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소재 영화 ‘귀향’의 국민 후원 제작을 위한 연속 보도
조정래 감독과 저는 2012년 봄에 처음 만났습니다. 조 감독의 영화 ‘두레소리’의 개봉을 앞둔 인터뷰 때였습니다. 그날 봄바람이 불어 인터뷰 장소엔 꽃잎이 흩날렸고, 감독은 다음 계획을 묻는 질문에 영화 ‘귀향’을 소개했습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감독은 “우리가 당한 일이 잊히지 않도록 도와달라”는 위안부 피해자분들의 말씀을 이 영화를 꼭 만들라는 간절한 당부로 받아들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2년이 흘렀습니다. 2014년 봄, 다시 만난 감독은 저에게 ‘귀향’ 시나리오를 건넸습니다. 아직도 그가 ‘귀향’을 붙잡고 있다는 사실에…
조달청 관급자재 ‘가격조작’
“무슨 그리드요?” 지오그리드라는 토목용 보강재, 생전 처음 들어봤습니다. 검색해도 정보도 많지 않았습니다. 그만큼 일반 시민들의 관심이 먼 사각지대에서 벌어지는 단가 조작의 규모는 생각보다 컸습니다.조달청은 6년 동안 시중보다 두세 배 비싼 가격에 토목용 보강재를 팔아왔습니다. 취재진도 전화를 통해 쉽게 알아볼 수 있는 시중 가격을 조달청만 몰랐습니다. 그렇게 뻥튀기된 가격으로 6년 동안 무려 800억원 어치가 팔려나갔습니다. 조달청의 시장 가격 조사 기능은 유명무실했습니다. 첫 보도 이후 업체들이 전자세금계산서를 조작해 가격을…
한중일 청년리포트: 3개국 38명의 청춘 이야기
삶이 팍팍하고 힘들다는 얘기는 지난 한 해 동안 귀가 닳도록 들었다. 그 중에서 누가누가 더 힘든가 경쟁하듯 더 치열하게 살아가는 학생들과 직장인들의 얘기를 발굴해 다루는 기사들은 나름대로의 의미에도 불구하고, 그 나물에 그 밥 같았다. 청년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남들이 힘들게 산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해도 자신의 삶은 ‘1’도 바뀌지 않는다. “기성세대로서 젊은이들에게 이런 세상을 안겨줘서 미안하다”는 자책 섞인 위로나 “현실에 타협하지 말고 분노하라”는 조언도 공허하다. 청년들과 자주 만나는 활동가들은 청년 기획을 준비하고 있다는
YTN ‘뻥뚫린 인천공항’ 허술한 보안실태 등 고발…사회적 반향…
TBC ‘조달청 관급 자재 가격조작’ 끈질긴 보도로 현장조사 이끌어내 2016년 새해 첫달부터 이달의 기자상 경쟁이 치열했다. 전통적인 특종에 해당하는 취재보도1부문(정치·사회분야)과 지역취재보도부문에 각각 15개, 11개의 작품이 올라왔다. 그만큼 언론이 감시·견제해야 할 일이 우리 사회에는 여전히 많다는 뜻일 것이다.특히 취재보도1부문은 출품작 15개 가운데 5개 작품이 최종 심사 대상에 오를 정도로 수준 높은 작품들이 많았다. 열띤 토론 끝에 YTN의 ‘밀입국·폭발물 의심물체…뻥뚫린 인천공항’과 매일경제의 ‘자동차관리법 개정으
강남구청 ‘댓글부대’ 운영 의혹
경향신문의 강남구청 ‘댓글부대’ 운영 의혹 연속 보도는 공무원이 일반 시민인 양 신분을 감추고 업무와 연관이 깊은 사안에 개입하는 불법행위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 시작됐다.취재와 보도 과정은 전략적 판단에 따라 진행됐다. 기초자료 수집을 하면서 신연희 강남구청장이 구의회 구정질문에 출석하기 하루 전날인 지난해 10월14일 한 인터넷 기사에 구정을 옹호하는 댓글이 집중적으로 달린 것을 알게 됐다. 당시는 신 구청장이 한국전력 부지 공공기여금 사용 등을 놓고 박원순 서울시장을 상대로 “차라리 ‘강남특별자치구’를 설치해달라”고 공개 선언하
인천 11살 여아 아동학대 사건
