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행 로드맵' 편향보도 논란

금산분리 완화 폐지 논란 '편향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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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산분리 완화 주장을 펼치고 있는 경제신문들  

‘삼성은행 로드맵’이라고 불리는 이 문서는 삼성그룹이 2005년 5월 작성한 것으로 은행 소유와 금산분리 원칙의 완화를 위해 전방위로 활동해 온 증거로 대두되고 있다.

이 문건은 지난 8월30일 YTN의 보도로 세상에 알려졌으며 지난 17일 재경부 국정감사 때 심의원이 전문을 공개하면서 삼성이 금산분리 완화․폐지 논의의 배후에 있는 것은 아니냐는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금산분리가 지속될 경우 삼성 에버랜드는 금융지주회사가 되고 금융지주회사는 비금융계열사를 지배할 수 없게 된다.

‘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에버랜드’로 이어지는 순환출자를 통한 재벌 총수 일가의 지배력이 유지되기 힘들게 되는 것. 삼성이 금산분리의 배후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는 이유들이다. 그러나 경제지를 필두로 한 대다수 언론들은 이를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또 일관되게 금산분리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금산분리 완화 폐지, 한 목소리

그렇다면 경제들을 비롯한 대다수 언론이 금산분리를 주장하는 이유는 뭘까. 한국경제 매일경제 헤럴드경제 등 주요 경제지들은 산업자본을 통해 글로벌 금융회사를 육성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들고 있다.

금융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려면 자본을 확충하고 해외 금융회사를 인수합병(M&A)해야 한다는 것. 이는 남아도는 산업자본 40~1백조를 통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한국의 상위 3개 은행의 자산규모가 미국과 일본의 8분의 1, 중국의 4분의 1 수준으로 금융산업이 상대적으로 낙후되어 있다는 점도 제기되고 있다.

또한 시중은행의 70~80%의 지분이 외국인 소유로 배당금의 상당액이 외국으로 유출되고 있다는 진단도 이에 한 몫 한다. 외국자본이 국내금융을 침식하고 있는데 국내 자본은 금융산업에 진출할 통로가 없다는 것이 주장의 골자다.

따라서 경제지들은 4%로 제한하고 있는 산업자본의 은행 의결권을 10~20%로 확대하거나 아예 이 항목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기업의 논리 ‘복사판’

경제지들의 이같은 보도는 결국 삼성금융연구소의 금산분리 완화 폐지 주장과 비슷한 내용이라는 지적을 받고있다. 의도적이었건 비의도적이었건 삼성 등 대기업의 논리를 경제지들이 확산시키고 있다는 비판이다.
삼성금융연구소는 이번에 공개된 비밀문건에서 “외국계 자본의 국내 금융업 잠식의 부작용과 이에 대항할 수 있는 국내자본의 육성 필요성을 강조”라고 명시하고 있다. 금산분리 완화를 위해 외국계 자본의 금융업 잠식을 적극 부각시키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말이다. 경제지들은 이같은 논리를 충실하게 반영하고 있다.

한국경제는 사설 ‘金·産분리 원칙 폐기돼야 마땅’을 통해 “국내기업들에 은행소유를 엄격히 규제하는 사이 외국자본들이 물밀듯이 들어와 대다수 금융회사를 점령해 버렸다. 그에 따른 국부유출도 적지 않음은 지난해 은행결산실적만으로도 충분히 알 수 있는 일이다”고 밝혔다.

서울경제도 ‘실익없는 金産 분리원칙 완화해야’라는 사설에서 “우리 경제는 현금이 넘치는 산업자본과 외국자본에 헐값으로 팔리는 금융사들이 혼재해 있는 모순에 빠져있다. 국내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라도 금산분리 원칙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매일경제는 ‘금융이 선두에 서야 선진국된다’라는 사설에서 “한국은 어떤가. 은행의 자본이 영세하고 그나마 외국인들이 지분의 태반을 가지고 있다. 은행의 자본 확충을 위해 금산분리 원칙 완화 폐지를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파이낸셜뉴스는 삼성금융연구소 이상묵 상무의 ‘잃어버린 20년’ 등 특별기고를 싣기도 했다.

‘부작용’에는 침묵하는 경제지

반면 금산분리 완화 폐지로 인한 부작용에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재벌그룹의 은행소유에 따른 경제력 집중현상에 대해 비판적인 성찰 없이 우호적인 기사 및 주장을 양산하고 있는 것.

경제지들은 금산분리를 완화할 경우 산업자본이 금융정보를 독점, 재벌 중심의 산업구조가 심화되고 사금고화를 견제할 방법이 없다는 비판에도 침묵하고 있다. 또 사금고화의 문제가 없다는 근거로 기업들의 자금사정이 과거와 다르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평이다.

한국의 경우 금융감독과 사내 견제 등의 제도가 선진국에 비해 현격하게 떨어지기 때문. 그러나 이에 대한 경제지들의 비판과 성찰은 찾아볼 수 없었다. 편향된 자료만을 기사화하고, 반대입장의 전문가 의견을 배제하고 있기도 하다. 일례로 금산분리가 ‘글로벌 스탠더드’라는 내용을 담은 금융연구원의 보고서는 보도되지 않았다.

금융연구원은 이 보고서에서 “세계 100대 은행을 조사해 본 결과 산업자본 최대주주의 지분율이 우리나라의 산업자본 은행 소유 한도인 4% 미만인 은행이 83개로 대부분이고 4% 이상의 은행지분을 보유한 산업자본들도 대부분 투자회사나 정부계 펀드인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한국은행이 세계주요 국가들을 방문한 뒤 최근 작성한 보고서인 ‘주요 국가의 은행 소유 규제 제도와 소유 구조 현황’도 보도되지 않았다. 이 보고서는 대부분의 선진국들이 금산분리 원칙을 지키고 있고 밝히고 있다.

경제개혁연대 김상조 소장은 “경제지들이 대선국면에서 재계 편향의 보도를 하는 등 논쟁 구도를 왜곡하고 있다”며 “선진국에 비견되는 금융감독 제도에 대한 논의가 우선적으로 바탕이 되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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