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용 가방 학대 사망 9살 아동
천안 여행용 가방 아동학대 사망 사건부터 아이가 학대 부모에게서 탈출한 경남 창녕 사건까지. 취재팀은 코로나19로 감춰진 아동학대가 우려됐습니다. 주위에서 소리 없이 이뤄지는 아동학대로 고통받는 아이들을 지켜주고 도와줄 방법은 없을까 고민했습니다. 고민의 결과 13차례 보도를 할 수 있었고 아동학대 기획 보도는 SBS를 통해 방송돼 전국적으로 아동학대에 대한 경각심을 형성했습니다. 보도 이후 국회에선 아동 체벌을 정당화할 수 있는 빌미인 민법의 징계권 삭제 움직임이 일고 있습니다. 바람직한 변화지만, 법안이 통과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농민 없는' 농업법인
“우리는 등외 국민이에요.” 취재하며 만난 농민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농민이 피해를 보고 이용당해도 공무원이나 관계자들은 관심을 두지 않는다며 넋두리를 이어갔다. 광주전남에서 기자 생활을 시작해 농업 분야를 6년이나 출입했지만, ‘나는 그동안 무슨 취재를 했던가’ 자괴감이 밀려왔다. 본사 탐사보도부 생활을 마치고 올 초 광주 탐사팀에 복귀하며 다짐했다. ‘농민에게 실질적으로 도움 되는 보도를 하겠다.’ 자본금 90억원. 광주전남에서 가장 큰 농업법인의 실태부터 살펴봤다.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중견 건설사가 주도한 곳이었다.
폭파된 남북화해의 상징
북한이 개성공단에 위치한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를 공표했다. 처음 취재를 시작하게 된 이유다. 폭파를 언제 할지는 몰랐지만, 폭파 장소는 알아서 기다릴 수 있었다. 3일간 강화도와 파주 등 접경지역을 돌아다니며 개성공단이 보이는 장소를 찾아다녔다. 20km 떨어진 거리이고, 시계가 안 좋아 개성공단의 위치를 찾는 데 애를 먹었다. 그러던 중 북한이 실제 폭파를 감행해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고, 그 장면을 카메라로 담았다. 지난 2018년 4월 판문점에서 남북 두 정상이 만나 평화의 상징으로 설치한 연락사무소였기에 충격이 더 컸다. 남
YTN '주민 갑질에 경비원 극단적 선택'… 탐사보도로 사회 양극화 입체적으로 알려
한국기자협회 제357회 이달의 기자상에는 9개 부문 61편이 출품됐다. 이 가운데 13편이 2차 평가를 통과했고, 최종적으로 6편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10대1이 넘는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14편이 출품된 취재보도1 부문에서는 YTN의 주민 갑질에 경비원 극단적 선택이 단독 선정됐다. 가지지 못한 자의 권익을 향상시키는 것이 기자 본연의 임무임을 제대로 보여준, 의미 있는 기사였다는 데 심사위원들이 의견을 같이했다. 특히 첫 발생 보도에 머물지 않고 끈질긴 취재로 음성 유서 등의 후속 보도를 이어간 점이, 사회부 탐사보도의 전형
'주민 갑질'에 경비원 극단적 선택
“제가 얼마나 공포에 떨었겠습니까… ○○○ 엄마, 도와줘서 고마워요.” 아파트 경비원 고 최희석씨의 음성 유서를 들으면서 흐르는 눈물을 참기 힘들었습니다. 웬만해선 잘 울지 않는 편인데 눈시울이 계속 뜨겁게 타올랐습니다. 리포트를 쓰기 위해선 음성 유서를 반복해 들어야 했습니다. 참았던 눈물이 또 쏟아졌습니다. 기사 쓰는 내내 울었던 기억입니다.슬픔, 그리고 분노. 경비원 사건에 매달린 보름 동안 눈물만 흘렸던 건 아닙니다. 때론 너무 화가 나 마음속에 참을 인(忍)을 새겨가며 기사 쓴 적도 수차례. 기자는 냉정해야 했지만, 저도…
