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연합뉴스, 대한민국 중추언론 만들겠다"

[기협인터뷰] 연합뉴스 박정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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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용자권익위원회 위원 위촉 준비중…편집위원회 9월 설치 예정


지난 19일 오전 연합뉴스 사장실에서 박정찬 사장을 만났다. 뉴스통신진흥법 통과, 조직개편·인사 등으로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는 박 사장은 시종일관 진지한 모습으로 인터뷰에 응했다. 박 사장은 연합뉴스를 아시아권역을 대표하는 통신사로 발전시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또한 미디어 환경의 변화에 따라 영상 강화를 바탕으로 한 ‘종합 멀티미디어 뉴스통신사’로서의 역할을 강조했다. 아랍, 아프리카 등 제3세계 언어에 뛰어난 대학생을 육성하거나 현지 인력을 특파원·통신원으로 활용해 정보주권을 강화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사장으로 취임한 지 3개월이 됐다.
뉴스통신진흥법 개정으로 취임 후 한 달을 정신없이 보냈고, 지난달에야 조직개편과 인사를 마무리 짓고 가쁜 숨을 돌렸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30년 인생을 바친 연합뉴스에서 사장직을 맡게 돼 더없는 영광으로 생각한다. 내부 인사가 3차례 연속으로 사장으로 선임됐는데, 이런 점도 연합뉴스 지배구조의 독립성, 임원선출의 공정성 등을 말해주고 있는 것 같아 의미가 크다고 여긴다. 6년 전 뉴스통신진흥법을 제정할 당시 실무를 맡았기에 뉴스통신진흥법 개정안 통과에 대한 소회도 남다르다.

-비전과 목표가 궁금하다.
연합뉴스의 비전을 ‘글로벌 연합뉴스, 대한민국 중추언론’으로 제시했다. 중국의 신화통신이나 일본의 교도통신과 같은 아시아권역을 대표하는 뉴스통신사로 성장하고 나아가 글로벌 종합 멀티미디어 뉴스통신사로 거듭나야 된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목소리’로서 외신들의 왜곡과 편향을 바로잡고 한반도 뉴스로는 세계 최고의 권위자 역할을 강화할 방침이다. 다양한 의견과 이해를 치우침 없이 전달하고 중재·조정하는 사회통합 기능도 중요한 목표다.

-뉴스통신진흥법을 통과시켰고 조직개편과 인사도 단행했다. 이 때문에 조직 내에서는 사장 임기 중에 해야 할 일을 다 끝낸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한다.
그렇지 않다. 앞으로 어떤 일을 하느냐가 더 중요하지 않겠나. 방송통신 융합, 신문방송 겸영, 디지털 방송 등 앞으로 2~3년 내에 변혁이 올 텐데, 연합이 지금처럼 텍스트 중심으로 가서 되겠느냐는 고민을 한다.

-케이블방송을 비롯해 종합편성채널, 보도전문채널 등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것인가.
검토를 해봐야 한다. 다른 미디어들이 경계할 정도는 아니지만, 단순히 텍스트만 가지고 뉴스 인프라 역할을 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고 본다. 규모의 미디어산업이 점점 강조될 텐데 고민이다. 영상 쪽에 관심이 있긴 한데, 어떤 식으로 대응을 할지 구체적으로 검토해본 적은 없다. IPTV, 종합편성, 보도전문채널 등도 우리가 원한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지 않나. 투자 대비 효과도 불분명하다. 다만 CP(콘텐츠 생산자)로서 만족해야 하느냐라는 문제가 남는다.
 
-AFP를 롤모델로 삼았는데, 외국 통신사의 경우는 어떤가.
AFP도 우리와 똑같이 국가기간뉴스통신사인데 새 시대에 적응하기 위해 뉴미디어를 강조했다. 뉴미디어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정부로부터 엄청난 지원도 받았다. 하지만 본격적 채널 운용은 하지 않고, 인터넷·그래픽 등 뉴미디어에 많은 투자를 한 걸로 알고 있다. 연합의 경우 미디어 환경의 변화에 맞춰 점진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것이지, 아직 구체적으로 검토한 것은 없다.

-앞서 연합뉴스 지배구조의 독립성을 언급했는데.
뉴스통신진흥회 생기기 전을 생각해보라. 뉴스통신진흥회가 생기기 전 1대 주주는 KBS, 2대 주주는 MBC였다. 뉴스통신진흥회가 1대 주주가 되면서 기존보다 더 독립성을 높이고, 회사 보도방향의 공정성, 중립성을 확보했다고 본다.

-하지만 최근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정국에서 연합뉴스 기사의 공정성이 논란이다.
최근 보도 방향에 대해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등 큰 사건들이 있었다. 그 과정에서 모든 기사들이 바람직하고 공정해야 하지만 간혹 편차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연합은 전통적으로 공정하고 중립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과 관련한 검찰기사 문제는 노조 공정보도위가 조사를 하고 있다. 조사를 해보면, 오해가 풀릴 것이라고 생각한다. 통신기사는 위에서 넣어라, 빼라 할 수 없다. 부장급에서 판단하고 사후 보고한다. 이번 경우에도 오해를 받을 만한 위로부터의 지시 같은 것은 없었다. 연합뉴스의 공정성 문제는 기본적으로 연합뉴스가 다양한 스펙트럼을 담는데 그 중 일부만을 문제삼는 데 기인한다고 본다. 연합뉴스의 최우선 가치는 공정성이다. 언론사로서 독자의 신뢰를 잃으면 사실상 모든 것을 잃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수용자 권익위원회나 편집위원회 등 구체적인 로드맵이 나와야 하지 않나.
뉴스통신진흥법이 통과되면서 두 가지를 약속했다. 일단 수용자 권익위원회는 법 시행이 12월이다. 수용자권익위원회 위원들을 위촉할 준비하고 있다. 편집위원회는 의무조항은 아니다. 하지만 편집위원회를 설치하려고 한다. 실무차원에서 운영방안을 마련하고 있고, 편집규약 제정과 편집위원 선임작업 등을 준비해서 적어도 9월에 출범하겠다. 두 가지 문제는 우리 회사의 공정성을 담보하는 문제처럼 인식되기 때문에 가급적 이른 시일 안에 시행하겠다.

