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건진법사 게이트' 보도, 민간인 국정개입 본질 입체적 구성
제416회 이달의 기자상에는 총 10개 부문에서 49편의 보도가 출품됐다. 각기 다른 분야에서 한국 사회 이면을 깊이 있게 파고든 취재와 기획 기사들이 경쟁한 가운데, 6개 부문에서 총 6편의 수상작이 선정됐다. 이번 회차는 특히 권력 사각지대, 재벌 기업의 불투명한 거래 구조, 허위 정보의 확산 구조, 지방의회와 지역공동체의 현실 문제 등 굵직한 사회적 쟁점들을 저널리즘의 시선으로 밀도 있게 추적한 기사들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취재보도1부문에서는 JTBC의 건진법사 게이트 보도가 선정됐다. 이 보도는 윤석열 정부 출범 초기부터 회
[이달의 기자상] 건진법사 게이트
통일교 2인자가 김건희 여사 선물이라며 건진법사에게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전달한 것 같습니다.JTBC 취재진이 지난해 12월 입수한 첩보입니다. 검찰이 건진법사가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천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으로 수사를 진행하던 때입니다. 당시 아무도 통일교와 건진법사 관계를 주목하지 않았습니다.이 단 한 줄을 검증하는 일은 쉽지 않았습니다. 건진법사와 김건희 여사 사이에 기자가 끼어들 틈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통일교도 매우 폐쇄적인 조직이었습니다. 비슷한 시기 비슷한 내용을 검찰도 파악했지만 관련 수사도 제대로 진행되지 않
[이달의 기자상] SK그룹 의문의 'V 프로젝트'
2월 SK텔레콤에 대한 국세청의 특별세무조사 혐의를 확인해 단독 보도했습니다. 파급력이 컸습니다. 그러나 취재기자로선 아쉬움이 더 컸습니다. 가다가 만 느낌이 들었습니다. SK CC(현 SK AX)의 매출 부풀리기를 탈세라는 관점에서만 보도했기 때문입니다.의혹이 사실이라면, 매출이 부풀려지는 걸 모르고 돈을 지급한 SK텔레콤 경영진의 배임 문제가 있을 수 있습니다. 허위 공시 문제도 나섭니다. 당시는 SK CC와 SK(주)의 합병이 추진되던 시점. 따라서 SK(주) 주주 가치 훼손 우려도 제기됩니다. 그러나 이 얘기들을 다 풀어내기
[이달의 기자상] 당신도 음모론에 빠질 수 있다
복잡한 현실은 단순한 이야기를 이길 수 없습니다. 음모론 취재를 위해 만난 사람들은 모두 확신에 찬 목소리로 자신의 진실을 말했습니다. 혼란스러운 세상을 하나의 명쾌한 서사로 압축하는 순간, 그들만의 완결된 이야기가 탄생했습니다. 그 이야기를 위해 다른 수많은 가능성은 배제됐습니다. 의문은 확신으로 바뀌었습니다.이야기는 현실을 재구성하고 사람들의 믿음을 바꾸는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음모론이 매력적인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주인공과 악역, 갈등과 해결이 있는 서사 구조는 애매한 현실보다 명확한 해답을 원하는 사람들의 갈망을
[이달의 기자상] '가전 구독' 내구제 대출 사기 실태
옆집이 수상해요. 시작은 짧은 제보였습니다. 새벽과 밤만 되면 옆집에 가전 제품 여러 대가 수시로 드나든다는 제보였습니다. 이유를 알기 위해 문 앞에서 무작정 기다린 것이 취재의 시작이었습니다.범죄가 숨어 있었습니다. 내구제 대출이었습니다. 나를 구제하는 대출이라는 뜻으로, 정상적인 경로로 돈을 빌릴 수 없는 신용불량자들이 찾는 불법사금융입니다. 처음 들어보는 대출이었습니다. SNS에 내구제 대출을 검색하자 불법 대출업자와 어렵지 않게 연락이 닿았습니다. 그들은 시키는대로 하면 돈을 빌려주겠다고 말했습니다.가전 제품을 구독하라는 지
[이달의 기자상] 의정활동 내팽개치고 관급사업 '짬짜미'
취재는 제보로 시작했다. 518민주화운동 45주기를 앞두고 광주 한 지방의회 의장이 운영하는 공연 기획 업체가 5억원 규모 518민주화운동 유산 사업 입찰을 따내는 과정이 석연치 않다는 제보였다.처음에는 입찰 업체 간 알력 다툼쯤이 아닐지 생각했다. 그래도 현직 지방의회 의장이 민의는 뒷전에, 가뜩이나 혼란스러운 정국을 틈타 공공기관 발주 사업을 따내려 했다니 정확한 확인이 필요했다.취재 결과 같은 의회 의원도 의장의 업체 기획실장 신분으로 사업에 깊이 관여했다는 사실이 새롭게 드러났다. 의장 업체에 고용된 의원은 심사 평가 점수의
[이달의 기자상] 청년 이장이 떴다!
