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리즘 왜 무너졌는지 성찰…기자사회 간극 소통으로 메울 것"

제45대 한국기자협회장 당선자 정규성 대구일보 기자(부국장)

‘해직언론인 위원회’ 만들어 복직 등 명예회복 대책 마련
중단된 남북언론인 교류 재개, 기자교육 강화·커리큘럼 재편


정규성 제45대 한국기자협회 회장 당선자는 기자협회 부회장, 수석 부회장 등을 역임하면서 1만여 기자 회원을 둔 기자협회 수장이 됐다. 정 당선자는 지난 2009년 제42대 기자협회 선거에서 당시 우장균 후보에게 9표 차이로 고배를 마셨으나 재도전 끝에 한국기자협회 회장에 당선됐다. 제10,17대 박기병·제34대 안재휘 전임 회장에 이어 세 번째 지역언론 출신 기자협회장이다. 하지만 정 당선자 앞에 놓인 당면 과제는 한둘이 아니다. 이 때문에 정 당선자는 지난 10여년 간 기자협회 집행부에 몸담으면서 체득한 경험을 통해 중앙과 지방이 함께하는 ‘통합저널리즘’을 구현하겠다고 약속했다. 지난 14일 투표 결과가 나온 직후 기자협회 회의실에서 정 당선자와의 인터뷰가 이뤄졌다.



-당선 소회를 밝혀 달라.
“우리 기자들이 처한 현실과 산적한 기자협회의 난제들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입장에서 우선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해결해 나아가야 할 과제들은 그 어느 것 하나 만만한 것이 없다. 하지만 약속한 일들을 하나하나 뚝심 있게 성취해 나갈 것이다. 단독 출마했는데도 50% 투표율을 기록한 것은 회원들의 기자협회에 대한 관심과 성원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저를 지지하지 않은 회원들의 의견도 겸허히 받아들여 더 나은 기자협회를 만드는 데 자양분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저널리즘 공공성 회복을 위한 방안은.
“오늘날 대한민국의 저널리즘은 철학의 부재, 전문성 부족, 이념적 갈등, 경영난으로 인한 기자들의 취재보도환경 악화 등 복합적인 요인들의 작용으로 만신창이가 돼 있다. 결국은 이 시대가 요구하는 바른 저널리즘의 가치에 대해서 새로운 성찰이 필요하다. 투철한 기자의식, 진실보도의 영역을 결코 벗어나지 않는 정론직필의 의지를 다시 한 번 추슬러야 한다. 물론 기자들이 취재보도에 전념할 수 있도록 언론환경을 개선하는 일이나 권익을 지키고 복지를 확대하는 일도 이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다양한 분야에서 여러 방법으로 문제를 풀어갈 것이다.”

-저널리즘 회복은 교육보다는 실천의 문제인 것 같다.
“맞는 말이다. 오늘날 언론이 위상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이유 중에는 매체 간 무한경쟁이 빚어내는 선정주의·센세이셔널리즘 같은 무책임한 보도행태가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언론사끼리의 무한경쟁 와류에 휩쓸린 기자들이 취재현장에서 극한 상황으로 내몰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런 척박한 언론환경 문제는 기자 개개인이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 이후 한국기자협회 등 5개 언론단체들이 만든 ‘재난보도준칙’은 작은 시작이지만 소중한 출발이다. 준칙이 만들어진 이후에도 이 원칙들이 잘 지켜지고 있는지에 대한 비판여론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어떤 기준을 만드는 일도 중요하지만, 합의나 원칙의 이행이 담보되도록 하는 일은 더 중요하다. 준칙을 시대상황에 맞게 업그레이드하는 일에서부터 구성원들이 철저하게 준수할 수 있도록 하는 자율장치들이 꾸준히 연구 개발돼야 한다. 기자협회가 그 중심에 서야 한다. ‘언론자유수호’ 못지 않게, 강력한 자정운동과 자율규제 등을 통해 ‘책임을 다 하는 언론문화’를 견인하는 일 역시 기자협회의 존재이유 중 하나라고 본다.”
 
-기자사회에 이념 또는 지역에 따른 갈등과 반목이 존재하고 있다.
“민주주의는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남’의 존재를 인정하고 나아가 ‘존중하는’ 풍토가 진작될 때 비로소 선진화된다. 한계는 있겠지만, 다른 지역에서 활동하면서 다른 가치관을 지닌 기자들이 서로 그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태도를 견지하는 풍토가 중요하다. 끊임없는 교류와 건전한 토론을 통해 공통분모를 찾고 간극을 좁힘으로써 더욱 성숙해지도록 하는 일에 기자협회가 일정한 역할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해직 언론인 명예회복위원회’의 역할은.
“언론인으로서의 본분을 지키며 열심히 일하던 기자가 어느 날 느닷없이 해직을 당했을 때 입는 정신적 충격과 피해는 이루 말할 수 없도록 심대하다. 대다수의 기자 해직은 명백한 부당해고이기도 하지만, 크게 보면 민주주의의 금과옥조인 ‘언론자유’를 위축시키는 뚜렷한 위협 요소로 작동한다. 부당한 처사를 당한 기자들이 개인적으로 이를 바로잡고 불명예를 회복하는 일은 지난하다. ‘해직 언론인 명예회복위원회’는 부당해고를 당한 기자들의 자기방어 과정을 법률자문 등을 통해 돕는 일을 할 것이다. 또한 진상을 낱낱이 조사해 진실을 세상에 알리고, 나아가 그런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미연에 방지할 대책을 수립함으로써 언론환경을 개선하는 역할 등을 선도할 것이다.”



