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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집회와 뉴스룸

최진순 기자의 온&오프<31>

최진순 기자2008.05.26 18:43:32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문화제(이하 촛불집회)가 서울 및 전국 도심에서 이어지면서 뉴스 콘텐츠를 생산해온 기성 매체 뉴스룸은 불쾌하고 불편한 경험에 시달리고 있다.

이른바 시민기자 즉 블로거들이 현장에서 밤샘 집회를 중계하는 기동력과 멀티미디어 스킬(skill), 인터넷 기반의 공유와 소통을 따라갈 수 없는 현실을 체감해서이다.

사실 국내 신문, 방송 뉴스룸은 그간 온라인을 주목하면서도 제대로 된 지원과 투자는 미흡했다. 많은 언론사들이 뉴스룸 통합을 이야기하고 멀티미디어 콘텐츠 생산을 강조하지만 아직 오프라인 중심적이다.

이번 촛불집회 보도 행태에서도 여실히 드러나지만 밤샘 보도를 한 기성매체는 한겨레신문 정도에 불과하다. 온라인 뉴스는 시간과 공간을 가리지 않고 생산, 소비, 유통되고 있으나 기성 매체는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 이슈가 중요한 현안이라고 보느냐 여부에 따라 각 언론사 뉴스룸의 대응은 달랐을 수도 있지만 중요한 것은 인터넷과 같은 플랫폼을 상대하는 뉴스룸의 일관된 철학과 관점을 유지하느냐는 부분이다.

현재 국내 기성매체 중 24시간 뉴스룸(CND, Continuous News Desk)을 운영하는 곳은 사실상 한 군데도 없다. 지난 10여년전 국내에 인터넷이 보급되고 각 언론사에 웹 사이트가 개설된 이래 변하지 않는 상황이다.

특히 뉴스 콘텐츠를 다루는 절대 인력이 여전히 오프라인 뉴스룸에 매달려 있다. 신문사의 경우 매출 비중이 오프라인에 집중돼 있지만 신문에서 인터넷, 모바일 등 뉴스 소비자의 플랫폼 이동이 현저해진 최근까지도 온라인에 핵심역량이 배치되지 않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24시간 뉴스룸을 운영한다는 것은 첫째, 뉴스룸이 콘텐츠 생산의 영속성을 담보하며 둘째, 기자들의 업무가 특정 플랫폼에 종속돼 있지 않으며 셋째, 평면적 서비스가 아니라 멀티미디어 서비스를 지향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겨레신문이 최근 촛불집회 보도를 거의 실시간에 가깝게 대응하는 것은 인터넷신문 오마이뉴스, 민중의 소리 등과 비슷한 경우다. 인터넷 서비스를 담당하는 자회사인 한겨레엔 소속 취재 영상팀이 편집국에 파견됨으로써 뉴스룸의 ‘24시간화’를 이룰 수 있었다.

하지만 뉴스 콘텐츠 생산이 단절되지 않는다고 뉴스룸의 컨버전스가 이뤄진 것은 아니다. 주요한 기자들이 신문, TV 등 애초에 설정된 업무 패러다임에 종속되지 않고 자유자재로 뉴스 콘텐츠를 생산, 유통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이 경우 콘텐츠 편집툴(CMS, Contents Management System)은 물론이고 온라인 뉴스룸과 기민하게 소통할 수 있는 문화의 정착이 절실하다. 또 기자들이 한정된 플랫폼에 복무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유통채널로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는 데서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인센티브 정책이 요구된다.

이미 일부 신문사는 ‘온앤오프 기사교류제’ 등으로 소속 매체와 상관없이 뉴스 콘텐츠를 생산하는가에 따라 보상책을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뉴스룸 혹은 기자조직 전체로 확장되는 것이 아니라 국소적이며 일과적이라는 한계를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뉴스룸의 통합 나아가 새로운 패러다임은 그동안 보여주던 텍스트 위주의 서비스가 아니라 입체적이고 쌍방향적(Interactive)인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신문사가 제공하는 영상 서비스는 그런 점에서 분명히 진일보한 형식에 해당한다.

