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행정관은 비리 ‘면책특권’
“언론이 바로잡아야 해.”한 통의 전화로 시작됐다. 자료를 건네고 싶다고 했다. 어디 것이냐고 물었다. ‘BH(청와대)’란 답이 돌아왔다. 지난 3월이었다. 취재원 보호 대책이 관건이었고 지난한 설득을 거쳐 자료를 손에 쥐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 내부 보고서였다. 감찰 보고서에는 대한민국 공직자들의 부적절한 처신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금품과 향응을 수수하고 이권에 개입하는 모습에서 깊게 병든 우리 사회의 이면을 볼 수 있었다.하지만 ‘진짜 문제’는 취재 과정에서 모
세계일보 ‘청와대 행정관은 비리 면책특권’ 등 6편 선정
한국기자협회가 주관하는 한국기자상 심사위원회(위원장 이효성 성균관대 교수)는 27일 심사회의를 열고 제284회(2014년 4월) 이달의 기자상 수상작으로 세계일보의 ‘청와대 행정관은 비리 ‘면책특권’’ 등 총 6편을 수상작으로 선정했다.시상식은 다음날 2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열린다. 다음은 수상 내역이다. ◇취재보도1 부문△세계일보 경제부 조현일, 정진수 기자 ‘청와대 행정관은 비리 ‘면책특권’’◇기획보도…
흑룡만리 제주밭담
하늘에서 내려다 본 제주는 수많은 조각을 짜 맞춘 듯하다. 사방에 펼쳐진 검은 밭담은 제주섬을 잘게 쪼개며 구불구불 흐른다. 그 모습이 검은 용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흑룡만리’. 제주의 미학을 대표한다. 제주밭담은 돌무더기가 산재하고 바람이 많아 농사짓기 힘든 화산섬에서 오랜 세월 제주 농업을 지켜왔다. 바람을 막아 농토와 작물을 보호하는 것은 물론 농경지 경계를 구분하고 우마의 침입을 막기도 했다. 오늘날 ‘제주 농업의 버팀목’ ‘살아있는 역사’라는 평가를…
밭에 태양광 ‘날림 건물’…보조금 줄줄 샌다
‘나랏돈’은 못 챙기는 놈이 바보?사기 치기로 작정한 인간들에게 ‘나랏돈’만큼 만만한 건 없다. ①워낙 규모가 커 적당히 빼 먹어도 티가 안 난다. ②눈에 쌍심지를 켜고 찾아낼 ‘주인’이 없다. ③어쩌다 부정 수급 문제가 불거져도, ‘관리 부실’ 책임을 피하려 공무원 등 책임자들이 알아서 눈 감아 준다. “‘나랏돈’은 못 챙기는 놈이 바보”라는 말이 괜히 생겼겠는가. 태양광 발전 보조금이 딱 이 경우다.…
놀이가 밥이다
며칠을 일이 손에 잡히지 않은 채 멍하게 있다가 수상소식을 들었습니다. 온 사회가 슬픔과 탄식에 젖어 있는 때 상을 받았다고 무슨 말을 하겠습니까. 어른으로서 죄스럽고 미안하기만 할 뿐입니다.이 땅에 태어난 아이들을 생각해 봅니다. 생각해 보니 경향신문의 ‘놀이가 밥이다’ 또한 어느 한 면에선 이번 참사와 맥이 닿아 있는 듯 합니다. 제대로 놀지 못하고 마음이 병들어가는 아이들의 현실이 위험수위를 넘었다는 인식에서 이번 기획은 출발했습니다. 놀 시간과 놀 친구와 놀 공간을 잃어버린 아이들의 숨막히는 일상 또한…
해외카지노 도박 회장님의 5억짜리 황제노역
세월호 침몰 사고가 난 지 꼭 일주일 째 되던 날이었다. 난 청해진해운의 실질적 소유주로 알려진 유병언(73) 전 ㈜세모 회장과 관련된 법인의 등기부 등본을 들척이고 있었다. 일당 5억원짜리 ‘황제노역’으로 호된 비판을 받았던 허재호(72) 전 대주그룹 회장과 유 전 회장의 부동산 은닉 수법이 매우 유사한 것에 놀라던 참이었다. 부장으로부터 “수상자로 선정돼 축하한다”는 문자 메시지를 받고 내심 기뻤다. 하지만 세월호 침몰 참사로 나 역시 심리적 후유증을 겪고 있던 터라, 혹 속마음이 밖으
생활고 시달린 세 모녀 집세·공과금 남기고 동반자살
지난해 12월 처음 사건팀에 들어와 강남·광진라인 1진으로 배치받았을 때 눈앞이 캄캄했다. 입사 후 만 2년이 겨우 지났던 시점이었다. 사건팀에서 여러 라인의 2진을 거치며 훈련을 받을 새도 없이 덜컥 ‘실전 정글’에 내던져졌다. 듣던 대로 보던 대로 강남은 늘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매일 시험을 치르는 학생의 심정이었고 긴장을 늦출 수가 없었다.신출내기 사건기자의 눈에 송파는 강남이나 서초보다 비교적 별일 없이 편안해 보였다. 중산층이 주로 사는 주거 밀집지역에 무슨 일이 있을까 싶었다. 송
연합 ‘생활고 시달린 세 모녀 동반자살’ 발로 뛴 현장기사 ‘호평’
KBS전주 ‘밭에 태양광 날림 건물’ 세금 낭비 고발·대안 제시 돋보여봄이 왔지만 봄기운을 느낄 수 없는 수상한 계절이다. 3월의 보도 기사를 대상으로 한 제283회 이달의기자상 심사는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통감하는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었다. 출품작은 총 47편으로 평년 수준이었으나, 10편이 예심을 통과해 그 중 5편이 수상작으로 선정되었다.이번에도 취재보도1 부문에서 가장 치열한 경합을 벌였다. 15편 가운데 5편이 예심을 통과해 그 중 2건이 수상작으로 선정되었다. ‘생활고…
