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 나눠주는 방송 만들겠다"

[기협 인터뷰] OBS 주철환 초대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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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카 사용 등 선정적 방송 자제…잔잔한 감동 줄 수 있는 기획 프로그램으로 승부



   
 
   
경기인천지역 민영지상파방송인 OBS(경인TV)가 오는 11월1일 공식 개국한다. OBS 주철환 초대 사장은 지난달 25일 기자회견에서 새롭게 개국하는 OBS의 청사진을 밝혔다.
주 사장은 PD출신의 사장답게 “창의성으로 승부하겠다”고 강조했다. “시청자를 기다리는 수동적 방송이 아닌 찾아가는 능동적 방송이 되겠다”고도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주 사장은 OBS의 발전전략과 포부를 밝혔다.

-취임소감은.
17년간 MBC 예능국 PD로 일했다. 이후 7년간은 이화여대 교수(언론홍보영상학부)로 재직했다. 방송인에서 교육자 인생을 살다, 이제 방송인 인생의 제2막을 열려 한다. 두렵고 설렌다. 기대도 된다.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시청자에게 사랑받는 방송국을 이끌어 나가고 싶다. OBS(경인TV)의 슬로건은 ‘희망과 나눔의 빛’이다. 말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실천하는 방송을 만들고 싶다.

-OBS의 ‘O’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많은 분들이 궁금해 한다. ‘One(하나의, 뛰어난)’, ‘Our(우리의)’, ‘Open(열린)’, ‘Oasis(오아시스)’, ‘Opportunity(기회)’ 라는 5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 앞으로도 OBS의 기치에 걸맞는 좋은 의미들을 추가할 것이다.

-PD출신으로 예능프로그램, 드라마 등에 대한 애착이 많을 것 같다. 새롭게 추진되는 프로그램들은.
좋은 프로그램은 방송국의 경쟁력이다. 당연히 신선한, 날것의 느낌을 선사하는 프로그램들을 만들어내고 싶다. OBS의 색깔을 드러낼 수 있으면서도 시청자들에게 새로운 느낌을 선사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제작할 것이다.
추진하고 있는 프로그램을 하나 소개하면, ‘희망의 전설(가제)’이라는 미니시리즈를 계획하고 있다. 미니시리즈지만 50회 분량의 대작이다. 어떤 한 분야에서 고난을 뚫고 최고가 된 ‘프론티어’들을 주인공으로 삼으려 한다. 단순히 성공한 사람이 아니라 다른 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준 사람들의 이야기다.

-창사 특집에는 어떤 프로그램이 편성되나.
세계의 방송인인 ‘오프라 윈프리’를 초청하려고 한다. 확정된 것은 아니다. 진행되지 않는다면 윈프리의 다큐멘터리를 제작해 내보낼 것이다.

-지상파 3사의 입지가 워낙 견고하다. 프로그램만으로는 승부수를 띄우기가 힘들다. 시청자를 끌어들이기 위한 차별화 전략이 있는가.
OBS는 기다리는 방송이 아닌 찾아가는 방송이 될 것이다. 좋은 친구들을 만나고 불러들이는 ‘꿈의 동산’이 되기를 바란다. 이를 위해서 ‘프랜드십 카드’를 제작키로 했다. OBS의 친구가 되는 이들에게 무료로 발급해주는 카드다.

프랜드십 카드를 지닌 사람에게는 다양한 혜택이 부여된다. 서점, 병원, 음식점 등 OBS의 가맹점을 이용하면 5%의 할인을 받는다. OBS의 개국쇼, 콘서트 등에 초청되는 기회도 갖는다.
카드는 이미 제작단계에 있다. 원하는 사람은 누구나 발급받을 수 있다. 회원들은 OBS의 특별한 시청자로 모실 것이다.

-프로그램들이 신선한 것 같다. 하지만 공중파를 보면 자신만의 색깔, 신선함을 강조하더라도 결과적으로 비슷한 드라마, 프로그램이 생성됐다.
요리책에 나온 재료들을 보면 굉장히 좋은 요리가 나올 것 같지만 막상 나온 결과물을 보면 별로구나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재료보다는 요리사가 요리를 잘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계획 중인 프로그램 중에는 1백55㎝의 단신 여성PD가 1백55마일을 걸으면서 만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도 있다.

PD들이 새로운 프로그램을 제안할 때 항상 두 가지를 묻는다. 첫째 무엇이 다른가. 내용과 형식, 출연자 중 다른 것이 있는가. 그도 아니면 앵글이라도 다른가. 둘째는 얼마나 시청자의 흡입력을 갖는가, 화제를 불러올 수 있는가이다. 요리가 되어 나왔을 때 보기 좋고, 맛도, 건강에도 좋은 요리로 평가받아야 한다고 다짐한다. 빈 수레가 요란하기만 했다는 평가를 받으면 안되니까 열심히 할 것이다.

-경인방송이 자리 잡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조직 간의 융합도 중요하고 콘텐츠 제작도 중요하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OBS의 조직원들이 스스로 잘 해내리라는 자신감을 가지는 일이다. 1백60여명의 희망조합원들이 지난 6월1일 들어왔다. 이들은 시련을 겪었기 때문에 힘이 빠져버린 측면도 있지만 의욕에 불타고 있기도 하다. 이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 줘야 한다.

