對언론 접촉창구 줄이려는가
편집위원회 webmaster@journalist.or.kr | 입력
2007.03.28 14:20:35
국정홍보처가 이번에 내놓은 ‘국내-외 취재지원 시스템 실태조사 결과’가 언론계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홍보처는 이번 자료의 말미에서 “각계 의견을 수렴해 취재지원 시스템을 선진화시키고 나아가 언론의 취재지원을 강화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우리는 정부가 이번 조사를 계기로 그나마 제한적이던 대언론 접촉창구마저 대폭 줄이려는 게 아닌가 하고 의심하고 있다. 이번 발표에 대해 현장 기자들에게서 분출되는 비난의 목소리도 매우 높다.
이번 조사를 보면 홍보처는 해외에서는 우리보다 훨씬 적은 수의 브리핑실을 운영하는 만큼 국내 홍보시스템도 이런 방향으로 가야 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그러나 취재 지원시스템은 이런 하드웨어적인 측면만 갖고 논할 성질의 것이 아니다. 미국의 중요 부처의 경우 브리핑실에는 실무 국장이 나와 공개적으로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할 뿐만 아니라 공식 브리핑 이후에도 장시간 기자들과 토론을 벌인다. 우리는 노무현 정부가 이런 방식으로 언론접촉을 줄이려 하는 것에 대해 “언론이 정부 정보를 그대로 받아 써달라”고 주문하는 것으로 밖에는 달리 해석할 수 없다.
최근 한 연구는 언론인들이 정부 정보에 대한 접근 제한에 얼마나 큰 불만을 갖는지 잘 보여주었다. 한국언론재단이 최근 간행한 ‘한국의 뉴스 미디어 2006’에 수록된 ‘국내 언론사 출입처 제도의 현황과 문제점’에는 정부 출입 기자들의 불만이 실감나게 묘사돼 있다. 이 연구에 의하면, 여러 정부 출입처의 기자들은 “도대체 관리들의 얼굴을 볼 수 없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또한 이 연구를 보면, 국내에서도 정부 부처나 지방자치 단체에 따라 홍보방식이 브리핑실과 기자실 운영 등 기관의 필요에 의해 다양하게 운영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단지 브리핑실이 몇 개라는 차원의 논의로는 기관별 실정에 맞는 다양한 홍보방식을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는 정부 홍보가 국정홍보처의 일방적 언론접촉 제한에 의해 잘 달성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국정 홍보는 언론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실현되고, 나아가 언론의 보도가 국민에게 어떻게 수용될지에 의해 그 효과가 측정되기 때문이다. 즉 국정 홍보는 정부의 홍보, 언론의 보도, 그리고 국민의 수용 여부에 의해 결정되는 ‘3자간의 게임’ 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현 정부의 국정홍보에는 정부 홍보, 여당 홍보, 정책 홍보가 마구 뒤섞여 있어 국민은 ‘국정홍보’를 순수하게 정책홍보로만 받아들일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언론인들은 본능적으로 중요 정보원으로부터 내밀한 정보를 얻어 다른 매체와 차별화하려는 직업적 속성을 갖고 있다. 언론인들은 이런 특성으로 인해 사무실 방문이나 개별적 접촉을 통해 경쟁적 언론사와는 다른 정보를 얻으려 한다. 이에 비해 정부측은 언론인의 개별적 방문 없이 가능하면 다수의 매체가 정부가 원하는 홍보적 내용만을 보도해 주기를 바란다. 우리 정부는 언론의 개별적 방문에 대해 “업무를 방해한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국정홍보처가 이 같은 방향의 움직임을 예고하고 있는 만큼 이제 우리 언론도 이에 대해 새로운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것 같다. 우리 언론은 홍보처의 발표를 계기로 ‘정보의 정부 의존(정부 정보의 일방적 전달)’에서 크게 벗어나 국민측의 정보를 더욱 적극적으로 정부에 전달하는 새로운 보도 시스템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함으로써 언론측은 “정부가 정보 접근을 제한하려 한다”고 불평하는 소극적 자세에서 벗어나 국가 체제 내에서 ‘정보의 원활한 흐름’을 구현하는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우리는 브리핑제 운영 따위의 논의는 국가적 정보 흐름이라는 큰 범주에서 보면 매우 부차적인 일이라고 평가한다. 우리는 “청와대측이 불과 1년전 정부와 언론은 의제설정을 놓고 경쟁해야 한다”고 말했던 것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정부와 언론이 나라의 중요 현안을 놓고 의제 설정의 경쟁을 해야 하는 마당에 “다른 나라에서는 국장급 이상만 언론과 접촉하고 있더라” 거나 “알고 보니 국내의 브리핑룸은 OECD의 다른 나라보다 더 많더라”는 정도의 조사결과는 별 의미가 없어 보인다.
이런 맥락에서 본다면 국정홍보처는 이번에 차라리 “어떤 의사소통 구조를 구축하는 것이 국가적 중요의제를 놓고 건전한 논의를 유도할 수 있을까” 하는 대승적인 연구를 수행했더라면 더 나을 뻔했다. 홍보처는 건실한 국가적 토론구조를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를 연구하는 데에 남은 한 해를 보내는 것이 어떨까 한다.
