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3일부터 2025년 4월4일까지 기간은 대한민국의 사건이었다. 민주공화국에서 뜬금없이 비상계엄이 선포됐고, 헌법재판소의 선고로 당사자가 파면됐다. 힘겨운 헌정의 시간, 당연한 결말로 귀결된 지금 우린 그 기간이 정상화의 과정이었다고 말할 수 있지만 당시는 기로였다. 대한민국의 변곡점이었다.
‘탄핵기간’이란 분기를 국민들은 실감했다. ‘서부지법 폭동’ 같은 이례적 폭력 사태가 벌어지고, ‘극우’의 목소리가 사회 전면에 등장했다. 국민들은 ‘탄핵찬성’과 ‘반대’로 갈려 다른 쪽에 선 국민들의 모습을 봤다. ‘이 정도는 모두 동의할 것’이란 신뢰가 산산이 깨진 채, 과거엔 조짐으로만 존재한 일들이 배반된 현실로 실현됐다. 이 상흔은 특정 대통령 임기를 넘어 앞으로도 계속 잠재했다가 어느 순간 모습을 드러낼 사회 과제가 된 상태다.
기자협회보는 이 국면의 중심이자 배경에 놓이는 ‘유튜브’ 내 주요 채널과 여론 지형의 변화 등을 살펴 변화의 양상, 정체를 들여다봤다. 역사의 흐름을 선으로 그릴 때 ‘탄핵기간’의 선분은 그 전과 후를 분명히 나누지만 우리 공동체는 이 시기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직 정확히 알지 못한다. 비상계엄부터 대통령 파면을 거쳐 대통령 선거까지 숨 가쁜 일정이 진행되며 우린 이 기간을 살필 기회를 갖지 못했다.
기획은 헌정의 시간동안 가장 뜨거웠던 플랫폼에서 ‘정치’, ‘뉴스’를 둘러싸고 어떤 양상이 나타났고, 어떤 과제를 남겼는지 데이터를 바탕으로 살피고자 했다. 비상계엄으로부터 약 반 년, 새 대통령 취임과 임기가 갓 시작한 시점은 과열기를 지나 우리가 찬찬히 돌아볼 수 있는 때가 됐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 시기 유튜브의 풍경에서 우린 무엇을 과제로 남기고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1회차는 크게 성장한 주요 채널의 변화와 면면, 이 특수 국면에서 전체 관련 채널의 구독자, 조회수가 어떻게 움직였는지 개괄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탄핵기간’ 구독자 증가 많았던 유튜브 채널은?
기자협회보가 유튜브 채널 분석 및 순위 정보를 제공하는 사이트 ‘플레이보드’의 ‘뉴스/정치’ 카테고리에서 2024년 5월 초부터 2025년 4월 말까지 ‘구독자’, ‘조회수’, ‘슈퍼챗’, ‘라이브’ 분야에서 200위 내에 한 번이라도 들었던 채널 각각의 약 1년치 관련 데이터를 주 단위로 수집(총 23만5000여건)해 분석한 결과 총 1109개 채널 대다수에서 ‘탄핵기간’ 구독자가 대폭 늘어난 현상이 확인됐다. ‘탄핵기간’은 구체적으로 비상계엄 선포일(2024년 12월3일)을 포함한 ‘2024년 12월2일~8일’부터 헌재 대통령 파면 선고(2025년 4월4일)가 있었던 ‘2025년 3월31일~4월6일’ 주간까지 18주 간이다.
채널별로 살펴보면 이 기간 구독자 수가 가장 많이 늘어난 채널은 ‘MBCNEWS’였다. 비상계엄 직전인 ‘2024년 11월25일~12월1일’ 주간 489만명이던 구독자가 551만명까지 올랐다. 탄핵 국면 전후 62만명이 늘어 기존 구독자 대비 12.7%가 증가한 결과였다. 2위는 ‘펜앤마이크TV’였다. 정치 이슈와 무관한 채널을 제외하고 순위를 매긴 결과 115만명에서 171만명으로 구독자가 55만4300명 증가(47.4%)한 데이터가 확인됐다. MBC 구독자가 더 많이 늘었지만 펜앤마이크TV는 성장세가 더 컸다.
