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는 민주와 평등에 헌신하는 직업"

남바린 엥흐바야르 몽골 대통령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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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바린 엥흐바야르 몽골 대통령  
 
  ▲ 남바린 엥흐바야르 몽골 대통령  
 
한반도 통일 최선의 방법은 ‘협력과 신뢰’

20세기 이데올로기 투쟁 양쪽 모두에 손해

몽골 對한국 적자폭 매년 증가…개선돼야







남바린 엥흐바야르 몽골 대통령 인터뷰는 지난 7월22일 본보 발행인인 이상기 기자협회장이 영문 질문지를 몽골 기자협회 춘룬바타르 사무국장을 통해 대통령에게 이메일을 보냄으로써 이뤄졌다. 이후 엥흐바야르 대통령은 자신이 직접 답변을 작성해 지난 17일 몽골 기자협회를 통해 한국기자협회에 보내왔다. 인터뷰 답변은 몽골어로 쓰여졌으며 번역은 중앙대 몽골 유학생 찻츠랄씨가 주한 몽골대사관과 함께 했다.





△몽골 대통령으로 당선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대통령 재임 중 펼칠 정책에 대해서 말씀해 주십시오.



감사합니다. 나는 대통령 재임 중 국가발전복합정책을 세워 이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에는 민주주의 정착, 고도의 경제성장, 실업 및 빈곤 감소, 국가경제 및 국민생활수준 향상, 사회 지식의 생산성 개발, 그리고 몽골민족의 인도적인 유산을 중요시하는 사상을 형성하여 확립하는 정책을 수립해 추진할 계획입니다.





△정치에 입문하기 전, 저널리스트로 활동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대통령께서는 기자와 정치인의 유사점과 차이점이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기자란 직업은 나의 전공과 관련이 있고, 정치인은 내가 사회활동에 참여하면서 맡은 책임입니다. 내 인생의 전반기는 기자로서, 나머지 후반기는 정치인으로서 사회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한 마디로 몽골에서 민주주의 사상이 퍼지고 사회가 변화하고 있을 때 나는 기자를 했었고, 그 민주주의가 실현되고 사회가 새로운 제도 아래 들어섰을 때 나는 정치계에 첫 걸음을 했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그 선택을 계속 따르고 있습니다.

진정한 기자와 정치인의 유사한 점은 모국, 민족, 국민의 행복을 위해, 인간의 공통적인 가치관인 민주주의, 평등주의를 위해 헌신하는데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그들에게는 협력할 필요가 있고 협력할 분야도 많습니다.

차이점이라면 한 쪽은 표현의 자유를 원하고 다른 한 쪽은 정치활동의 권리를 원합니다. 정치인은 의사결정을 내리고 기자들은 그 결정의 결과 및 이에 대한 사회의 반응을 기술합니다.

이런 점에서 정치인으로서 나는 기자들을 잘 이해하고 그들과 잘 통할뿐만 아니라 그들과 협조하기를 원합니다. 나는 기자들의 ‘거울’에 내 자신을 비추어 보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왜곡이 없는‘거울’ 말입니다. 왜곡하는 거울에는 모든 것이 현실대로, 정상적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대통령께서는 모스크바의 문학대학교와 영국의 리스대를 졸업하셨습니다. 이런 점에서 사회주의와 자본주의에 대해서 깊이 알고 계실 거라고 봅니다. 대통령께서는 사회주의와 자본주의 두 제도의 장점과 단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모든 것에는 양면이 있습니다. 이 두 가지 사회제도에도 장점과 단점이 있기 마련입니다. 나에게서는 두 가지 모두를 보고 경험한 것이 많은 것을 여러 관점에서 보고, 양쪽의 장점과 공통점을 조화시킬 영감을 주었습니다. 나는 사회주의 제도의 인도주의와 사회 복지의 장점, 자본주의의 인권, 표현의 자유와 선택의 자유 등의 장점이 좋습니다. 짧게 말하면 민주주의적 사회주의입니다. 그래서 나는 1996년 몽골의 가장 영향력이 큰 정치세력인 몽골인민혁명당 당수로 임명되면서 민주주의적 사회주의를 당의 슬로건으로 삼을 것을 요구하였고, 당은 이를 받아들였습니다. 지금은 민주주의적 사회주의가 몽골 사회의 대다수 지지를 얻고 있습니다.

