여원의 협찬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KBS는 27일 부산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 야외주차장에서 4월4일 방송될 열린음악회를 녹화했다. 이날 음악회는 부산광역시가 주최하고 (사)부산문화관광축제조직위원회가 후원한 행사로 ‘부산시민과 함께하는 열린음악회’라는 부제가 붙었다.
하지만 행사 안내책자에는 ‘호암 이병철 회장 탄생 100주년 기념’ 문구와 함께 이병철 회장과 신세계 이명희 회장의 사진이 실렸고, 녹화 현장 옆 백화점 벽면에는 이 회장의 젊은 시절 사진이 대형 걸개로 걸려 있었다. 특히 일부 참석자와 사회자인 황수경 아나운서는 이 회장 탄생을 축하하는 코멘트를 했다.
부산시민 1만5천여 명이 모인 열린음악회에서 이런 일이 가능했던 것은 신세계가 프로그램 제작을 위해 3억여 원을 협찬했기 때문이다. 신세계는 부산문화관광축제조직위원회를 거쳐 부가세 별도로 협찬금 2억7천만원을 KBS에 냈다. 신세계 홍보팀 관계자는 “장소를 제공하고 일부 금액을 협찬한 만큼 센텀시티점 개점 1주년 프로모션을 위해 초대장을 만들고, 홍보물도 1만5천부 제작해 배포했다”고 말했다.
KBS 열린음악회 권영태 책임 프로듀서는 “신세계의 협찬금이 부산문화관광축제조직위원회를 거쳐 KBS에 입금됐다”며 “제작 단계에서 신세계 협찬을 알고 있었다. 그동안 여러 차례 기업체 협찬을 받았다”고 말했다. 권 프로듀서는 이어 “사전에 초대장이나 홍보물, 현장의 현수막 등을 점검하지 못한 것은 제작진의 불찰”이라고 덧붙였다.
KBS는 4월4일로 예정된 방송에는 특정인 관련 내용이 전혀 포함되지 않는다며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고 이병철 회장을 홍보한 코멘트도 녹화 현장에서 관례적으로 이뤄지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강선규 KBS 홍보팀장은 “특정인과 관련된 부분은 방송에 나가지 않는다”며 “초대장 등에 임의로 문구를 삽입한 신세계 측에 엄중 항의했다”고 말했다.
1993년에 첫 전파를 탄 이후 17년째 KBS 간판 프로그램의 명성을 이어온 열린음악회가 이번 파문으로 시청자들의 신뢰를 잃어버릴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에서 “방송에 안 나가면 된다”는 KBS의 해명은 궁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KBS 노조 최성원 공정방송실장은 “녹화 현장에 있었던 부산시민들은 KBS 열린음악회를 이병철 회장 탄생 100년을 축하하는 음악회로 인식했고, 이 회장 관련 코멘트도 스폰서를 해준 대가로 협찬처의 요구를 들어준 것에 다름없다”면서 “내달 4일 예정된 방송을 취소하고 제작 경위를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김인규 KBS 사장은 30일 파문이 확산되자 감사실에 특별감사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성후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Copyright @2004 한국기자협회.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