-연합뉴스의 비전으로 ‘글로벌 연합뉴스, 대한민국 중추 언론’이라고 밝혔다. 글로벌도 좋지만 민족뉴스에 대한 강화도 필요할 것 같은데.
동의한다. 이를테면 AP나 교도통신은 평양에 거점이 있다. 연합뉴스도 사실은 민족적 자존심으로 볼 때 평양에 상주인원이 있어야 하고 북 중앙통신도 서울에 카운터 파트너로 주재함으로써 민족 간 소통창구가 돼야 한다. 연합뉴스는 그런 노력을 줄곧 해 왔다. 앞으로도 그 노력을 강화하려고 하고 있고 강화할 수 있는 방책을 찾고 있다.

-직원들은 신사옥 건립 이야기를 자주 한다. 복안은 있나.
주위 환경, 미관, 안전성 등으로 볼 때 언젠가는 해결해야 할 문제다. 멀티미디어 시대를 맞아 편집국에 통합뉴스룸이라고 만들어놨지만 보잘것없다. 하지만 지금 비상경영을 하고 있고 미디어산업 전체가 어려운 상황인데 당장 해야 될지는 의견수렴을 해봐야 할 것이다.

-특파원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특파원들의 현지어 구사능력 등 문제도 꾸준히 거론돼 왔다.
특파원 60여 명이 나가 있지만 특수외국어를 하는 지역에 대한 대책이 없었다는 게 사실이다. 그래서 뉴스통신진흥회 이사회에서도 재원을 마련해서라도 특수외국어 인력을 확보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한다. 연합뉴스도 대학에 장학금을 주고 대학생을 육성, 입사 시험에서 문호를 열어준다거나 하는 방안 등을 고민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세계의 소외지역에 특파원을 늘릴 생각이다. 또 홍콩, 상하이, 싱가포르, 뉴욕, 런던 정도에는 어휘 구사력 등 전문성이 뛰어난 사람들을 훈련하거나 현지에서 뽑아 특파원, 통신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제 국가기간뉴스통신사로서의 연합뉴스는 그 역할, 책임, 기자 자질 등이 달라져야 한다고 본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지난해 촛불시위, 광우병 등 인터넷 시대에 중대 사건이 발생하면 매우 빠른 속도로 전파된다는 것이다. 실시간으로 뉴스를 담당하는 연합뉴스는 훨씬 더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어떤 루머가 인터넷 상에서 이슈로 부각될 때 총체적 진실은 모른다고 해도 취재를 통해 진위를 가려야 하는 것이 국가기간뉴스통신사의 책무다. 하지만 지난해 연합뉴스가 진위를 밝혔여야 했지만 제대로 못했다고 본다. 그래서 사장이 되면서 특별취재팀을 주문해 만들었다. 사회이슈에 대한 진위, 실체적 팩트를 가리자는 것이다. 실시간으로 어떤 일이 터졌을 때 다방면을 취재해 입체적으로 보도하자는 취지다.

-최근 북한 후계자로 지목된 김정운의 중국방문 진위 여부, 김정운 사진 오보 등이 이슈가 됐다. 특별취재팀에서 그 진위를 가렸다면 좋았을 것 같다.
그렇지 않아도 내부에서 그런 말이 있었다. 특별취재팀이 출범한 지 불과 1개월밖에 안됐다. 앞으로 특별취재팀이 그러한 문제를 발 빠르게 대응할 것이다. 시행착오가 있겠지만 특별취재팀은 성공할 것이다. 정성을 쏟고 있다.

-뉴시스에 대한 생각이 궁금하다.
뉴시스도 같은 업종의 미디어다. 배척하려는 생각은 없다. 같이 가야 한다. 연합뉴스는 국가기간뉴스통신사로서 역할이 있는 것이고, 뉴시스는 민영통신사로서 역할이 있다. 일본 교도통신과 지지통신처럼 그렇게 공생할 수 있다고 본다.

-어떤 사장으로 남고 싶은가.
통신기자로서 30년 이상 살아왔고 통신기자의 어려움을 잘 안다. 처음 현장을 가야 하고, 1보를 써야 하고, 그것이 오보가 아니기를 바라야 하고, 다른 사람 다 떠나도 마무리 기사를 위해 남아 있어야 했다. 처음엔 그런 생활이 싫었다.
나도 기자칼럼인 ‘기자의 눈’을 써서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고 싶고, 멋진 칼럼도 쓰고 싶었다. 하지만 이제 이 회사 정상에 오를 즈음에 자꾸 생각나는 것은 남이 알아주든, 알아주지 않든 아무도 가지 않는 현장을 지킨다는 통신기자의 생활이라는 게 보람이 있었다는 것이다. 우리 후배들도 나 같은 생각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대담=김신용 편집국장
정리=민왕기 기자 wanki@journalist.or.kr 민왕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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