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언론 10년, 경향

경제적 어려움 딛고 정론지 우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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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여금 반납 등 사원 고통분담 절대적
먹고사는 문제 해결 목소리 점차 커져




   
 
  ▲ 경향신문사옥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경향신문은 한화그룹에서 분리됐다.

1997년 외환위기로 자금난에 봉착한 한화가 경향신문의 경영에서 손을 뗐기 때문이다. 언론사 최초로 망하는 신문사가 출현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그러나 경향신문 구성원들은 십시일반 돈을 모아 회사를 살리기로 결의했다. 사원들은 퇴직금으로 종잣돈을 모아 사원 주주회사를 설립했다. 적게는 1백만원에서 많게는 6천만원까지 냈다. 1998년 4월1일, 경향신문은 독립언론임을 선포했다.

◇사원 ‘소유·경영’ 초유 실험 = 한국 언론사상 최초로 사원들이 소유·경영하는 신문사가 태어났지만 기대보다는 우려가 많았다. 경제적 곤궁함을 딛고 ‘홀로서기’가 가능하겠느냐는 것이었다. 자본으로부터 독립했지만 한편으론 자본에 종속할 수밖에 없는 한국 신문시장의 구조적 문제 때문이었다.

정상적인 경영으로는 신문사의 수지를 맞추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구성원들의 고통과 희생은 컸다. 임금은 절반으로 줄었고, 구조조정으로 사람들이 나가면서 일은 배로 늘어났다. 길어야 1~2년 이상을 버티기 힘들 것이라는 얘기가 파다했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경향은 그런 어려움을 딛고 마침내 4월1일 독립언론 10년을 맞는다. 곧 문 닫을 것이라는 우려는 기우였음이 지난 10년의 발자취를 통해 확인된 셈이다. 사원들의 힘으로 신문사를 만들어 10년 동안 유지해왔다는 점에서 평가받아야 마땅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언론개혁시민연대 김영호 대표는 “어려운 환경에도 불구하고 경향신문이 잘해왔다. 이제껏 견뎌낸 것만 해도 기적적인 측면이 있다”면서 “국내 신문 중 가장 부지런히 기사를 발굴하고 의제 설정에도 뛰어난 신문이 됐다”고 말했다.

지면에 대한 평가도 호의적이다. 최근 2~3년 사이에 경향신문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졌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건전한 진보와 개혁세력의 목소리를 대변해왔다는 점에서 독립언론에 걸맞은 지면제작을 보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일까. 자진해서 경향신문을 구독하겠다는 독자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손석춘 원장은 “경향신문은 언론 본연의 길을 잘 가고 있다”면서 “우리나라 진보언론에 새로운 자극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10년은 가시밭길 세월” = 경향신문이 지금껏 독립언론의 깃발을 내리지 않은 데는 사원들의 노력이 절대적이었다. 10년간 허리띠를 졸라매며 고통분담에 동참한 사원들이 경향신문을 이끌어온 원동력이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사원들에게만 부담을 지우는 것이 한계에 달했다는 냉정한 평가가 나오고 있다. 강진구 기자협회 경향신문 지회장은 “지난 10년은 특정한 영향력을 벗어나 언론 본연의 소명을 다하는 시간이었지만 동시에 직원들이 처우 문제로 인고의 생활을 보냈던 시기였다”고 말했다.

먹고 사는 문제로 상당수 기자들이 떠났고 또 떠날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은 하나의 사례에 불과하다. 이오진 경향 노조위원장은 “사원이 주주인 독립언론 10년은 사원들의 고통을 담보로 한 가시밭길 세월이었다”면서 “직원들은 먹고 사는 문제 해결을 위한 최소한의 노력을 경영진에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영진도 직원들에게 더 이상 부담을 주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광고 매출을 늘리고 신규사업 진출 등을 통해 새로운 수익원을 발굴하겠다는 구상이다. 최근 들어 적자폭을 상당 부분 줄이는데 성공하면서 경영상 어려움이 바닥을 쳤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관건은 현재 지면을 유지하면서 경영상 자립해야 하는 딜레마적 상황이다.

그런 측면에서 경영자이면서 동시에 노동자인 구성원들이 뜻을 한데 모아 새로운 10년을 준비해야 한다는데 이견이 없어 보인다. 신뢰의 위기에 처한 한국언론의 미래를 경향신문에서 찾으려는 외부의 시선이 주목하고 있다.



▲ 독립언론 경향신문 발자취

1946년 10월6일 경향신문 창간
1959년 4월30일 자유당 정부, 경향신문을 지령 4325호로 폐간
1960년 4월27일 4·19 혁명과 경향신문 복간
1974년 11월 박정희 전 대통령 지시로 경향신문, 문화방송과 통합
1980년 11월 언론통폐합과 신아일보 인수
1981년 3월 문화방송과 분리, 사단법인 경향신문 출범
1987년 6월19일 경향신문기자, 언론자유선언문 채택
1988년 3월18일 경향신문 노동조합 결성
1990년 8월 한국화약그룹 경향신문 인수, 주식회사 경향신문 출범
1991년 4월 석간에서 조간발행으로 변경
1992년 5월 시사주간지 뉴스메이커 창간
1998년 4월 한화그룹으로부터 분리, 국내 첫 사원주주회사로 출범
2000년 경향신문 편집국장 직선제 실시
2005년 5월 스포츠칸 창간
2007년 2월 경향신문 캐나다판 발행





   
 
  ▲ 경향신문C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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