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민 교수 "위헌적·반국익적 與 언론특위 해체해야"

조선일보 칼럼서 "권력 주도 언론개혁은 잘못" 비판
與 지도부, 연휴 뒤 첫회의서 "언론개혁 시간표대로"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긴 추석 연휴가 끝나고 8일 만에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이 검찰·사법·언론개혁을 “약속한 시간표대로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완벽하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10일 추석 민심을 ‘내란청산·민생경제 회복’으로 전하며 이같이 말했다.

김병주 최고위원도 “더 똘똘 뭉쳐 확실하게 내란 세력을 척결하고 검찰개혁, 사법개혁, 언론개혁 3대 개혁을 완수하겠다”고 밝혔다. ‘추석 전 입법’ 계획에서 밀린, 이른바 ‘허위조작 정보 퇴출법’의 연내 처리에도 속도를 내겠다는 다짐으로 읽힌다.

민주당은 원래 고의·중과실로 인한 허위보도에 손해액의 몇 배를 물리는 언론중재법 개정안 추진을 검토하다가 이재명 대통령의 취임 100일 기자회견 이후 입장을 선회, 정보통신망법(망법) 개정을 통해 언론만이 아닌 유튜브 포함 온라인상에서 유통되는 ‘악의’적 허위정보를 겨냥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민주당 언론개혁특별위원회(언론특위)는 9월18일 “허위조작정보로 인한 폐해를 막고 실질적인 피해 구제가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강력한 수준의 배액배상제와 한국판 DSA 제도를 정보통신망법에 담기로 했다”면서 “적절한 시점에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공개”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언론중재법 개정이든 망법 개정이든 민주당 언론특위가 목표를 이루기는 쉽지 않을 거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윤석민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9일자 조선일보 칼럼 <권력에 의한 ‘언론 개혁’은 중단되는 게 옳다>에서 언론특위의 상황을 “진퇴양난”이라 표현하며 그런 특위를 해체하는 게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윤석민 교수는 먼저 “망법 개정을 통해 허위 조작 정보에 대한 배액 배상을 도입한다는 것은 이들이 유통하는 수를 헤아릴 수 없는 온라인 콘텐츠 중 ‘악의적’인 ‘거짓’ 정보를 가려 무거운 법적 책임을 물리겠다는 것”이라며 “그 작업의 어려움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세상 어디에도 이를 직접 감당할 수 있는 국가는 없다”면서 “현실적인 접근은 결국 온라인 정보 유통을 주도하는 대규모 정보 통신 서비스 제공자(플랫폼 사업자)들이 수행해 온 유해 정보 모니터링 및 차단 의무를 강화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유럽 국가들의 연합체인 EU가 2023년 8월부터 시행 중인 디지털서비스법(DSA)의 기본 방향이 그것이다. EU는 DSA를 통해 구글, 페이스북, X 등과 같은 글로벌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들의 의무를 강화하고,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을 시 최대 총매출액의 6% 과징금을 매기는 등 초강력 제재를 제도화했다.

조선일보 9일자 조선칼럼.

하지만 예상대로 미국이 강하게 반발했다. 윤 교수는 “미 트럼프 행정부와 국가의 운명을 걸고 교역 및 안보 동맹의 틀을 새롭게 짜고 있는 우리 입장에서, 유튜브 등 미국 기반의 글로벌 플랫폼 규제는 국익을 심사숙고한 검토와 대비 없이는 꺼낼 수 없고 꺼내서도 안 되는 사안”이라며 “망법 개정 시도는 이 벌집을 우리가 앞장서서 건드리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민주당이 추진하는 ‘한국판 DSA’가 유튜브 등 글로벌 플랫폼을 규제하지 못해도 문제다. 윤 교수는 “국제사회의 냉혹한 힘의 질서를 도외시한 우물 안 개구리식 망법 개정은 보호·육성해도 모자랄 국내 플랫폼만을 옥죄는 역차별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결국 “언론중재법 개정이든 망법 개정이든, 가짜 뉴스에 대한 징벌적 배액 배상 도입을 통해 언론을 개혁하겠다는 언개특위(언론특위)의 목표는 진퇴양난에 처한 양상”이라며 “정치권력이 앞장서서 언론을 바로잡겠다는 잘못된 첫 단추의 귀결”이라고 했다.

이어 “불신을 넘어 회피의 대상이 되고, 유사언론에 존립을 위협받는 언론을 다시 세울 필요성은 절박하다. 하지만 그 정도(正道)는 언론 스스로의 규범 정립과 혁신을 통해 본연의 권력 감시 및 비판 역할을 복원하는 것”이라며 “지지율에 속 끓이는 정부·여당 입장에서도 위태로운 위헌적 무리수와 반(反)국익적 엇박자를 연발하는 언개특위는 해체하는 것이 옳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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