조직원들에게 자신감 불어넣는 일이 가장 중요

방송국은 시설이나 장비도 긴요하지만 역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사람이다. 사장으로서 기존 조직원들이 가지고 있던 가능성을 재발굴하고 활용하고 협력하는 일을 충실히 이행할 것이다. 앞으로 뽑히게 될 경력 및 신입사원들에도 이같은 점을 강조할 계획이다.

-올해는 대선이 있다. 보도기능이 강조될 수밖에 없다. 차별화 전략은.
전국방송은 아니더라도 청와대, 국회, 검찰, 통일부 등 주무부처를 자체적으로 커버할 것이다. 이와 동시에 ‘생활밀착형’ ‘지역밀착형’ 뉴스들을 적극적으로 발굴해 지역민들에게 서비스할 예정이다.

전국에는 각 지역별 민영방송이 있다. 서울도 사실상 SBS가 지역민방인 셈이다. 그런 의미에서 수도권 2천여명이 운집한 경기·인천 지역은 손해를 보고 있었다고 할 수 있다. 민방들은 메인 뉴스 외에 로컬뉴스를 다뤄왔다. 따라서 OBS도 로컬뉴스를 강화해야 한다.

또 현 방송3사에서 주로 해온 앵커시스템을 개혁하고자 한다. 현 앵커시스템은 30년 동안 해온 방식이다. 어떤 모습이 될지는 아직 밝힐 수 없다.
국제뉴스 강화도 OBS만의 특화전략이다. 현재 방송3사의 뉴스를 보면 사건·사고가 없더라도 국제뉴스는 한 두건이 전부다. 이를 차별화 해 매일 국제뉴스를 30분 정도는 다룰 예정이다. 갈수록 국제화되는 시대적 상황을 반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역뉴스를 강화하겠다고 했는데. 복안은 무엇인가.
인천공항을 메인 스타디움으로 할 것이다. 신정아 전 동국대 교수가 출국하는 장면은 인천공항에 가장 가까이 위치한 우리 방송사가 밀착, 취재해 실시간으로 내보낼 수 있다.

생활밀착형·지역밀착형의 찾아가는 뉴스 추구
경기·인천지역은 국내 군대의 70%가 밀집한 곳이다. ‘우정의 무대’를 연출했던 경험을 살려 ‘이등병의 편지’라는 프로그램을 만들 생각이다. 한명의 이등병이 군에 가고 제대하는 내용이다. iTV 시절부터 굳건하게 자리해온 ‘경찰24시’는 계속 이어갈 것이다. 주변 대학들과 연계하는 기획들도 계획하고 있다.

-차별화를 강조하다보면 선정적이 될 수 있는데.
우리는 눈길을 한 번에 잡아끄는 선정적 뉴스보다는 잔잔한 감동을 불러일으키는 뉴스를 만들려 한다. 친근하면서도 뭔가를 생각하게 하는 기사 말이다. 몰카를 사용하는 등의 무리한 방송을 하지는 않겠다. 휴머니즘을 강조하겠다. 시의성을 따지기 보다는 기획성을 위주로 할 것이다. 젊은 층에 포커스를 맞춰 시청률 경쟁에 뛰어드는 방송이 아닌 모든 시청자들에게 열린 방송을 추구할 것이다.

-정부는 2012년까지 방송의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향후 계획은.
OBS도 제작과 편성, 전송에 이르는 모든 방송시스템을 디지털로 전환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1백% HD제작을 위해 방송시스템 구축에 드는 비용만 4백여억원에 달한다.

방송을 제작하는 인력들이 모두 한데 모여 일할 필요없이 일정 장소에서 음향효과, 컴퓨터그래픽, 편집 등을 거쳐 하나의 동영상 파일로 만들어 내게 된다. 시간과 돈을 절약할 수 있다.
이는 다시 말하면 방송테이프가 없고, 종이가 불필요한 완전 디지털화를 의미한다. 디지털방송 시스템은 시청자의 접근을 용이하게 하고 프로그램 전송 역시 유연하게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디지털방송 시스템은 모바일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도 있다. 현재 휴대폰으로 OBS 동영상을 보는 방안을 마련 중이다. SK텔레콤과 추진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어떤 방송국, 어떤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은가.
OBS는 많은 역경을 극복하고 결국 개국에 이르게 됐다. 추진이 여의치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어렵게 개국하게 된 만큼 대주주도 열린 마음으로,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서라면 아낌없이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 조직원, 주주들이 한 마음으로 좋은 방송을 만들 수 있으리라는 믿음이 있다.

안정적 자본 확보에 대해서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있다. 물론 방송국은 돈이 중요하다. 그러나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조직원 간의 신뢰다. 대주주는 소유와 경영을 확실히 분리하겠다고 선포했었다. 방송을 단순히 수익을 목적으로 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 이유다. 이러한 범위 안에서 조직원들에게는 적절한 대우를 해줌은 물론 시민들에게는 찾아가는 방송을 구현해 내겠다. 촌스럽지 않으면서도 특별한 방송, 프로그램을 만들겠다.

정리=곽선미 기자 gsm@journalist.or.kr 정리=곽선미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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