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사장 정치독립 '머나먼 길'

'MB 특보' 김인규·'77% 반대' 이병순 경합
'특보 저지' 총파업 변수…노조 비판 여론도 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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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노동조합은 17일 오후 3시 청와대 앞에서 ‘MB 특보 낙하선 저지’ 기자회견을 갖고 김인규 디지털미디어산업협회장이 KBS 차기 사장으로 올 경우 낙하산으로 규정하고 즉각적인 총파업 투쟁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김덕재 KBS PD협회장은 KBS 본관 민주광장에서 ‘이병순 사장 연임저지 및 낙하산 사장 반대’를 위한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19일 KBS 차기 사장 최종후보 선출을 앞두고 나타난 이런 현상은 KBS 내부의 복잡한 사정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동시에 김인규 회장과 이병순 현 사장의 맞대결 구조로 압축된 사장 선임 국면이 안갯속에 있음을 방증한다. 명백한 사실은 두 사람 중 최종 후보가 나올 경우 KBS의 염원인 정치독립적 사장 선임의 꿈은 좌절되고, 지난해에 이어 또 한 차례의 극심한 갈등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KBS 사장추천위원회가 면접심사 대상자로 확정한 후보는 이병순 현 사장과 김인규 디지털미디어산업협회장, 강동순 전 방송위원, 이봉희 전 미주 KBS 사장, 홍미라 언론노조 KBS 계약직지부장 등 5명. 이 가운데 이 사장과 김 회장이 차기 사장 물망에 오르고 있다. 유력한 후보 두 사람이 경합을 벌이는 것은 KBS 역사상 전례가 없는 일이다. 김영삼 정부 시절 홍두표 사장, 김대중 정부의 박권상 사장, 노무현 정부 초기 서동구 사장, 서 사장의 뒤를 이은 정연주 사장은 청와대와 정부·여당의 직간접적인 교감 속에 KBS 사장 자리에 올랐다. 그러나 이번에는 사정이 다르다. 애초 이 사장의 연임 가능성이 높은 기류에서 김 회장이 배수진을 치고 도전장을 내면서 복잡해졌다.

일각에서는 청와대가 어느 한편을 지지하기 힘들어 KBS 이사회에 전권을 줄 것이라는 관측을 한다. KBS 이사회는 여야 7대 4 구조이지만 이번 사장 선임 국면에서 여야 구별은 큰 의미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사들이 후보 개인의 성향과 능력을 감안해 투표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이사들을 향한 양측의 구애전이 치열하다. KBS에서는 일부 본부장들이 여당 측 모 이사에게 이 사장 지지를 부탁하는 전화를 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하지만 정권의 방송장악 유혹은 권력만큼이나 강하다. 지난해 8월 정연주 전 사장을 몰아내기 위해 감사원, 국세청, 검찰, 경찰 등 국가기관을 총동원한 사례는 이를 웅변으로 보여준다. 결국 KBS 사장은 청와대의 의중에 달려 있다는 게 정설이다. 두 사람이 각각 청와대의 지원을 공공연하게 주장하며 바람몰이에 나서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또한 이명박 대통령이 “KBS 신임 사장은 공영방송으로서 KBS 위상을 회복시킬 수 있는 비전과 철학을 갖추고, 방송·통신 융합 시대에 미래 방송산업의 발전을 선도하는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이례적으로 밝힌 것도 의미심장하다.

KBS 노조의 ‘김인규 결사 반대’ 투쟁도 막판 변수다. KBS 한 관계자는 “김 회장에 대한 노조의 강한 반대를 정권이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사장 선임의 키는 노조가 쥐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내 구성원 76.9%가 불신임한 이 사장에 대한 노조의 애매모호한 입장은 내부 비판을 받고 있다. 공영방송 사수를 위한 KBS 사원행동은 16일 성명에서 “필사즉생의 각오로 이병순 연임분쇄와 낙하산 사장 저지 투쟁에 나서라”고 노조에 촉구했다. 김성후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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