-모바일 환경 등 시대수요에 맞는 기자 재교육에 대한 구상은.
“현장에서 뛰는 기자들로부터 ‘모바일 시대’의 도래로 바뀐 언론환경에 맞는 새로운 지식과 교양습득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고 있다. 학자와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언론진흥재단 같은 기관단체의 언론교육 프로그램을 살피고 기자협회가 직·간접적으로 관여하는 기자교육 커리큘럼을 전면 재검토해서 개편안을 도출할 생각이다.”

-기자연수에 ‘지역기자 의무할당제 도입’을 공약했는데.
“지역에서 활약하는 기자들은 그동안 기자들을 상대로 시행하는 각종 기자연수에서 무관심 속에 소외될 개연성이 상대적으로 높았던 것이 사실이다. 지역기자들이 열악한 환경 속에서 일하면서 겪는 어려움도 난감한데, 기자연수에서마저도 차별을 받는 일이 지속된다면 이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기자협회 차원에서 세세히 살펴보고 문제점이 있다면 개선책을 마련해 제시하고 시정해나갈 것이다. 물론 중앙이라고 해서 역차별 받는 일도 결코 안 된다는 것이 나의 신념이다. 차별도 없고 역차별도 없는 합리적이고 미래지향적인 기자사회가 건설돼야 한다.”

-내년부터 정년연장이 되지만, 인생 이모작에 대한 고민은 점점 더 깊어지고 있다.
“기자들만큼 노후문제에 대한 불안이 큰 직업도 없을 것이다. 그동안 기자협회 내·외부에서 논의됐던 아이디어들을 우선적으로 검토하겠다. 중·고등학교 NIE강사·각급학교 토론과목 전문교사·문화해설사·글쓰기 지도교사·노인학교 강사 등을 비롯해 다양한 전문자격을 취득할 수 있는 강좌를 특별교육 방식으로 받을 수 있도록 교육기관 단체들과 협의하겠다. 이와 함께 노후설계를 위한 특별강좌 및 상담 실시, 공공기관의 협조 채널 마련, 전국 각 대학교 및 대학원의 전문기자·원로기자들의 강사채용, 특별강연 등을 주선하고 권장하는 일 등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고 해법을 모색할 생각이다.”

-경색된 남북 관계에서 언론의 역할은.
“남북언론인 교류는 마치 전혀 다른 게임을 하는 야구팀과 축구팀이 만나서 게임규칙을 조율하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다. ‘자유언론’ 환경인 남측과, 정치조직과 일심동체인 북측 언론과의 교류는 상호의 성격과 환경 자체가 이질적이라는 한계가 전제되는 난해한 사업이다. 그럼에도 온 겨레가 소원하는 남북 평화통일을 실현하기 위해서 남측 언론인들이 먼저 양팔을 넓게 벌리고 소통의 문을 활짝 열어놓는 게 중요하다. 2005년 구성된 남북한 언론인 교류협력위원회의 활동 재개를 통해 상호방문 및 친선행사를 추진하겠다. 남북 언론인토론회를 정기적으로 개최하고, 나아가 남북이 특파원을 교류할 수 있는 방안이 가능한 지도 타진해볼 생각이다. 남북언론인 교류 추진은 중단돼서는 안 될 기자협회의 의무라고 생각한다.”

-세계기자대회를 앞으로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가.
“‘국제 언론인과의 유대강화’는 기자협회 5대 강령 중 하나다. 올해 기자협회는 세 번째 세계기자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른 바 있다. 세계기자대회는 한국 언론인들의 시야를 넓힐 수 있는 직접적인 효과도 있지만, 참여하는 세계 각국의 기자들을 통해 전 세계에 한국의 발전상을 알리는 부차적 효과도 만만치 않다. 거시적으로 보면 앞으로 기자협회의 가장 중요한 사업의 하나로 정착되면서 국제적인 관심을 받는 획기적 이벤트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전망한다. 그동안 치렀던 행사들에 대한 치밀한 분석과 비전 개발을 통해 참여폭을 넓히고 프로그램을 다양화하여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업그레이드를 모색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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