20세기의 역사는 인류를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로 나누며 서로 적대적인 투쟁의 역사였습니다. 양쪽 다 이득을 보지 못했습니다. 여기서 교훈을 얻은 인류의 이해와 협력정신이 새로운 세기에 우리를 더욱 가까워질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믿습니다.





△한국은 남북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한국민족은 통일을 소망합니다. 대통령께서는 남북한을 통일시킬 최선의 방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한 나라였던 한국이 두개의 국가로 나뉜 지 50여 년이 지났습니다. 역사적으로 보면 짧은 기간이 아닙니다. 그 동안 남북한의 언어, 문화, 생활방식, 사회, 경제의 발전과 사고 방식에서 큰 차이가 생겼습니다. 통일은 긴 준비기간이 필요하고, 쉽지 않은 일입니다. 통일의 최선의 방법은 내 생각으로 양쪽의 모든 면에서의 협력, 신뢰입니다.

2000년 6월에 있었던 남한, 북한의 정상회담 이후로 양국 간의 협력이 많이 이뤄지고 남북한 국민들 간 신뢰감이 두드러지게 커진 것이 보입니다. 이것은 아주 중요합니다. 남북한의 통일은 양쪽, 그 중에서 한국 정부와 국민의 노력이 더 많이 필요할 것입니다. 북한이 국제연합의 회원국이고 독립적인 국가임을 인정하고, 협력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한반도의 평화 문제에 영향력이 큰 미국, 일본 등이 북한과 외교관계를 정상화시키는 것 그리고 6자 회담의 지속성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1990년대 대통령께서는 몽골의 번역자, 편집자, 작가들이 모인 단체의 부회장을 역임했습니다. 대통령께서는 몽골 고전 서사시, 서양 소설, 특히 찰스 디킨즈의 소설들을 번역하신 바 있습니다. 작가들 중 누구를 제일 존경하십니까? 가장 좋아하시는 소설은 또 무엇인지요? 그리고 그 이유도 설명해 주십시오.



한 명의 작가만을 존경한다던가 하나의 소설만을 가장 좋아한다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러시아 작가인 고골의 소설들을 읽고 그의 철학, 사상에 감탄해 일반 대중에 전달하려고 번역했었습니다. 인간의 상상력의 넓은 폭과 신비를 잘 표현한 도스토예프스키의 작품들, 그리고 인생에서의 복잡하면서 정교한 의미들을 잘 기술한 셰익스피어와 그의 작품들을 존경하고 좋아합니다. 하지만 최근 몇 년에는 정치, 경제발전에 관한 서적들을 주로 봅니다.





△대통령께서는 1990년대 몽골의 민주화 과정에서 신문에 많은 칼럼을 쓰셨는데요.



네, 기사를 많이 썼습니다. 그때는 지금과 시대가 달랐고, 역사 문화유산들의 미래가 불투명하고, 연구하는 일조차 열려 있지 않았던 시대였습니다. 그래서 가격을 매길 수 없이 위대한 가치의 역사, 문화의 유산들을 우리가 똑바로 알고, 보존하고 후세에 남겨주어야 한다는 마음을 표현했던 것입니다.





△표현의 자유와 몽골의 국익이 대립하는 경우 어느 쪽을 택하실 겁니까?



몽골의 국가안보법은 “국민과 외국인들이 자기 인권, 자유를 행사할 때 남의 인권, 자유를 침해하거나, 피해를 주는 행위 또는 국가 안보, 국익에 피해를 주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조항에서 질문의 답을 볼 수 있습니다.