이 기간 구독자 수 증가분 기준으로 1·2위를 차지한 두 채널의 성장은 콘텐츠에서 나타난 정치적 지향과 관련 있어 보인다. 특히 두 채널은 각각 ‘탄핵찬성’, ‘탄핵반대’란 포지션에 놓을 수 있는 사례다. 이처럼 정치적 지향을 분명히 드러낸 채널, 특정 정치 성향으로 인식돼 온 언론사 등의 구독자가 이 기간 대폭 증가해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계몽령’이나 ‘부정선거 음모론’을 지지하는 콘텐츠를 냈던 채널 ‘GROUND C 그라운드씨’가 3위(증가분 54만5000명), 보수 성향 매체로 꼽히는 ‘뉴스 TV CHOSUN’이 4위(51만명)를 차지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특정 정치 성향의 한 쪽만 일방적으로 상위권에 있었던 결과가 아니었다. 진보 성향으로 평가받는 채널이나 매체인 ‘JTBC News’(6위, 증가분 50만명), ‘[팟빵]매불쇼’(7위, 44만명),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8위, 39만명), ‘오마이TV’(11위, 33만명), ‘스픽스’(17위, 27만명), ‘뉴스타파 Newstapa’(22위, 22만명)가 상위권에 있었다. 반면 보수 범주로 포함할 수 있는 ‘매일신문’(9위, 36만5000명), ‘배승희 변호사’(14위, 28만명), ‘천조국 파랭이’(16위, 27만1000명), ‘신인균의 국방TV’(19위, 24만명), ‘[스카이데일리 TV]’(23위, 21만5000명)도 전체 25위 내에 덩달아 이름을 올린 구도였다.
◇기성매체, 주류 언론도 구독자 급증...순위는 기존 매체 인지도와 달라
구독자 증가수를 기준으로 기성매체(프로그램, 버티컬 채널 포함)의 순위만 따져봤다. ‘기성매체’는 한국기자협회 회원사 여부를 준거로 삼았다. 방송사, 신문사, 인터넷언론이란 구분은 물론 ‘언론’과 ‘유튜브 채널’의 경계 자체가 애매해진 상황에서 주류 언론사의 변화를 집중적으로 보기 위한 임의의 기준으로 보면 된다.
앞서 전체 1109개 전체 조사대상 채널 순위에서 상위권에 올랐던 ‘MBCNEWS’, ‘뉴스 TVCHOSUN’, ‘JTBC NEWS’가 기성매체 순위에서 나란히 1, 2, 3위에 이름을 올렸다. 전국 대상 매체 중에선 6위 ‘오마이TV’, 8위 ‘채널A News’(증가분 27만명), 13위 ‘SBS뉴스’(18만명), 15위 ‘서울신문’(17만3000명) 등의 최상위권 배치가 눈에 띈다. 이번 조사의 바탕이 된 데이터는 유튜브 내 콘텐츠 분류 체계상 ‘뉴스/정치’ 카테고리에 속한 채널을 대상으로 수집했는데 이에 따라 일부 누락된 언론사 관련 채널이 있을 수 있다.
예컨대 MBC경남이 운영하는 채널 ‘엠키타카’는 국회 상임위 관련 영상을 주로 업로드 하는데 이 기간 최상위귄의 구독자 증가(26만8000명)가 있었지만 ‘엔터테인먼트’ 카테고리로 분류돼 있어 데이터 수집 대상에서 제외됐는데 이런 사례는 더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전체 순위를 살펴보면 언론사의 상대적 브랜드 인지도와 탄핵기간 구독자 증가 순위가 맞춤해서 가는 모양새는 아니었다. 일례로 ‘뉴스핌TV’는 이 기간 18만1800명 구독자가 증가해 12위에 올랐다. 특히 탄핵기간 이전 구독자 수가 7만6200명이었는데 파면선고 직후엔 25만8000명까지 증가해 기성매체 중 가장 높은 238.6% 증가세를 보였다. 반면 포털 구독자 수나 영향력, 인지도 면에서 더 알려진 것으로 평가받는 ‘연합뉴스TV’와 ‘YTN’은 각각 16위(증가분 17만명)와 18위(16만명), ‘KBS News’ 22위(13만명), ‘MBN News’와 ‘조선일보’ 25위(각 10만명), ‘뉴스1TV’ 31위(8만5000명), ‘경향티비’ 34위(8만명) 등이었다.
