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보여! 언론전체를 부끄럽게 하지마라
편집위원회 webmaster@journalist.or.kr | 입력
2007.10.17 13:58:28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신정아씨 비호사건이 세상에 공개된 지 48일만에 두 사람이 구속됐다. 앞으로 재판과정을 통해 이번 사건의 진상이 드러나겠지만 지금까지 나온 조사결과는 여전히 석연치 않은 구석들이 많아 보인다. 이번 사건을 장년의 테크노크라트 관료 변양균씨가 젊은 여인 신정아씨와 ‘가까운 관계’를 맺은 후 파행을 빚어냈다는 스토리로만 규정짓기에는 납득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변양균씨는 특별교부세를 마음대로 집행하도록 지시했다. 특별교부세는 국민혈세로 조성된 자금이다. 수재민 등의 아픔을 달래주고 전국 서민들의 삶에 편의를 제공해주기 위해 쓰여야 할 돈이다.
이번 변양균-신정아씨 사건을 계기로 이 돈이 어떻게 쓰여졌는지 전반적인 실태를 조사하고 문제점을 보완하는 계기로 삼았어야 했는데 청와대나 검찰, 언론 모두 이 문제를 피해갔다. 특히 우리 언론이 제 역할을 못했다고 본다. 변 씨의 특별교부세 지원 지시가 지금까지 공개된 것 뿐이었는지, 청와대나 관리부처인 행정자치부가 특별교부세를 눈 먼 돈처럼 쓰지는 않았는지 등에 대한 엄밀한 조사로 이어지도록 방향을 잡았어야 하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또 이번 사건을 계기로 특별교부세의 지원 원칙과 기준을 정확히 할 수 있는 계기로 삼았으면 했는데 그러질 못했다.
우리 언론은 변양균-신정아씨 사건의 표피적인 모습만 쫓는 데 치중하지 않았나 되돌아봐야 한다. 물론 우리언론은 묻힐뻔 했던 이 사건을 찾아내 이슈화하는 역할을 해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선정주의적 보도로 흘러갔고 마침내 이번 사건은 희대의 ‘연애스캔들’로 규정되어갔다. 특히 절정은 문화일보의 신정아씨 누드사진 게재와 ‘성로비’란 제목을 단 기사였다고 본다.
먼저 개인의 누드 사진을 본인의 허락없이 그렇게 공개해도 되는 것인가. 신정아씨의 진짜 누드 사진인지에 대한 논란도 있지만 누드 사진 게재 자체에 대한 본질적인 문제를 살펴봤어야 했던 것 아닌가. 또 사진을 구하는 방법이 합법적이지 못했다면 이 또한 문제가 될 수 있다.
다음으로 ‘성로비’라고 단언할 만큼 명확한 근거가 있었는지, 또 설사 그럴 만한 정황이 있었다 할지라도 그런 식의 제목과 사진으로 기사화할 수 있는 것이었는지 되돌아볼 문제다. 분명 이번 기사와 관련, 문화일보는 성을 이용해 독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해 이목을 끌려는 황색저널리즘의 전형을 보여준 것이 아니었는지 반성해야 한다. 문화일보가 문제가 된 그 다음날 사건의 본질을 알려줄 수 있는 상징적인 사진이었기에 그 사진과 기사를 썼다는 주장은 옹색하기 그지없다.
다음으로 이를 사건 기사화하면서 비판한 일부 언론들도 별 고민 없이 문화일보에 게재된 사진과 기사를 다시 인용 보도한 자세 또한 곱씹어봐야 한다. 이런 유형의 보도는 사건의 본질을 추적하고 그 근저에 깔려있는 문제점과 개선대책을 캐내는 데 주력하기보다는 젊은 여인 신정아씨의 남자 관계에 초점을 맞추는 결과를 낳았던 것 아닌가.
외국의 소송사례로 본다면 첫 보도한 문화일보뿐만 아니라 이를 인용해 보도한 다른 매체들 또한 책임의 경중은 다를지 모르지만 같은 소송대상이 될 수 있다는 사실에도 주목해야 할 것이다.
문화일보가 현재 사과 게재일 등을 놓고 내부진통을 겪고 있다고 한다. 자성이라는 관점에서 바람직한 모습이다. 하지만 이번 보도는 명백한 인권침해성 기사라는 데 이론의 여지가 없다. 문화일보는 이 땅의 한 언론으로서 한 없이 부끄러울 수밖에 없는 이번 사건보도에 대해 그 과오를 인정하고 하루 빨리 사과해야 한다. 망설일 이유가 없다.
그래야만 전체언론에 일말의 양심이 남아있음을 보여주는 게 되는 것이다. 우리언론은 이번 신정아씨 사건을 보면서 다시는 이와 비슷한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