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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과 포털은 적인가

최진순 한국경제 미디어연구소 기자, 중앙대 신문방송학부 겸임교수

한국기자협회2007.08.01 16:53:46


   
 
  ▲ 최진순 한국경제 미디어연구소 기자.중앙대 신문방송학부 겸임교수  
 
포털사이트 뉴스 서비스가 수 년간 한국언론을 좌우하면서 축적된 두 쟁점은 언론의 자생력과 포털의 영향력에 대한 이슈이다.

우선 언론사가 생산하는 콘텐츠는 시장과 이용자들로부터 각별한 가치를 갖는가 아니면 차별성없는 진부한 스토리로만 채워지고 있는가 등 언론과 그 콘텐츠의 경쟁력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멀티미디어 서비스 환경으로 전환하고 있는 미디어 시장에서 특히 신문기업은 사활을 건 몸부림을 치고 있지만 정작 콘텐츠의 질은 답보상태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포털사업자들이 언론사 콘텐츠의 수준을 고민하는 아이러니도 연출되고 있다. 하루에 1만여 개에 달하는 기사를 공급받는 포털뉴스는 그 양과 편이성으로 이용자들의 호응을 끌어 내면서 영향력을 증대시켜왔다. 그러다보니 어떻게 하면 좋은 콘텐츠를 더 많이 제공할 것인가의 관심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반면 유력 언론사들은 포털과의 공동 비즈니스 모델에 주력하고 있다. 이는 ‘유통시장’ 근접이라는 점에서 흥미롭지만 콘텐츠에 대한 성찰 및 혁신과는 다른 차원이다. 포털사이트로 넘어간 디지털 뉴스 콘텐츠 유통시장의 주도권을 회복하는 노력과는 별개로 언론사 스스로 콘텐츠 경쟁력 제고를 위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자성론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이미 개별 언론사가 생산하는 콘텐츠의 독립적 가치보다는 전 언론사의 기사를 한꺼번에 집합적으로 노출하는 포털뉴스 호응도가 높은 점은 진단해 볼 필요가 있다. 아예 지난 해부터는 포털 인기 검색어용 기사 어뷰징으로 트래픽을 높이려는 부작용까지 나타나고 있다. 여기에는 트래픽이 성과의 척도로 매겨지는 언론사 내부의 고질적 시스템도 거들고 있다.

그런데 언론사는 그간 포털뉴스를 근본적으로 극복하는 방법을 찾는 대신 콘텐츠 공급단가 등 계약의 형평성, 아웃링크로 인한 트래픽 증가, 검색 서비스의 공정성 등 지엽적인 이슈에 매달려 왔다. 온-오프라인 뉴스조직에서 콘텐츠 질은 높이지 않고 포털뉴스 서비스 안에서만 맴돌았다. 결국 언론이 포털과 소모적인 논쟁에 휩싸여 진정한 자생력 확보는 팽개쳤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언론사 콘텐츠에서 단순한 CP 이상의 유무형의 가치를 뽑는 포털 측이 공정한 상생을 소홀히 해온 것은 유감스러운 대목이다. 포털사업자는 최근까지도 개별 언론사 단위의 제휴모델을 통해 시장지위를 고수하려는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언론사도 장기적인 전략없이 포털사업자의 제안을 수용하려는 움직임마저 일고 있다.

미국 신문기업들과 구글이 함께 하는 프린트-애드 프로그램에서 보듯 시장의 특성을 고려한 상생모델은 중요하다. 그러나 국내 최대 포털사이트 네이버를 운영하는 NHN이 유력 언론사를 상대로 한 아카이빙 구축 제안의 경우는 언론사의 숙원과제인 DB구축을 해주는 것을 내세워 유통시장을 지속적으로 독점하려는 전략에 다름아니다.
한국신문협회가 최근 한 보고서를 통해 지적한대로 당장에는 상당히 진척된 신문사 공동 비즈니스 모델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고, 한국온라인신문협회가 요청한 콘텐츠 이용규칙도 흐지부지되면서 언론사 전체의 공동 대응 기조를 깨트릴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NHN은 언론사 공동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서 연예기사 남발 등의 선결과제를 내세우고 있고, 신문사닷컴의 ‘콘텐츠 이용규칙’도 시장현실과 맞지 않다거나 개별 언론사와의 계약문제라는 식으로 회피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시장내 유력 언론사가 만에 하나 아카이브 구축을 수용하게 되면 전체 언론사가 포털에 종속되는 기간과 정도가 심화될 개연성이 있다.

포털사업자는 언론사를 향한 선의라지만 이는 시장내 이해관계를 간파한 것으로 순수성을 의심받고 있다. 언론사 역시 포털사업자에 제기하고 있는 여러 제안들이 세분화돼 있지 않는 등 정교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언론과 포털이 공생하는 시장을 위한 소통은 외면한 채 이기적 생존게임만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언론과 포털이 상생의 길을 찾기 위해서는 서로에게 진실할 필요가 있다. 우선 NHN은 전체 언론산업보다는 자신들의 영향력을 유지하는 데 집중한다는 비판의 목소리에 귀기울여야 한다. 언론사도 아주 작은 시장에서 자신만의 생존을 찾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것인지를 깨달아야 할 것이다. 양쪽 모두 시장내 강자의 이기주의를 버리지 못하면 영원한 적이 될 수밖에 없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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