외신인 탓에 순위 집계에선 빠졌지만 ‘BBC News 코리아’가 22위 규모(14만3000명)의 증가세를 보인 것이 눈에 띈다. BBC코리아는 이 기간 ‘탄핵반대’ 지지층으로부터 대표적인 ‘탄핵찬성’ 매체로 꼽혀온 곳 중 하나였다. 다만 전체 1109개 채널 중 상위 300위 내에서 기성언론의 채널은 60여곳에 불과했다. 이들 매체의 구독자 상승분이 상당했고 유의미한 규모였던 것은 사실이지만 전체 흐름에서 볼 땐 일부였다는 의미다.
◇두각 나타난 지역 언론...기성매체 버티컬, 경제 콘텐츠도 선전
특히 지역 언론의 구독자 증가가 서울 매체에 밀리지 않을 만큼 선전한 게 돋보였다. 기성매체 전체 중 10위권 내에 든 지역매체 4곳은 기존 구독자 수 대비 성장세가 기성매체 중 가장 높은 쪽이었다. 3위 매일신문은 탄핵 국면 전 구독자 수가 30만3000명이었으나 탄핵 직후 66만8000명(120.5% 증가)까지 늘었다. 5위 ‘KNN NEWS’(증가분 33만1000명, 64.0%), 7위 ‘JTV뉴스’(30만9000명, 100.0%), 10위 ‘KBC뉴스’(20만6000명, 113.2%), ‘경북일보TV’(7만8901명, 135.8%) 채널 등이 같은 궤를 보였다. 대구와 경북, 부산, 광주, 전북 등 중앙 정치에 상당 영향을 미치는 영호남 지역 일부 매체에서 두각을 나타낸 모습이다. 60위권까지 범위를 넓혔을 때 지역 언론 수는 총 12곳이었다.
이 기간 기성매체의 구독자 급증은 분명 ‘정치’ 상황과 연관이 커보였다. ‘MBC 라디오 시사’와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 ‘YTN 라디오’가 탄핵시기 이전보다 각각 18만명(13위), 14만5000명(21위), 9만6000명(28위) 구독자가 늘었다. CBS ‘박재홍의 한판승부’(37위, 증가분 7만7000명), ‘SBS 시사교양 라디오-시교라’(41위, 7만3000명), ‘CBS김현정의 뉴스쇼’(42위, 7만명) 등도 마찬가지였다. 이들은 특정 언론사의 메인뉴스 유튜브 채널을 기준으로 볼 때 시사 프로그램·정치 관련 라디오에 기반한 서브 채널들이다. 특히 인터뷰, 논평, 해설 등 정치를 핵심 소재로 삼는 채널이 다수란 점에서 이들의 성장 배경은 분명하다.
정치와 다소 무관한 방송프로그램 유튜브, 버티컬 채널, 경제 콘텐츠 역시 상당한 구독자 증가를 경험했다. SBS의 ‘비디오머그’(20위, 15만명), KBS의 뉴미디어 채널 ‘크랩 KLAB’(30위, 증가분 8만6000명), SBS 계열의 IT 리뷰 채널 ‘오목교 전자상가’(32위, 8만5000명), ‘MBC PD수첩’(40위, 7만5000명), ‘14F 일사에프’(42위, 7만명) ‘스브스뉴스 SUBUSUNEWS’(44위, 7만명), ‘그것이 알고싶다’(47위, 5만명)의 성과가 대표적이다. 젊은 층을 타깃으로 하거나 특화한 분야를 지닌 채널에선 정치 상황과 무관하게 꾸준히 성장했음을 알 수 있다. 뉴스 채널의 성장이 유튜브 알고리즘 등을 통해 동반 성장을 이끌었을 소지도 있다.
같은 맥락에 경제뉴스 관련 채널을 놓을 수 있다. 연합인포맥스가 운영하는 ‘연합뉴스경제TV’는 이 기간 19만3000명 증가해 대통령 탄핵 직후 구독자가 76만8000명에 이르렀다. ‘연합뉴스TV’ 총 구독자가 이 기간 17만명 늘어 탄핵 직후 189만명이었는데 증가 규모는 오히려 컸다. 한국경제신문의 ‘한경코리아마켓’(34위, 8만1000명), ‘매일경제TV’(46위, 6만5000명), ‘매경 월가월부’(47위, 6만명), ‘한경글로벌마켓’(50위, 5만명)의 구독자 증가도 폭이 컸다. 탄핵시기 쯤 국내 정치, 국외 경제의 불확실성에 따른 불안이 이들 콘텐츠 구독자 증가의 원인이 됐을 것으로 짐작된다.