연합 ‘세모녀 동반자살’ 등 5편 선정
한국기자협회가 주관하는 한국기자상 심사위원회(위원장 이효성 성균관대 교수)는 22일 심사회의를 열고 제283회(2014년 3월) 이달의 기자상 수상작으로 연합뉴스의 ‘생활고 시달린 세 모녀 동반자살’ 등 5편을 선정했다. 시상식은 세월호 참사에 따른 국민적 애도 차원에서 개최하지 않으며, 상금과 상패는 개별 전달될 예정이다. 다음은 수상 내역이다. ◇취재보도1 부문 △연합뉴스 사회부 이슬기 기자 ‘생활고 시달린 세 모녀 집세·공과금 남기고 동반자살’△한겨레신문 사회2부 정대하…
내 사랑 스톤-컬링 여자대표팀의 올림픽 도전기
열 번도 넘게 쓰고 지웠다를 반복했던 도입부. 고민을 해결해준 사람은 한 영화 제작자였다. 매일경제 프리미엄부는 ‘대한민국 1번馬, 내 이름은 당대불패’에 이은 두 번째 멀티미디어 뉴스로 ‘내 사랑 스톤-컬링 여자대표팀의 올림픽 도전기’를 제작하고 있었다. 글과 함께 동영상, 사진, 인포그래픽 등을 하나의 기사로 묶어 웹에서 구현하는 프로젝트였다.‘디지털 스토리텔링’으로 일컬어지는 생소한 장르였기에 국내에서도 이렇다 할 전문가가 없었다. 그래서 영화와 소설, 공연 등…
수백억원 벌금 미납 대주그룹 회장 해외 호화생활
뉴질랜드 로케이션 ‘노역의 제왕’. 이렇게 완벽하게 짜인 이야기가 대한민국의 현실이었던 거죠. 카지노와 요트를 즐기는 재벌의 이야기에는 그를 비호한 권력이 등장하고 사법운용의 허점이 드러났습니다. 4년여만에 귀국한 재벌은 다음날 일당 5억원 노역을 현실화했지만 닷새만에 형집행이 정지됐고 연일 검찰에 불려다닙니다. 논란의 판결을 한 법원장은 사표를 내고, 재벌과 옷깃이라도 스친 검사는 숨을 죽입니다. 대법원은 환형유치제 개선안을 내놓고 향판제도 손 볼 태세입니다.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의 뉴질랜드 호화생활을 처음
우리가 만드는 기적 4만7000원
“해고 노동자에게 47억원을 손해배상하라는 이 나라에서 셋째를 낳을 생각을 하니 갑갑해서, 작지만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시작하고 싶어서입니다. 47억원… 뭐 듣도 보도 못한 돈이라 여러 번 계산기를 두들겨봤더니 4만7000원씩 10만명이면 되더라고요.”‘노란봉투 캠페인’의 시작이 된 배춘환씨의 편지에 적힌 주소지로 찾아가던 1월의 어느 오후. 이미 독자의 편지는 국장 브리핑으로 지면에 소개된 터였고, 이를 읽은 독자 몇몇이 자신들도 참여하고 싶다며 편집국으로 편지를 보내오고…
대기업으로 흐르는 나랏돈
처음에 ‘해보자’ 했을 땐 이렇게 많은 시간을 쓸지 몰랐습니다. 정부도 국회도 ‘대기업으로 흘러가는 나랏돈’이 얼마나 되는지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수십 곳의 국회의원실과 국회예산정책처를 통하거나, 정부부처에 직접 자료를 요청하고 받는 과정을 반복했습니다. 반년이 넘게 이런 과정을 거친 뒤에야 취재팀은 직접보조금, 조달, 정책금융, 세액공제 등 4개 분야에 걸쳐 대기업이 얼마나 많은 돈을 정부로부터 받는지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다음은 살을 붙이는 과정이었습니다. &lsquo
국산 항공안전장비 총체적 부실
도자기의 깨진 파편처럼, 단편적인 첫 제보를 접수한 것은 지난해 10월. 방송은 올해 2월. 꼬박 다섯 달이 걸렸다. 그동안 만나고 통화했던 취재원은 30여 명. 이들과 나눈 대화를 정리한 녹취록은 백 페이지를 훌쩍 넘었다. 계기착륙장치의 사용 가능 여부를 포함해 국내 모든 공항의 정보를 알려주는 항공고시보, NOTAM만 만 페이지에 달했다. 꼼꼼한 취재일 수도 있지만 그만큼 어렵고 버거웠다. 개념이 서니, 어디부터 접근해야 할지 방향이 잡혔다. 현장에서 실제 장비를 사용하는 현직 기장들, 공항 관제사들에 대한 취재에 들어갔다. 일
염전 노예 사건
가끔 출입처의 발표를 맹신할 때가 있습니다. 수사권 없는 언론 입장에서 수사기관인 경찰을 담당하다 보면 특히 그럴 때가 많습니다. 이번 염전 노예 사건에 대한 보도자료를 처음 받았을 때도 그럴 뻔 했습니다. 경찰은 브리핑과 인부 인터뷰, 자체 촬영 영상 등 기사를 쓰기에 충분한 원료들을 준비해 놓았습니다. 하지만 JTBC 취재진은 ‘한 걸음 더’ 들어가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렇게 염전 노예의 섬을 찾아 나서기 시작했습니다.그러다 우연히 확인한 섬의 이름은 ‘신의도’. 처음 들어보는 지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