△아직도 아시아의 어떤 국가들, 예를 들면 필리핀, 태국, 캄보디아 등에서는 언론의 자유가 제한을 받고 있습니다. 이들 국가에서 기자들이 공격을 받거나 납치 당하며 심지어 피살되는 등 여러 가지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한 국가의 지도자로서 언론의 자유가 제한된 이들 국가의 지도자들에게 어떤 조언을 주시겠습니까?



국가를 이끄는 주체들이 하는 정책과 행동을 국민들에게 숨기고, 그들의 소중한 언론자유를 빼앗기를 원한다면 국민들에게 증오와 의심을 심기 마련입니다. 더욱 국민들이 정부, 정부 정책을 수행하는 공무원들을 믿지 못하게 되면 정부의 존재가 위기에 빠집니다. 오늘날 우리는 남의 발언과 표현의 자유를 방해하기 불가능한 사회에서 살고 있습니다. 인류의 신문명인 정보, 지식의 사회가 초속, 넓은 범위로 발전하고 있는 이 시기에는 각 나라가 정책과 방책을 이런 정보사회의 흐름에 알맞게 세워야 합니다.





△몽골 기자들의 언론자유를 보장하기 위해서 수행하실 계획에 대해서 말씀해 주십시오.



몽골 국민 누구나 헌법에 의해 자기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할 권리가 있습니다. 이 권리를 보장하여 인권선언의 내용에 맞춘 ‘시민과 정치 권리에 대한 국제 협정’을 몽골이 공인했습니다. 자기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자유의 보장은 모든 국민에 중요한 것이며, 정보의 자유로운 확산에 언론이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민주주의가 정착 된 지 15년 동안 몽골의 언론에서 갖가지 색깔을 볼 수가 있었습니다. 지난 7월 1일부터 공중 라디오와 텔레비전 방송에 대한 법이 시행되기 시작한 것은 공중 방송의 독립성을 확보해 준 중요한 일이었습니다. 몽골 정부가 주민들의 정보 수집, 정보 원천의 다양성, 표현의 자유를 제공하고, 법률로 보장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입니다.





△지금 한국에서 취업해 살고 있는 몽골사람들 대부분은 제조업, 농축산업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한국에 대한 대통령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한국과 한국 국민들에 대해서 나는 아주 친근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부지런하고 애국심이 강한 한국 국민이 자기 나라를 국제 사회와 더불어 여러 부분에서 앞서 발전시키는 것이 존경스럽습니다. 그러므로 한국은 아시아 산업에서 하나의 막강한 중심으로 성장해 가고 있습니다. 우리가 본 받아야 할, 배워야 할 것이 많습니다. 많은 몽골 사람들이 한국에 가서 일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양면의 이득이 있습니다. 글로벌 시대인 지금은 노동력을 어디서 어떻게 구할 것인지 이는 기업인들의 자유입니다. 한편에서 자기 노동을 어디서 누구에게 얼마 가격으로 공급할 것인지 민주주의 어느 국가에서도 국민의 자유입니다. 어떤 분야에서 취업할 것인지 양쪽의 수요공급에 의해서 결정될 것입니다. 나는 우리 몽골 젊은이들이 제조업과 비즈니스업에서 일하면서 많은 경험을 쌓고 많이 배우고 왔으면 합니다.





△대통령께서는 몽골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에서도 영향력이 큰 지도자가 되실 거라고 기대합니다. 몽골과 한국, 양국간 최우선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그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하실 생각입니까?