◇탄핵국면 활약 여당 정치인 구독자 증가 돋보여...조회수 순위 방송사가 장악
구독자 증가분 기준 상위권에 이름을 올린 정치인 유튜브 채널의 수와 각각의 구독자 증감 정도도 살펴봤다. 순위권에 오른 채널의 인플루언서 중 상당수는 특정 정당으로부터 공천을 받은 적이 있거나 당직자 경험이 있는 인물, 전직 국회의원, 전 언론인 등이 차지했다. 이에 탄핵 국면에서 현직이었던 국회의원, 기초·광역단체장인 경우를 정치인의 범주로 한정해 순위를 매겼다.
전체 300위 내에서 정치인 유튜브 채널은 총 10개였다. 이 기간 구독자 증가수가 가장 많았던 채널은 ‘박선원TV’였다. 탄핵기간 전 구독자수는 2만5500명이었지만 44만9500명이 늘어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직후 47만5000명이 됐다. 증감률은 1762.8%였다. 주 단위 구독자 증감수를 살펴보면 탄핵기간 중 채널 구독자 수는 2024년 12월11일 국회 긴급현안질문에서 박선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홍장원 메모’를 공개한 후 가장 많이 늘었다. 2024년 12월2일~8일 주간 6만8000명이던 구독자 수가 2024년 12월9일~15일 34만4000명으로 늘었다. 한 주 새 구독자가 27만6000명 증가한 셈이다.
순위권 내 다수가 비상계엄,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 헌재의 파면 선고로 이어진 일련의 과정에서 활약한 현재 ‘여당’ 국회의원들이었다. 민주당 김병주 의원의 ‘주블리 김병주’ 채널은 이 기간 29만1000명이 늘어 50만4000명 구독자를 확보(2위)했고,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의 ‘김민석 TV’ 역시 이 기간 661.9% 증가(3위, 23만6300명)해 헌재 선고 직후 27만2000명 구독자를 보유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이 기간 18만명 구독자가 늘어 탄핵기간 직후 122만명 구독자에 이르렀다.
야당과 관련한 정치인 중에선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이 탄핵기간 16만6000명 구독자가 늘어 5위(탄핵직후 구독자 수 25만7000명)에 위치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유튜브 채널 ‘윤석열’은 13만6000명 구독자가 증가했다. 비상계엄을 선포한 ‘대국민담화’를 포함해 이후 ‘국민께 드리는 말씀’ 2건까지 총 3개의 콘텐츠만 올렸지만 이만큼 구독자가 늘었다. ‘구독’은 채널의 콘텐츠 자체 재미나 품질에 대한 평가, 기대감이 반영된 액션이지만 정치인의 경우 해당인에 대한 지지의사를 드러내는 방법론이 되기도 한다는 점이 나타난다. 실제 위 3개 콘텐츠엔 각각 약 7000건, 2만1000건, 8만6000건의 댓글이 달렸는데 다수는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의사를 드러내고 있었다.
이 기간 누적 조회수를 기준으로 매긴 순위에선 방송사들의 강세가 뚜렷이 나타났다. 구독자 증감 기준 순위에서 이름을 올린 언론사들이 대부분 다시 거론되지만 특히 방송사가 최상위권을 거의 독식한 게 특징이다. 일례로 1위 ‘MBCNEWS’의 약 26억6900만 조회수를 비롯해 2위 ‘JTBC News’의 약 19억2900만, 3위 ‘SBS 뉴스’ 약 14억1700만, 4위 ‘YTN’ 약 11억3700만, 5위 ‘뉴스 TV CHOSUN’ 10억1400만 등이 대표적이다.
개인이나 중소매체보다 훨씬 많은 인력이 투입돼 매일 상당한 양의 뉴스를 내놓고 이를 쪼개 유튜브에 업로드하는 방송사의 시스템 특성, 개인이나 중소매체보다 훨씬 많은 인력이 참여해 일단 정치 관련 콘텐츠에서 양적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매체 규모 등이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치 뉴스로 유인된 이용자의 구독, 이후 알고리즘 추천에 따른 뉴스 소비로 정치와 상관없는 뉴스의 조회수 역시 함께 늘어났을 소지도 크다. 최상위권은 아니더라도 규모가 훨씬 작은 정치 유튜브 채널이 경제 채널 등을 누르고 상위권 다수를 차지하며 이 기간이 유튜브 이용자들에게 ‘정치의 시즌’이었음을 분명히 드러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