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개혁의 위기-길 잃은 한국’을 기획하게 된 계기는? 5·31 지방선거의 결과로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이 동반 하락하는 현상을 보면서 진보세력의 위기라고 생각했다. 특히 노무현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생각이 선거로 나타난 것으로 봤다. 6월부터 각 부에서 취재 인원을 뽑아 준비했는데, 우리 사회에서 진보개혁에 관한 시선이 향후 중요한 화두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향후 총 30여회에 이르는 기획을 연말까지 연재할 계획이다.
-이번 기획의 초점은 무엇인가? 진보개혁의 위기라고 해서 이념의 문제로 접근한 것은 아니다. 우리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인 서민 계층의 ‘삶의 위기’, ‘생활의 어려움’에서 출발한 문제의식이다. 민주화되고 십 수년이 지난 지금, 투사였던 사람 중에 3명이 대통령이 됐고 2명은 총리를 역임했다. 장관은 부지기수다. 하지만 민중과 서민의 삶은 더욱 어려워졌다. 여기에 우리는 주목했다.
노무현 정부는 독자적인 정부로서 개혁의 장애가 거의 없었다. 하지만 개혁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우리가 투쟁하면서 얻어낸 민주주의가 사회 전반에 만연했는데, 누구를 위한 민주주의였느냐는 회의가 들었다.
민주화 세력이 사회·경제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것에 대한 회의와 배신이 5·31 지방선거에서 나타났다고 판단했다.
-노무현 정부뿐만 아니라 진보개혁세력도 실패한 것으로 보는가?
노무현 정부는 서민이 어떤 면에서 실망을 했고, 왜 등을 돌렸는지에 대한 반성이 부족하다. 지금 정부는 정확히 말하면 자유주의 보수 개혁인데 많은 사람들이 진보개혁세력과 동일시하고 있다. 그것은 문제지만 그렇다고 진보개혁 세력이 노무현 정부의 잘잘못과 관련 없이 무엇을 했는지가 궁금하다.
현재 우리사회는 민주화를 넘어 생존·복지의 문제에 직면해 있다. 삶의 질이 나아지기는커녕 더욱 나빠지는 이유에 대한 책임은 의제를 설정하고 이끌어온 진보·보수 모두의 책임이다. 그런 면에서 진보개혁 세력은 노무현 정부와 어떤 차별이 있었는지 그리고 이런 문제에 대해서 해결하려는 준비와 능력이 있었느냐하면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다.
-진보개혁세력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그들은 민주화 투쟁 과정에서 독재정권을 무너뜨리고 권위와 금기를 깼으며 억압을 부정한 용기가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껍질을 깨는 것에 불과했다. 그들은 정치권과 행정부 등 권력으로 진출했지만 내용이 없었다. 그런 점에서 사회갈등이 표출됐고 민주화 이전보다 이후에 갈등이 더 늘어나는 결과를 가져왔다. 그것은 그들의 능력이 결여됐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이대혁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Copyright @2004 한국기자협회.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