몽골과 한국간의 교류가 전체적으로 서로 유익하고,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외교도 아주 잘 되어 가고 있습니다. 1999년, 2001년 두 차례의 정상급 방문이 양국 간 외교발전에 큰 역할을 했습니다. 다음 정상급 방문은 2006년 이내에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에게는 논의할 것이 많습니다. 한국은 몽골의 주요 투자 국가들 중 하나입니다. 교역, 관광으로도 5위안에 드는 상대국입니다. 우리는 지하자원 발굴, 경공업, 관광업에 한국의 투자를 증가시키는데 관심이 많습니다. LG, 현대, 삼성 등 한국 기업들이 몽골에 투자할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도 이것을 정책적으로 지원해 주기를 바랍니다. 교역에서 몽골이 적자를 보고 있으며, 매년 이 적자가 늘고 있습니다. 이것이 앞으로 풀어야 할 문제입니다.

몽골의 회사들이 원료, 생산품을 한국의 시장에 수출하는데 세관에서 반입금지로 어려움을 많이 겪습니다. 육류와 육가공식품이 우리의 주요 수출품인 것을 잘 알고 계실 겁니다. 몽골 정부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몽골전통수출품에 대해서 편리한 조건, 농업과 축산업 제품들의 반입에 관한 협정, 자유무역협정 등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한국이 이를 잘 해결할 것이라고 기다립니다. 한국정부에서 준 원조의 활용에 대해서 개선할 점이 있습니다. 원조를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것, 특히 중소기업, 관광업, 축산업 제품 생산의 발전에 관한 소규모 프로젝트들, 지역발전의 균등화에 관한 연구 등에 쓸 것입니다.‘연구+교육+생산+판매’의 복합적인 접근이 효율적일 것입니다.

계약 노동자들의 권리, 근무와 주거조건의 향상이 중요한 문제입니다. 계약 노동자들의 보험가입, 재산과 시민권에 대한 문제들을 법률적으로 해결하는데 양쪽 정부에서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대통령께서 가장 존경하는 인물은 누구입니까? 대통령의 인생관도 소개해 주시지요.



내 부모님을 가장 존경합니다. 내 인생의 모토는 “자신이 노력하면 운명도 노력한다”는 몽골의 민속교훈입니다.





△한국기자들과 8월17일 41돌을 맞은 한국기자협회에 전하실 말씀이 있다면?



제41주년 창립기념을 맞은 한국기자협회 회원들에게 진심으로 축하를 드립니다. 살고 있는 사회, 지역, 세계를 더욱 완성시켜 세계 협력, 우호관계, 평화를 확보하는 일에 많은 성과 있기를 바랍니다. 또한 양국 기자들이 더욱 가까워지고 서로의 경험과 지식을 교환하며 협력할 것을 바랍니다.



 

엥흐바야르 대통령은



기자출신으로 지난5월 4대 대통령 당선

85년 정계 입문…문화부장관·국회의장·총리 역임



남바린 엥흐바야르 몽골 대통령(47)은 지난 5월23일 국민투표에 의해 뽑혔다. 인민혁명당(MRPP) 출신으로 문화부장관과 총리와 선거 당시 당수 겸 의회의장을 맡았다.



1980년 모스크바 문학대학을 졸업하고 영국 리즈대학에서 수학한 문학도 출신으로 1980∼1990년대 몽골작가연합에서 사무총장, 부회장을 지냈으며 저널리스트와 번역가로 활동했다. 이 기간 신문 잡지 등에 몽골 민주화와 역사 등에 관한 영향력 있는 칼럼을 많이 썼으며 몽골의 고전 서사시와 서양작가들의 작품을 번역했다.



1985년 MPRP에 입당하면서 정계에 입문, 1992년 의원으로 선출돼 그해부터 1996년까지 몽골 문화부장관을 지냈고 2000년 7월26일 의회에서 만장일치로 총리로 지명돼 4년간 재임했다.



몽골은 총리가 국정을 운영하는 내각제를 채택하고 있지만 잦은 내각 교체로 법률거부권과 판사ㆍ장성 임명권을 갖고 있는 대통령의 권한이 강화되고 있는 추세다. 정리=김창남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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