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실태-국가시험이 샌다
제245회 이달의 기자상 기획보도 방송부문 / SBS 김정윤 기자
SBS 김정윤 기자 webmaster@journalist.or.kr | 입력
2011.03.16 14:39:45
| |
 |
|
| |
| |
▲ SBS 김정윤 기자 |
|
| |
지난해 11월 초 의료인 국가시험에 조직적인 부정과 담합 의혹이 있다는 짧은 제보를 받았습니다.
의사 국가시험 문제를 조직적으로 유출해 공유하는 비밀 홈페이지가 운영되고 있고, 시험 직전에는 거의 모든 수험생들이 호텔에 모여 고급 출제정보를 이른바 ‘족보’의 형태로 비밀리에 돌려본다는 내용이었습니다.
12월 중순에는 초등교사 임용시험 비리 의혹을 밝혀달라는 제보가 잇따랐습니다.
시험에 앞서 각 교육대학마다 경쟁적으로 ‘특강’을 열고 있는데 이 특강에서 출제위원으로 위촉된 교수들이 자신의 학교 학생들에게만 출제정보를 비밀리에 알려준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국가시험에서 부정과 담합 의혹이 일고 있다니, 쉽게 믿기지 않았습니다.
제보의 사실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관련자들과 접촉을 시도해 봤습니다. 그러나 전문직 시험은 일정 자격을 갖춘 이들만 볼 수 있는 시험이어서인지 취재원들을 만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어렵게 만난 한 취재원에게서 아이디를 건네받아 의대생들의 비밀 홈페이지에 접속해 봤습니다. 놀랍게도 당시 한창 치러지고 있던 의사 실기시험 문제들이 일목요연하게 복원돼 있었습니다. 학교별로 복원해야 할 분량까지 할당돼 있었습니다.
실기시험은 3천여 명이 세 달 동안 순서대로 치르는데, 나중에 시험을 보는 학생들은 문제 대부분을 미리 알고 시험을 칠 수 있는 구조였습니다. ‘호텔 족보’의 존재는 사실일까? 합숙 일정을 취재해 해당 호텔들에 잠입해보니, 의료계열 학생들이 호텔을 전세 내다 시피 하고 있었습니다. 과연 시험 직전 비밀 족보가 배포되고 있었고, 손목에 후배들의 확인 도장을 받아야만 호텔 안으로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보안이 철저했습니다.
초등교사 임용시험을 친 수험생들은 ‘특강’ 내용이 담긴 MP3 파일들을 취재진에게 보내왔습니다. 이 녹취 내용을 실제 출제문제와 비교해보니 상당한 유사성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올해 출제될 문제를, 어떤 교수는 에둘러, 또 다른 교수는 직접적으로 언급하고 있었습니다. 외부로 유출하지 말라며 비밀 유지를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의료인과 교사를 선발하는 전문직 국가시험은 해당 교육을 이수한 사람들만 응시할 수 있는 시험입니다. 그래서 그동안 시험이 어떻게 치러지는지, 시험을 둘러싸고 무슨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감시하고 비판하는 목소리는 거의 없었습니다. ‘SBS 뉴스추적’팀은 심층 취재를 통해 복마전이 돼버린 국가시험을 투명하고 공정하게 관리하기 위해 사회적인 관심과 제도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했습니다.
쉽지 않았던 3달여의 취재는 며칠 밤을 새워가며 취재했던 원진주 막내 작가, 좋은 글과 구성을 생산해낸 조민경 작가, 호텔 잠입 취재를 능숙하게 해 낸 백경화 VJ, 눈빛만 봐도 통하는 파트너 양두원 카메라기자가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우리 팀원들에게 수상의 모든 공을 돌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