오늘은 경로당으로 출근했습니다. 석 달간 입에 달고 살았던 말입니다.누군가는 부산일보(산복빨래방), 경남신문(심부름센터)에 나왔던 기획 보도지 않냐며 따가운 시선을 주기도 했습니다. 취재진은 아랑곳하지 않고 완주군 고산면 화정마을로 향했습니다. 처음부터 부산일보경남신문을 잇는 제2의 프로젝트를 만들고 싶었거든요.저희의 목표는 가장 가까운 삶의 현장에서 이야기를 듣고 전달하는 지역 언론,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었습니다. 몇 날 며칠 지역에 집착해 신년 기획 청년 이장이 떴다!가 탄생했습니다. MZ세대로 구성된 취재진이 청년 하나
JTBC '장제원 성폭력 의혹' 보도, 사회 파장·피해자 우선한 윤리적 측면 고려해 수상작 선정
제415회 이달의 기자상에는 11개 부문에 58편이 출품되었다.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정국의 이면과 진실을 밝히기 위한 취재 보도가 계속되었고 미국 에너지부가 한국을 민감국가로 지정한 외교 참사 등 국가적인 혼란을 다룬 치열한 기사들이 수상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또 전국 곳곳에서 일어난 산불과 공군의 오폭 사고 등 자연재해와 인재의 현장을 지킨 보도들도 이어졌다. 이번 달 수상작은 총 6편이다.취재보도1부문에서는 총 11편의 기사가 출품됐다. 이 가운데 JTBC의 장제원 성폭력 의혹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되었다. 윤석열 정부의…
[이달의 기자상] 장제원 성폭력 의혹
권력형 성범죄 가해자가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가해자와 친했던 정치인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애도 메시지를 냈습니다. 모두 내로라하는 권력자들이었습니다. 피해자의 목소리와 정의 실현에는 외면하던 이들이 비로소 입을 연 겁니다.대통령이 되겠다는 지자체장이 당당히 자신의 SNS에, 만취한 자신의 비서를 성폭행한 유력 정치인이 모욕을 견디다 못해 죽었다고 글을 쓰고, 탄핵 선고를 앞두고 있는 대통령은 버젓이 애도의 뜻을 표했습니다.피해자가 견뎌야 했던 고통이나, 가해자의 범죄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언급하지 않았습니다.가해자에 대한 애도와 추모
[이달의 기자상] 미 에너지부의 한국 민감국가 지정
미국내 국책 연구소들에 한국이 민감국가로 지정되니 준비하라는 공문이 내려오고 있다는 소식을 우연히 접하고, 설마 그런 일이 있을까 하는 생각으로 시작한 취재가 큰 관심과 반향을 얻었습니다.끝내 한국이 포함된 미국 에너지부의 민감국가 리스트가 바뀌지 않은 채 4월15일 시행된 직후,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 수상자로 선정되었다는 소식을 받았습니다. 너무나 감사하고 기쁜 동시에, 마음이 무겁기도 합니다. 보도가 나간 뒤 여론의 관심 속에 정부도 해결 의지를 보였지만, 핵비확산의 문지기 역할을 해온 미국 에너지부의 벽은 예상보다 강고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