“아이는 고아원에 잘 돌아갔나요?” 과자를 훔치러 들어온 11살 소녀를 경찰에 인계했던 슈퍼 주인은 첫 통화에서 제게 이렇게 물었습니다. 순간 가슴이 먹먹해졌습니다. 아이는 혹시라도 자기를 집에 되돌려 보낼까봐 보육시설에서 도망쳤다고 거짓말을 한 겁니다. 지옥과도 같은 그곳에서 A양은 맨발로 가스배관을 타고 탈출했습니다. 어른 3명은 2년 넘게 아이를 굶기고, 가두고, 때렸습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아이를 세상에 내어놓은 당사자, 바로 친아버지가 있었습니다. 작년 12월19일 저녁 MBC 뉴스데스크를 통해 ‘16kg 소녀’의 사연
선생님 빗자루로 때리고 욕설하는 학생 ‘짓밟힌 교권’
퇴근 후 SNS를 통해 캡이 보낸 동영상 하나가 날아들었습니다. 열어본 순간 충격은 '메가톤급'이었습니다. 심지어 피해 교사가 정규직이 아닌 기간제 교사 신분으로 추정된다는 제보자의 말은 더욱 취재 욕구를 끓어오르게 했습니다. 하지만 취재는 처음부터 난항이었습니다. 학교 측 사람들과 겨우 연락이 닿았지만 "모르겠다" 혹은 무응답으로 일관했습니다. 동영상만으로 보도를 해야 하는지 고민을 거듭했지만 사실 확인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할 수는 없었습니다. 결국, 다음날 동이 트기도 전에 발생 학교로 추정되는 곳을 찾았고, 학생과 학교…
중공군 유해 송환 조작 의혹
아직도 국방부는 저희 보도에 대한 조사 결과를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고 있습니다. 보도 이후 진상조사와 자체 감사까지 했는데도 말입니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도 보도 초기 “철저하게 조사해 발표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국방부가 이 사안에 대해 ‘뭉개고 넘어가는’ 선택을 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보도는 지난 2014년, 2015년 두 차례에 걸쳐 중국에 보내진 중공군 유해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현 정부가 꼽는 외교 성과였습니다. 적군의 유해를 반세기가 넘어 돌려보낸 인도적 조치였습니다. 한·중 관계가 밀착되는 계기가 됐다는
현실화된 괴물 ISD, 뒷걸음질 치는 정부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이라는 낯선 제도를 처음 접한 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한창이던 2007년이었다. 몇몇 인사를 중심으로 위험성을 지적했지만 ‘어렵다’는 이유로 스쳐갔다. ISD가 본격적으로 알려진 건 4년 후인 2011년, 한·미 FTA 비준안 통과를 앞두면서였다. 소위 ‘ISD 괴담’이 SNS에 퍼졌고, 정부는 수색했다. 그리고 또 4년이 지난 2015년 ISD는 론스타라는 이름으로 현실화되어 나타났다.그런데 이상했다. 더 이상 괴담이라 할 수 없는 현실 앞에서도 정부의 태도는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세월호 탐사 보도
한겨레21 마감을 끝내고 2014년 4월19일 전남 진도행 첫 아침 버스를 탈 때만 해도 아이들을 기다리는 부모들을 당연히 취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닷새 만에 기자는 이미 ‘기레기’로 낙인 찍혀 있었습니다. 명함을 내미는 순간 부모들의 시선은 싸늘하게 변했습니다. 단 한 명의 부모도 인터뷰하지 못하고 서울행 버스에 몸을 실었습니다. 지난 1년9개월은 그 취재 현장에서 무기력했던 나를 반성하는 시간이었습니다. 2014년 7~8월 세월호 유가족과 함께 38일간 800km를 걸었고, 2015
몽고식품 회장의 직원 상습폭행
