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과 한겨레의 기획으로 인한 ‘보수·진보 담론’은 이 시기에 적절하다는 평가다. 대선이 1년 4개월 남짓 남아있고 전시작통권이나 한미FTA 등 사회적 이슈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는 지금, 각계의 목소리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서강대 원용진 교수(신문방송학)은 “87년 이후를 민주화 시기라고 말하지만 사실 신자유주의 시기였다”며 “그러한 가운데 양극화가 심해지고 서민 생활이 어려워지는데 진보 진영은 아무런 답을 던지지 못했다”고 말했다.
원 교수는 이어 “보수는 그런 상황에서 비판만으로도 결집이 되고 있기 때문에 경향의 ‘진보개혁의 실패’와 한겨레의 ‘일어서는 보수’는 같은 현상을 다른 시각으로 접근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런 기획을 통해 보수·진보 양축이 새로운 반성과 성찰의 계기가 돼야 함을 강조하는 의견도 나온다.
서울대 박세일 교수(국제학과)는 “지금까지 진보 세력은 집권하면서 정리된 정책관이 부족했고 그것은 무능이라기보다 사고의 혼란이었다”며 “과거 외치던 정치적 구호를 정책으로 할 수 있다는 감상과 감성으로 국가를 이끌어 나갈 수는 없는 법”이라고 말했다.
이어 박 교수는 “보수도 지켜야할 보수적 가치가 별로 없었고 있더라도 진보에 반대하는 것으로 비쳤던 것이 사실”이라며 “논란의 시기인 만큼 이번을 계기로 보수와 진보 모두가 자기 성찰을 통해 철학을 확고히 해 나가야 할 때”라고 말했다.
반면 서민의 어려움이 진보세력의 무능 탓이라는 경향의 기획에 동의하지 않는 시각도 있었다.
서강대 손호철 교수(정치외교학)는 “민주화가 된 1987년 이후부터 1997년까지 10년만 보더라도 빈부격차는 해소되고 있으나 IMF 이후 신자유주의 정책이 도입되면서 상황이 역전됐다”며 “김대중, 노무현 정부는 자유주의 정권일 뿐 진보세력이 아니었기 때문에 이들의 실패를 진보의 실패로 봐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손 교수는 “우리 사회를 자유주의, 냉전적 보수세력, 진보세력으로 세분화해서 평가해야지 자유주의 세력과 진보세력을 동일시해선 안된다”고 덧붙였다.
성공회대 김서중 교수(신문방송학)는 보수와 진보진영의 출발 자체가 다르다는 것을 강조했다. 보수진영은 대중과 서민들에게 새로운 세계관과 개념, 사고틀을 전달할 부담이 없이 그저 기존 질서를 정교화하면 된다. 그것들을 새로이 만들고 대중들에게 전달해야 하는 진보진영보다는 훨씬 쉽다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정책 실패가 곧 진보개혁세력의 무능으로 연결되어선 곤란하다”고 말했다.
Copyright @2004 한국기자협회.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