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건설노동조합 강원건설지부 3지대장 양회동이 2023년 5월2일 향년 50세로 운명했다. 앞서 윤석열 정권의 ‘건폭몰이’가 있었다. 노조 간부 3인에 대한 영장 실질심사를 앞둔 5월1일 그는 춘천지법 강릉지청 앞에서 분신했다. 그리고 약 2년7개월이 흘러 지난해 12월, 이 사회적 죽음을 기록한 다큐멘터리 <양회동>이 나왔다. 고한석 YTN 과학기상부 기자와 김종필 감독(프리랜서)은 다큐를 통해 그를 죽음으로 이끈 ‘무엇’을 지목했다. 특히 ‘어떤 사람’이 자신의 몸에 불을 붙이게 만든 것인지 담고자 했다.
고 기자는 2월27일 인터뷰에서 “양 지대장의 죽음이 윤석열에 의한 타살이란 걸 보여주고 싶었다. 분신이라고 하면 과격한 투사 이미지를 떠올리지만 좋은 남편이었고 아빠였다. 그가 평범한 소시민이었단 걸 말해주고 싶었다”고 했다.
빈소에 갔었다. 당시 고 기자는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장 7개월차였고, 언론노조 조문에 동행했다. “(빈소는) 침울했다. 집회만 해도 부정적 보도가 나와 언론에 적대감이 컸다. 언론 종사자로서 그들에게 잘못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 달, 기자 고한석은 다큐 제작을 결심했지만 노조위원장 고한석에겐 다른 몫이 있었다. 후일 윤 정권의 방송장악 사례로 꼽힌 ‘YTN 민영화’가 진행 중이었다. 결국 본격 제작은 임기를 마친 2025년 3월 이후에야 가능했다. “둘이 유가족에게 반드시 만들겠다고 약속을 했었다. 마무리해야 했다.”
사비를 들여 주말과 야간에 작업한 결과물은 대통령의 건폭몰이란 국가폭력을 죽음의 배경으로 지목한다. 검경은 특별단속과 압수수색으로 역할을 했다. 안전한 일터, 임금체불 해결을 위한 노조 활동을 정부가 불법으로 매도한 과정·방법이 구체적 증언으로 기록됐다. 특히 보수언론의 노조 혐오는 핵심 문제의식이었다. 제작의 결정적 이유가 된 <분신 노조원 불붙일 때 민노총 간부 안 막았다>(조선일보, 2023년 5월17일) 기사는 대표적이다. 노조 간부가 분신을 방조했다는 취지의 보도에 대해 검찰이 CCTV 화면을 제공했다며 건설노조가 고발했지만 경찰은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30여분 길이 다큐로 두 사람은 미디어공공성포럼이 수여하는 언론상 본상을 최근 수상했다. 하지만 고 기자는 “사영화되지 않았다면 YTN에서 나갔을 프로그램이다. 씁쓸함이 더 크다”고 말한다. 영상은 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 재학생 자격으로 만들어져 학교가 운영하는 비영리언론 단비뉴스 유튜브 채널에서 공개됐다. 과거 YTN 기획탐사팀에서 합을 맞춘 두 언론인은 <탐사보고서 기록>을 통해 다수 언론상을 수상했지만 YTN엔 지금 그 팀이 없다. 민영화 뒤 유진그룹이 임명한 김백 사장은 팀을 해체했고 고 기자는 노조 활동 후 현 부서로 발령났다. 촬영과 영상을 담당했던 김 감독은 이후 퇴사해 노동현장을 기록하고 있다.
분명한 건 지금 누군가의 남편, 아빠, 사위, 아들이던 이가 없다는 사실이다. 배우자 김선희씨는 다큐에서 그를 “다정다감한 사람”이라고, 그날 하루 전 “애들 데리고 소고기 먹으면 안 될까. 돈도 못 벌어다 주는데 먹자 해서 미안해”라고 했다고 전했다. 사위 묘에 간 장모는 “벌어먹어도 같이 벌어먹자고 그랬던 사람”이라고 했다. 다큐는 말미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촉구 촛불시위 현장과 유가족, 동료의 모습, 헌법재판소의 파면 주문 낭독 사운드를 겹쳐 전한다. “누군가 대신 치른 희생과 비극적 경험이 쌓여 탄핵으로 이어졌단 걸 표현하고 싶었다”고 고 기자는 전했다.
21년차 기자는 그 개인의 이름들 뒤로 각자 몫을 짊어진 남은 자 중 하나다. “YTN이 아무리 망가지고 팀을 없애도 구성원들은 열심히 싸우고 있고, 정신이 죽지 않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나중에 팀이 부활하면 보강 취재를 해 새 버전으로 만드는 게 목표다. 재수사를 시작한 경찰이 CCTV 유출자를 반드시 밝히고, 양회동씨 등에게 강압수사가 없었는지도 조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