정신질환자 장기수용 실태 추적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가장 먼저 목숨을 잃은 이는 20년 넘게 정신병원 폐쇄 병동에서 사회와 격리돼 지내온 정신질환자였다. ‘그는 어떤 사람이었을까’라는 의문이 취재의 출발점이었다. 사회와 완전히 격리된 이들의 목소리는 어디서도 들을 수가 없었다. 제대로 된 통계조차 없었다.지금까지 한 번도 제대로 조명된 적이 없는 정신질환자 장기 수용의 실태를 추적하기로 했다. 의료진과 시설 관계자들의 도움을 받아 정신병원이나 시설에 장기 수용된 환자 37명과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다. 인터뷰이가 된 환자들은 취재진에게 생각보
'n번방 밖으로' 시리즈
지난해 6월 말, ‘추적단 불꽃’(불꽃)에게 걸려 온 전화를 받고 일상에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해야 할 일이 분명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갓갓’에서 시작한 텔레그램의 거대한 성착취 카르텔을 눈으로 직접 본 순간 ‘아,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겠구나’ 생각했습니다. 주어진 선택지는 많지 않았습니다. 그들을 쫓고, 알려야 했습니다. 지난 3월9일 ‘n번방 추적기’ 첫 보도 이후 일주일여 만에 ‘박사’가 잡혔습니다. 이후 여러 핵심 공범 검거 소식이 알려졌지만, 창시자 ‘갓갓’의 행방은 오리무중이었습니다. 지난 5월11일 오전 8시,…
죽지 않고 일할 권리… 현대중공업 산재 사망
사고는 반복돼 왔습니다. 지난 5월21일 울산 현대중공업 하청 업체 노동자 한 명이 숨졌습니다. 선박 내 배관 안에서 작업을 하다가 아르곤 가스에 질식했습니다. 올해 들어 현대중공업 내 4번째 사망사고였습니다. 앞서 4월에는 노동자 두 명이 잇달아 문에 사고를 당해 숨졌고, 2월에는 노동자 한 명이 고층에서 추락해 목숨을 잃었습니다. 살기 위해 나온 일터에서 맞은 죽음이었습니다.죽음의 원인을 따라가 봤습니다. 이번 사고는 고용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이 끝난 지 하루 만에 일어났습니다. 한 노동자는 ‘민낯을 보여주지 않는데 감독이 제대로
반환 미군기지 부실정화 파문
어린이날인 5월5일. 오전 데스크 회의를 마친 뒤 “반환미군기지에서 유전이 발견됐다던데? 빨리 취재해 봐”라는 오석기 문화체육부장의 농담 섞인 말에 깜짝 놀랐습니다. 춘천의 반환미군기지인 캠프페이지에서 문화재 발굴 도중 지하 2~3미터 안에서 석유 냄새가 진동하는 토양층이 발견됐다는 소식을 들은 걸 돌려 말한 것입니다. 웃음도잠시…. 회사는 곧바로 사회부장을 중심으로 한 전담 취재팀을 구성했습니다. 관련 자료 확보와 전문가의 조언, 지속적인 현장확인과 관련자의 충분한 인터뷰에 집중하기 위해서입니다.취재팀은 부실정화 의혹에 초점을 맞
'KAL858기 실종사건' 2부작
지난해 3월 위안부 특집 제작을 위해 미얀마를 열흘 정도 방문했다. 미얀마는 과거 버마로 불리던 동남아 국가로 우리에게는 KAL858기(이하 858기) 실종사건으로 알려졌다. 취재진은 일본군 위안소와 관계자들을 취재하면서도 858기와 관련된 내용을 묻고 다녔다. 그러던 중 우연히 현지 코디를 통해 858기의 엔진을 인양한 어선의 선장이 있다는 정보를 얻었다. 여러 차례 선장을 취재했고 858기가 추락했던 곳의 좌표까지 확보했다. 사막에서 바늘을 찾는 격이지만 좌표만 정확하다면 한 번 도전해 볼 만하지 않을까? 취재진의 무모한 도전은
MBC '채널A 검언유착 의혹' 보도, 구체적 녹취록 존재 드러내며 저널리즘 가치 높여
