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차남 김정철, 극비 싱가포르 외유
제246회 이달의 기자상 취재보도부문 / KBS 최문종 기자
KBS 최문종 기자 webmaster@journalist.or.kr | 입력
2011.04.06 14:4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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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 최문종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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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것은 없었다. 여느 콘서트장과 똑같은 풍경. 2011년 2월 14일, 싱가포르 인도어 스타디움 앞. 기대에 들뜬 에릭 클랩턴 팬들 속으로 우리는 섞여 들어갔다.
우리는 달랐다. 긴장한 탓에 눈빛이 갈수록 날카로워졌다. 기대에 부풀어 있을 또 다른 에릭 클랩턴의 열성팬, 김정철을 기다리고 있었다. 상황은 낙관적이지 않았다. 김정철이 콘서트 관람 일정을 취소할 수 있었다. 입구도 여러 곳이었다. 무엇보다 김정철의 얼굴을 잘 몰랐다. 흐릿한 사진 몇 장이 전부였다. 국내에서도 모자라 해외에서까지 기약 없는 ‘뻗치기’라니, 절로 한숨이 나왔다.
눈이 번쩍 뜨였다. 무리 지어 나타난 그들. 정수리에서 스파크가 일었다. 북한 사람이 분명했다. 인터뷰를 시도했다. “김정철씨 맞으시죠?” 우리말로 물었는데 영어가 돌아왔다. “NO!” 김정철이 누구냐는 반문이 아니라 부정이었다. 강한 부정은 긍정이었다. 김정철 측 관계자들이 촬영을 막으며 언성을 높였다. 싱가포르 경찰이 뛰쳐나왔고, 분위기는 험악해졌다. 밤새 구상한 질문을 할 기회는 날아갔지만 김정철의 모습은 카메라에 선명하게 잡혔다.
김정철이 외부 언론에 노출된 것은 지난 2006년 이후 5년 만이다. 취재는 사소한 단서에서 시작됐다. 에릭 클랩턴의 아시아 순회 콘서트 일정을 알게 됐다. 이는 곧 ‘김정철=에릭 클랩턴 팬’이라는 공식으로 이어졌다. 조심스럽게 취재를 시작했다. 어느 정도 신빙성이 있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1백% 확신할 수 없는 상황임에도 회사는 해외 취재 결정을 내렸다. 모두가 북한에 대해 잘 알고 있기에, 김정철의 싱가포르 외유가 남긴 시사점은 굳이 부연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한 가지, 짚고 싶은 점이 있다. 이번 취재에서 우리는 일본의 한 방송국 취재진과 조우했다. 경쟁자였지만 사실 경쟁이 되지 않았다. 그들의 놀라운 정보력은 차치하고라도, 외형 면에서 비교가 되지 않았다. 김정철 취재를 위해 싱가포르에 수십 명이 투입된 듯했다. 그들은 에릭 클랩턴 티셔츠를 구입해 관람객으로 가장했다. 조를 나눠 요소요소를 지켰고, 망원렌즈도 동원했다. 우리 언론계가 꼭 한 번 새겨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김정철 특종’은 KBS 정치외교부의 협력 작품이다. 함께 수상한 송현정, 서지영 기자는 물론 이강덕 부장을 비롯해 뛰어난 취재력을 가진 선배, 동료들이 있어 가능했다. 김태현 촬영기자는 혼란 속에서 찰나의 순간을 놓치지 않고 김정철을 정확히 잡아내는 놀라운 활약을 보였다. 음양으로 취재에 도움을 준 많은 분들에게도 고마움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