“그럴 줄 알았다.” 몽고식품 김만식 회장의 직원 상습폭행 단독기사가 나가고 난 뒤 경남지역의 많은 사람들이 이런 반응을 보였다. 김 회장의 언행이 한번은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사실 김 회장은 그동안 다른 사람을 의식하지 않고 자신의 직원들에게 아무렇지도 않게 폭행·폭언을 했고, 많은 사람들이 그 광경을 목격했다. 하지만 회사나 가족 중 김 회장을 말릴 만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김 회장은 그렇게 자신의 폭행에도 무감각해졌을 것이다. 언론보도 이후 사태는 커질대로 커져 결국 매출이 뚝 떨어질 정도로 몽고식품은…
원전도시(Mega Nuke City)
“우리 곁에 원전이 그렇게 많았나요? 정말 몰랐습니다.” 방송이 나가고 이런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부산권역 안에 8기나 되는 원전이 이미 들어서 있고, 최소 2기가 더 건설계획이란 사실은 기자 중에도 아는 이가 많지 않았다. 우리 프로그램의 영어 제목 ‘Mega Nuke City’는 그래서 나온 것이다. 해운대해수욕장에서 불과 20㎞ 거리에 세계에서 가장 큰 원전단지가 있고 부산이 우리가 모르는 사이 세계 최대 원전도시가 됐다는 단순한 사실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사람들이 이 불편한 사실을 알게 됐다는 것만으로 우리 프로그램은 목표
JTBC ‘중공군 유해 송환 조작 의혹’ 저널리즘 본령 상기 ‘호평’
경남CBS ‘몽고식품 회장 직원 상습폭행’ 기업 총수 갑질 사회적 반향 ‘홈런’급은 아니지만 ‘안타’급 작품들이 많았다. 출품작 수 대비 수상작 수가 이를 말해 주고 있다. 304회 이달의 기자상에 출품된 작품은 42건, 평소보다 20% 정도 적었다. 반면 수상작 수는 평소보다 다소 많은 8건이었다. 본심에 단번에 올라가 수상작으로 선정된 건 4개, 딱 절반이다. 나머지 절반은 패자 부활전 격인 예선 재심 끝에 본심에 올라가 수상했다. 물론 전자 그룹과 후자 그룹간의 점수 차는 ‘간발’이었다. 수상작 절반인 4건이 취재보도 부문에서
YTN '선생님 빗자루로 때리고 욕설하는 학생 ‘짓밟힌 교권'' 등 선정
한국기자협회(회장 정규성)가 주관하는 한국기자상 심사위원회(위원장 이효성 성균관대 교수)는 15일 제304회(2015년 12월) 이달의 기자상 심사회의를 열어 YTN의 '선생님 빗자루로 때리고 욕설하는 학생 ‘짓밟힌 교권’'등 총 8편을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시상식은 오는 25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열린다. 다음은 수상 내역이다.◇취재보도1 부문△경향신문 사회부 구교형·선명수·김상범 기자 '강남구청 ‘댓글부대’ 운영 의혹'△MBC경제부 김장훈 기자, 사회2부 홍신영·이준희 기자 '인천 11살…
추위에 떠는 YS 영결식 어린이합창단
故김영삼 대통령의 영결식이 엄숙하게 거행된 국회 앞마당.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눈까지 내려 체감온도는 영하권에 머물렀다. 영결식에 참석한 내·외빈은 두꺼운 외투에 목도리를 두르고 주최 측에서 준비한 무릎담요를 덮은 채 고인을 추모했다. 그런데 영결식장 앞에서 추모곡을 부르기 위해 대기 중인 어린이합창단원들이 추위에 떨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어린이합창단은 강추위에 얇은 단복 하나만 입고 있었다. 뒤에 앉아 있는 성인 합창단은 패딩 점퍼를 입고 목도리와 장갑을 끼고 추위를 피하고 있었다. 상반된 모습이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