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비자금' 보도, 기자들 어떻게 보나

"우리 언론의 슬픈 자화상"
"삼성이라는 성역에 굴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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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일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의 ‘삼성 비자금’ 의혹에 대한 기자회견이 열린 서울 제기동 성당에는 취재기자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 비리 폭로에 대한 언론의 보도 태도와 관련, 상당수 기자들은 “삼성이라는 성역에 언론이 너무 저자세를 취하고 있다”면서 “언론의 이중성을 드러내는 단적인 사례로 부끄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기자는 “우리 언론의 슬픈 자화상을 보는 것 같다”고 했고, 다른 기자는 “약속이나 한 듯 보도하지 않고 침묵한 것은 언론의 역할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기자는 “최대 광고주인 삼성을 의식한 측면이 있다”고도 했다.

5일 김용철 변호사의 기자회견, 6일 참여연대와 민변의 ‘삼성 비자금’ 검찰 고발 등으로 신문, 방송들이 보도 비중을 갑자기 늘리는데 주목하는 기자도 있었다. “초기와는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김 변호사의 폭로 내용과 삼성 측의 반박을 싣는 등 기계적으로 맞추려는 경향이 짙다”고 지적했다. 반면 폭로 내용이 사실로 확인되지 않은데다 김 변호사의 폭로 배경에 의문이 있어 신중하게 다뤘을 뿐이라는 반박도 있었다.

△김현석 기자협회 KBS지회장=기사거리가 되면 써야 한다고 본다. 그것이 기자정신이다. KBS도 처음에 관련 보도에 소극적이었다. 공영방송인 KBS가 삼성 문제를 많이 다루도록 압박도 했다. 삼성 앞에만 서면 한없이 작아지는 우리 언론의 슬픈 자화상을 본 것 같아 씁쓸하다.

△매일경제 17년차 기자=다른 사안에 비해 다소 소극적으로 보도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폭로 내용의 사실 여부에 대해 확인이 어렵고, 김 변호사의 폭로 배경이 석연치 않은 측면, 우리나라 최고의 기업인 삼성이 그렇게 허술하게 일처리를 했겠느냐는 판단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 같다.

△박록삼 서울신문 노조위원장=김용철 변호사의 폭로 내용을 보고, 한편으론 그런 사실을 외면한 언론보도를 통해 우리나라가 ‘삼성공화국임’을 실감했다. 지난 5일 있었던 김 변호사의 기자회견 내용에 언론이 반응을 보이는 것은 삼성 비리가 실체적 진실에 가깝기 때문일 것이다. 기획탐사를 통해 사건의 진실을 파헤쳐야한다. 그러나 대다수 언론은 김 변호사의 가정사, 삼성서 받은 돈 등을 거론하며 본질과 관계없는 물타기에 치중하고 있다.

△문화일보 14년차 기자=최대 광고주인 삼성을 의식한 측면이 있다. 신문사의 경우 아무리 신경을 안 쓰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을 것이다. 세게 나가는 한겨레도 광고 매출로 고민할 것이다. 신문은 그렇다고 해도 방송은 너무 하더라. 한 방송사 저녁 9시 뉴스를 보니 삼성 관련 보도는 뒤로 한참 밀리더라.

△박성제 MBC 노조위원장=MBC가 타 방송에 비해 충실하게 보도하고 있다. 하지만 사안의 폭발성에 비해 만족스럽지는 않다. 삼성 문제에 관심을 더 기울이라고 회사 측에 주문했다. 조중동 등 보수언론은 이 문제를 전략적이고 정치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대단히 문제가 많다.

△이재국 경향신문 지회장=언론보도의 제일 기준은 ‘성역 없는 보도’다. 그러나 부끄럽게도 ‘삼성이라는 성역’은 있었다. 기자들 사이에서도 부지불식간 취재해봐야, 보도해봐야 헛일이라는 그런 자기검열이 심했다. 이번 보도는 미세하기는 하지만 삼성이라는 성역을 깨뜨리는 의미 있는 변화다. 삼성 비리 의혹 보도를 보면 매체간 차이가 확연하게 드러난다. 내부고발이나 양심고백 차원에서 사안을 접근하고 있는 매체가 있는 반면 해명 중심으로 보도하는 신문도 많다. 보도의 양이 아니라 본질에 접근하려는 노력이 더 필요하다.

△한국일보 14년차 기자=비자금 계좌내역이라는 구체적 물증을 제시했고, 삼성이 차지하는 위상 등을 고려할 경우 대대적인 보도가 이뤄졌어야 했다. 대부분 언론들이 약속이나 한 듯 보도하지 않고 침묵한 것은 언론으로서의 역할을 포기하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신정아 사건과 비교해도 마찬가지다. 이메일 내용이나 오피스텔 방값 등 사사로운 것을 보도하면서도 정작 물증이 있고 폭로자가 있는 사안은 대서특필하지 않고 있다. 그러면서 손에 잡히는 것이 없다고 말하는 것은 변명에 지나지 않다. 김성후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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