여기서 결정적인 측면은 영상 그 자체가 뉴스룸 진화의 핵심이 아니라는 점이다. 신문 뉴스룸이 멀티미디어 서비스를 한다고 해서 그것이 차별성 등 경쟁력을 갖춘 상품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즉, 뉴스의 포맷 그 자체가 아니라 뉴스의 독창적 가치를 창조하는 방안 제시가 핵심이다.

이를 위해서는 뉴스룸 안팎에 많은 전문가들이 동원돼야 한다. 뉴스룸 내 어시스턴트(지원, assistant) 그룹이 부상해야 한다. 어시스트 부서는 현장 또는 편집 부서의 기자들을 다양한 측면에서 지원한다. 예를 들면 정보를 찾아서 손쉽게 가공이 가능한 상태로 기자들의 수중에 넘긴다.

또 기자들이 만든 콘텐츠를 효과적으로 서비스할 수 있도록 최상의 레이아웃을 제시한다. 웹 디자이너, 웹 프로그래머, 영상 편집 담당자들이 그런 역할을 한다. 그들은 단지 업무의 하부에 존재하지 않고 업무의 상층에서 기자와 협력한다.

신문혁신을 고민하고 있는 한 중앙일간지 관계자는 “이제 우리의 고민은 남들과는 다른 콘텐츠를 제시하는 것”이라며 ‘혁신의 요체’를 소개한다. 이 일간지는 “오디언스가 원하는 콘텐츠를 제시한다면 신문 더 나아가 정보 콘텐츠 기업의 미래는 밝다”고 강조한다.

즉, 콘텐츠 생산에 방점을 둔 지난 세기의 뉴스룸에서 콘텐츠 기획단계에서부터 유통까지 생산 이외의 것에 무게중심을 싣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남는다. 기자들이 그러한 상황을 제대로 수용해, 자기 것으로 만들어 낼 수 있느냐는 점이다.

조금만 더 눈길을 돌리면 이미 뉴스룸과 기자들은 많은 변화의 기로에 서 있다. KBS, MBC, SBS, CBS 등 대부분의 방송사는 ‘뉴스+알파’를 고민하고, 새로운 콘텐츠를 내놓고 있다.

KBS 보도국 디지털뉴스팀의 ‘화난 사람들’ 등 인터넷 전용 뉴스 콘텐츠 기획, MBC의 ’20년 전 뉴스’ 재가공, SBS 인터넷뉴스팀의 보도국과의 공조로 탄생한 김연아, 이소연 기사, CBS의 인터넷 브랜드 뉴스 ‘노컷뉴스’의 정착 등은 대표적인 사례다.

신문사들 역시 마찬가지다. 조선, 중앙, 동아 등 대부분의 신문사가 영상 서비스를 내놓고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온라인 뉴스 파트의 규모가 커졌다. 국내 최대 규모의 중앙일보 디지털뉴스룸은 가장 알찬 성과를 내놓고 있다.

앞으로의 과제는 뉴스룸이, 기자들이 변화를 통해 무엇을 달성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특히 기자들이 기존의 취재 관행과 문화를 벗어나서 뉴스 콘텐츠의 웹 우선 게재 전략까지는 아니더라도 새로운 패러다임을 껴안는 실천이 중요하다. 단지 콘텐츠의 지속적인 생산과 멀티미디어 서비스의 제시로 끝난다면 더 이상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촛불집회를 다루는 기성매체 보도 행태에 대해 오디언스의 심판이 냉정하게 나오고 있다. 자사의 관점에서 다루는 뉴스 편집과 생산에 대해 비판이 쇄도하고 있다.

필요한 정보를 스스로 구하고 생산하는 소비 패러다임을 형성해 가는 오디언스가 확대되고 있는 이상 이들과 의견을 공유하고 접점을 만드는 것을 회피한다면 더 이상 ‘신문의 미래’를 낙관적으로 예상하는 것은 가소로운 일이다.

한국경제신문 전략기획국 최진순 기자 soon69@paran.com / 중앙대 신문방송학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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