제356회(2020년 4월) ‘이달의 기자상’에는 9개 부문 43편이 출품됐고, 이 중 8편이 선정됐다. 우선 취재보도부문에서 KBS의 21대 총선 양정숙 비례대표 후보 검증 보도가 선정됐다. 올해는 비례 위성정당이 급박하게 추진되면서 각 정당의 후보자에 대한 검증이 부실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이런 상황에서 이뤄진 KBS 비례대표 후보자 인사 검증보도는 매우 의미 있는 우수한 선거보도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최근 언론계의 가장 큰 화두를 던져주었던 MBC의 채널A 검언유착 의혹 보도도 취재보도 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채널A 검언유착 의혹
감옥에서 제보가 왔다. 제보자는 금융 사기죄로 복역 중인 벨류인베스트먼트코리아의 이철 전 대표. 채널A의 한 법조 기자가 자신에게 편지를 여러 통 보냈는데 내용이 협박에 가깝다는 제보였다. 이철 측이 제시한 편지와 녹음을 통해 채널A와 오갔던 대화를 확인했다. 취재가 아니라 사실상의 협박이었다. 가족에 대한 노골적인 협박은 명백한 취재윤리 위반이다. 검찰에서 취재한 내용을 수사 받는 피의자에게 전달하며 제보를 압박하는 것도 취재윤리 위반이다. 한 기자만의 일탈로 치부할 일이 아니다. 검언유착이 있었다. 취재 과정에서 채널A 기자가…
21대 총선 양정숙 비례후보 검증
‘강남에 집이 너무 많다.’ 양정숙 당선인 검증은 이 단순한 이유로 시작했습니다. 첫 난관은 바로 왔습니다. 국회의원 후보이기 때문에 재산 공개는 되어있지만, 부동산은 동(洞)까지만 표기돼있었습니다. 아파트 이름도 없었습니다. 평수로 아파트를 추정하고, 해당 평수 등기부등본을 모두 떼야 했습니다. 뜻밖에 강남 아파트 전수조사가 됐습니다. 집을 하나 확인하면, 숨겨진 재산이 또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6곳을 이렇게 일일이 찾아냈습니다.부동산을 사고판 내역을 보니, 단순 투기가 아니었습니다. 저희가 자문을 구한 한 전문가는 “이 사람,…
디지털 성범죄, 그들의 죗값
기사에 실리진 않았지만 아동성보호 국제네트워크 ‘엑팟 인터내셔널’의 마리로리 르미뇌르 연구사업 국장은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처음 ‘그것’들을 보았을 때 펑펑 울었습니다. 평범한 인간의 반응이었죠.”그것은 ‘아동성착취물(CSEM)’입니다. 그는 인터폴과 함께 전 세계 아동성착취물 108만 건을 분석한 연구자입니다. 무슨 심정인지 어렴풋이 알 것 같았습니다. 지난 2018년 가을, 아동·청소년 성 매수자들을 추적한 적이 있습니다. 실로 끔찍한 경험이었습니다. 채팅앱을 깔아놓은 스마트폰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쉴 새 없이 울렸
대한민국 형사소송법 312조
검사가 만든 피의자신문조서를 부인하지 못하게 정한 형사소송법 312조 문제에 청와대부터 소극적이었습니다. 지난해 5월 문재인 대통령은 “검찰의 피의자신문조서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는 부분은 검찰로서는 우려를 표현할만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형소법 312조 폐지에 부정적인 것은 청와대 민정수석실, 여당을 포함한 정치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312조가 인권침해 도구라는 점을 충실히 드러내기로 했습니다. 기사가 호응을 얻었습니다. 이 보도가 나온 뒤로 검찰 입장이 바뀌었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중진 의원이 폐지가 바람직하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